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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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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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피아노 교습문제로 긴 줄다리기

무슨 전쟁이냐고요? 아내와 큰아이의 피아노 교습문제로 인한 신경전에서 제가 이겼습니다. 뜻 모를 말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몇 달 전부터 큰 딸아이(이하 주은이) 가 3년 전부터 다녔던 피아노 교습소를 그만 다니겠다는 말을 사탕아빠인 나에게 내비쳤었습니다. 그것도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피아노 교습소를 다니기 싫다며 나에게 유무언의 압력을 넣었던 것입니다. 주은이로서는 제 엄마와 한 약속이 있어 편한 나를 상대로 그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전쟁이라고?

제 엄마와 '체르니 30번까지 다 끝내고 그만두겠다'고 손가락 도장을 찍은 적이 있어 피아노를 안 치겠다고 했다간 완고하고 뚝심이 있는 아내에게 혼쭐날 것이 뻔하여 입심이 좋다고 여긴 제 아빠에게 원조를 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 나의 교육적 지론은 '어떠한 것도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것은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나 다소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소신이 투철한 편인 아내의 반대에 부딪힌 것입니다.

이 와중에 몇 달째 내키지 않은 피아노 교습소를 다녔던 주은이가 오늘 따라 무척이나 피곤한지 큰 한숨을 내쉬곤 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한밤중 아이들이 자는 짬을 내어 거실에서 미국 프로레슬링을 즐기고 있는 아내에게 한번 더 설득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토록 완강하던 아내가 저의 기습적인 슈플렉스(Suplex)에 폴패를 당한 것입니다.

평소 사탕아빠가 아이 다 버려 놓는다며 핀잔을 일삼아 오던 아내의 입에서 전혀 의외인 말이 터져 나온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 자네(필자는 평소 아내를 '자네'로 호칭함). 지난 번 초등학교 학생이 학원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사건 알지? 피아노를 잘 치면 뭘 하냐, 아이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어떤 생각할지도 몰라. 당신 책임질 거야? 우리 집 아파트도 몇 층인지 알지? 8층이야"

이런 끔찍한 말을 내뱉은 나도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며 움찔 했지만, 반은 공갈 같은 말에 아내의 교육적 소신이 움츠려 든 것 같았습니다.

오버에 오버를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오늘 주은이를 보면서 약간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피아노 교습소를 가기 전에 주은이가 평소보다 한숨을 더 많이 내쉬며 불안한 기색이었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주은이의 이런 류의 행동을 '아빠, 나는 한숨을 내뱉을 정도로 피아노를 배우기 싫어하니 엄마를 설득해 줘'라는 의미 있는 쇼맨쉽 정도로 치부했었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딸아인데...

그런 탓에 피아노 교습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주은이에게 "야 이 놈아, 너는 뭐 하나 진득거니 하지 못하고 다 그 모양이냐"며 핀잔을 주어 아내의 고집스런 교육적 소신에 손을 들어 준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난 뒤에 다시 이 문제를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 해도 강제적인 사교육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나 자신도 심적 갈등을 느낀 것은 평소 나 자신의 지론이었기도 하지만 주은이가 무척이나 힘들어 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특기 하나는 확실하게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도 만만치 않게 주변 친지들의 지지를 얻고 있어 주은이 피아노 교습 문제는 부부 싸움의 단골 메뉴가 되었던 것입니다.

주은이가 '매사에 끈기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나의 주장이 아내에겐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주은이는 수영도 하겠다고 해서 1년을 넘기지 못하였던 전력이 있어 '뭐든지 조금만 하면 실증을 잘 내는 것'도 아빠 탓이라며 역공을 펼치는 통에 아내에게 반론을 재기하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부모의 일방적인 생각의 잣대에 따라 학원으로 교습소로 내모는 것은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어린 철부지 아이들에게 못할 짓입니다. 최근에는 4살 때부터 하루에 7시간에 학원을 다니던 아이가 앞면 마비가 되었다는 보도는 강제적인 학습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다 주는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주은이가 하기 싫어하는 피아노를 내일부터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주은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잘 하는 것 한가지를 찾아볼 요량입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주은이에게 창의력을 일깨워줄 만 한 것을 찾아 볼 것입니다.

주은이는 그림에도 흥미가 있지만, 특히 국어의 '말하기'와 '표현력'에 뛰어나 시 짓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성우가 되겠다고도 합니다. 내일 모래쯤 아내가 연수를 마친다니 서울에 다녀올까 합니다.

KBS방송국에 들러 견학도 시키고 성우들을 만나볼 것입니다. 주은이가 성우들을 만나보고 현장을 방문하면서 느끼고 몸소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견학 후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나 주은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 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일 아침 주은이는 피아노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엄마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토록 완강했던 엄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엄마, 아빠가 피아노 교습 문제로 다투었던 많은 기억들이 주은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내일 주은이의 표정이 어떨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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