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핀라드 라티에서 열린 2003 세계청소년축구대회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이 미국에 1대 6의 대패를 당하며 남은 일정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당초 한국팀의 목표는 미국, 시에라이온를 무조건 잡고 스페인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하는 것이었지만 이 날 패배로 스페인 전 , 시에라이온 전에 큰 부담감을 안게 됐다.
첫 경기가 8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선수들의 몸놀림이 초반부터 무겁기만 했다. 당연히 한국팀의 생명줄인 조직력은 살아나지를 않았고 간단한 패스조차도 번번이 상대에게 차단됐다. 다행히 미국팀 수비수 와이스 오언스의 실책으로 인한 자책골로 리드는 잡았지만 그것조차 오래가지는 않았다.
한국팀을 무너뜨린 건 역시나 가나 출신의 아두였다. 14살의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개인기와 유연성을 보인 아두는 전반 16분 한국 수비수 2명에 골키퍼까지 제치고 미국팀의 첫 골을 기록했다. 단순히 한 골의 의미로서가 아닌 한국 수비진을 완전히 농락했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볼 트래핑과 순간적인 스피드가 대단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미국은 전반 26분 한국팀이 헤딩으로 걷어낸 코너킥을 오언스가 페널티 정면에서 땅볼로 꽂아 넣으며 첫 리드를 잡았다. 후반 들어서도 미국은 강력한 압박축구로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채 한국팀을 앞서 나갔다. 후반 8분에는 왓슨이 세 번째 골까지 넣으며 승부를 완전히 굳혔다. 분위기상 역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후에도 미국은 거침없는 파상공세로 3골을 더 넣었다. 미국 공격의 핵인 아두는 후반 44분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인저리 타임에는 페널티킥까지 추가하며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경기 일정상 무조건적인 승리를 해야 됐던 한국팀으로서는 1패에 무려 6골을 허용하는 등 과연 적절한 대비책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는 공격, 수비 한 쪽도 아닌 총체적 난조였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더 크게 지적되고 있다. 공격에서는 스트라이커 양동현에게 그저 올려주기만 하는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했고 이마저도 제대로 된 공격 상황 하나 연출하지 못했다. 경기 내내 쓸만한 유효 슈팅이라고는 전반 40분 신영록의 골포스트를 맞추는 슛 하나가 전부였다.
수비는 상대 선수들의 개인기에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의 포백은 상대의 공격에 대해 유기적 협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비라인과 미드필더간의 간격도 일정성이 없었다. 간격이 일정치 않다보니 상대 선수들에게 많은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개인기로 무장한 미국 공격수들은 한국 수비진을 심하게 흔들었다.
이제 한국팀은 미국팀에 패배를 기록한 만큼 남은 스페인 전, 시에라이온 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스페인은 우승후로까지 꼽히는 강팀이고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시에라이온은 예상보다 다소 높은 전력이라는 평가이다. 같은 날 열렸던 경기에서 스페인과 시에라이온은 3대 3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이 두 번째 경기인 스페인 전을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스페인 공격의 핵인 다비드에 대한 철저한 준비이다. 미국 전에서 아두의 첫 골은 한국팀을 급속히 무너뜨린 바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격의 루트를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미국 전과 같이 양동현에게만 의존하는 공격은 스페인 전에 결코 통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반드시 선제골을 넣을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시에라이온 전에도 나타났듯이 스페인의 위기대처능력은 그리 뛰어나지를 못하다. 퇴장으로 인한 숫적 열세를 감안하더라도 두 골을 먼저내고도 한 수 아래의 전력인 시에라이온에게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허용한 점은 분명 파고들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신감 회복이다. 미국 전에서 후반 들어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남은 경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다소 낳게 했다. 분명 8강의 가능성은 아직 있고 어린 선수들의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은 윤덕여 감독이 선수들에게 반드시 심어줘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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