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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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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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 샤부샤부

가끔 외식을 하다 보면 식당에서 우리 귀에 거슬리는 음식이름을 듣게 된다. 어느 날 오후 오랜만에 만난 몇몇 친구와 같이 단골식당엘 들렀다. 친구들은 주인에게 식사 겸 술안주로 먹겠다며 얼큰하게‘닭도리탕’하나 끓이라고 주문을 했다.

주인은 도리탕은 시간이 좀 걸리니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을 한다. 나는 원래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친구는 주인을 다시 불러 나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매운 것을 못 먹으니 간단하게 샤부샤부 하나를 더 끓이라고 주문을 했다.

주인은 명쾌하게 대답을 하며 주문이 많아 즐겁다는 듯이 입가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일행과 주인 사이에 건넨 순간의 대화중 우리말이 아닌 이상한 말 세 마디가 오갔다. 이는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건넨 대화였으나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미 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박힌 말이었으니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여기에서 오간 얘기가 과연 어느 나라 말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먼저 닭도리탕에 대해 알아본다. 닭은 우리말이고 도리(とり-鷄)는 닭이라는 니와도리(にわとり-鶏)의 줄인 말이고 탕(湯)역시 우리말이다. 그렇다면 닭+닭+탕 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합성된 변질 어이다.

니와도리는 정원의 새(庭の鳥)라는 뜻과도 같으며 꿩과의 새로 오래전부터 가금화되었다. 동남아시아에 분포된 적색야계(赤色野鷄)가 원종이라 알려져 있으며 줄인 말로 도리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닭도리탕 보다는 차라리 도리탕이 중복을 피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말 역시 일본어와 합성하여 변질된 말이니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고 우리말로 닭볶음이 어떠한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근자에 우리 주변에 새로 등장한 샤부샤부(しゃぶしゃぶ)라는 음식이 있는데 냄비에 간을 맞춘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야채와 곁들여 끓는 국물에 살짝 데쳐 양념장을 찍어먹는 냄비요리를 말하는데 이 역시 일본 사람들이 즐겨먹는 일본식 음식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꿩고기나 생선 등으로 해먹기도 하는데 일본사람들은 질이 좋은 육류의 재료를 쓰지 않으면 제 맛이 안 난다고 재료선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이 샤부샤부는 원래 중국의 쑤안로우(shuan rou-涮肉)라는 음식에서 전환된 음식이라 전한다.

샤부샤부란 끓는 국물에 고기를 넣어 익히는 것이 아니라 헹구는 형식으로 젓갈로 고기를 잡고 살짝 지나가야 한다고 해서 스스기(すすぎ-濯ぎ-헹굼)이라는 재미있는 별칭도 가지고 있으며 중국말의 쑤안로우(涮肉)역시 고기를 헹구어 씻는다는 뜻이 내포되고 있어 우리말로 바꾸려 해도 합당한 말이 없는 것 같다.

일본말에 쟈부쟈부(じゃぶじゃぶ)라는 말이 있는데 물을 휘젓거나 개울과 같은 괸 물을 건널 때 나는 소리. 즉 철벙철벙 또는 철벅철벅 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혹시 샤부샤부가 이를 인용해서 만든 말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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