동해의 작은 항구 감포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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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작은 항구 감포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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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는 동해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

^^^▲ 감포항감포항 방파제는 동해일출 보기에 안성마춤
ⓒ 최경호^^^
어느 듯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가 문턱에 서있다. 코스모스꽃이 이제 막 그 절정의 꽃잎을 흐트리는 순간, 바로 구월의 바다 역시 그 절정에 취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구월의 황금 같은 휴일는 일상에서의 여유를 주는 기분이다. 대부분 아이들도 학교를 쉬게 되고 직장인들도 그에 맞게 모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어 즐거운 그런 날이다.

살면서 일 년에 몇 번을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글쎄'라는 물음과 대답을 하게 된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흔히 있는 아주 평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몇 년에 한번 있을까 하는 그런 삶을 우리는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휴일이 시작되기 전, 후배 가족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펜션을 빌려 하루 쉬었다 오기로 했다. 울산에 살면서도 제대로 가보지 않았고, 자주 갈 수 있는 시간적 여건이 주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동해의 푸른 바다를 끼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이것은 그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 감포항감포항에 늘어선 어선들
ⓒ 최경호^^^
늦은 시간, 도착한 곳은 감포항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언덕빼기에 위치한 펜션이었다. 많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어울러 나온 대학생들이 있어서 그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너무 어두워 푸른빛의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동해의 그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그동안 일상에서 받아왔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씻어가 버리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 분위기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맛있는 저녁을 함께 또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느낄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바다를 옆에 끼고 하룻밤을 자고 나니, 아침은 또 바다가 먼저 깨워주는 것 같았다. 햇살이 따사로우면서도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동해 바다가 어느새 나의 품에 안기는 듯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른 아침을 먹고 일행은 감포항으로 갔다. 항구로 들어서는 순간, 빽빽이 들어서 있는 어선들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쭉 늘어선 횟집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감포항을 찾은 그 감회를 느끼고 있기도 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등대가 우뚝 솟아있는 감포항은 드나드는 어선이 많은 동해남부의 중심 어항으로 알려져 있다. 감포항 방파제는 동해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로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고, 바다를 전경으로 한 고유의 재래시장이 들어서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요기뿐만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 문무대왕능감포항을 지나오는 길 문무대왕능이 보인다
ⓒ 최경호^^^
문무대왕릉에서 감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도 횟집과 민박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식도락가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 3일과 8일에는 장이 서는 감포장은 바다가 바로 인접해 새벽에 들어오는 오징어배와 멋진 일출이 어울릴 때면 가슴이 벅차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도로를 따라 서는 시장은 경주를 비롯해 구룡포 등지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붐비며, 특히 포구가 바로 옆에 있어 갓 잡아온 싱싱한 생선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늘 얘기로만 들어오고 직접 그 진풍경을 보지는 않았지만 감포항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그 모든 것들은 눈을 감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느낌이 남달랐다. 이른 새벽에 들어온 고깃배들을 뒤로 하고, 아낙네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생선을 다듬기에 여념이 없었고, 잘 말려진 갖가지 생선들은 목 좋은 곳에 내놓아 감포의 특산품으로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작지만 바다를 안고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그 사람들의 마음이 한번에 느껴지는 그 곳, 함께한 사람들이 좋고 그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등대에서의 시간들이 새롭기만 한 감포항.

동해바다의 아담한 한 작은 항에서의 삶이 힘들고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그곳의 어부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의 휴일 하루,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바로 내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바다를 품은 것 같은 작은 항구, 그곳은 바로 감포 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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