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본부 산하 유네스코는 대한민국의 조선왕릉이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을 지녔고 왕릉에서 행해지는 제례의식 등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조선왕릉 전체가 정부에 의해 통합적으로 보존관리되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해 왕릉 40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실제로 서울에 산제한 조선왕릉은 조선시대부터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져 중국 등에 비해 보존이 잘 돼있다. 현재 조선왕릉의 핵심지역은 국가 소유의 토지이며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보호·관리받고 있어 앞으로도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될 우려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 왕릉의 주변이 도시화와 인구증가, 주거지역 확장으로 완충공간이 축소됐다. 태릉에 사격장이나 국가대표 선수촌이 들어서고 선릉의 경우 홍살문과 인접해 도로가 지나갈 정도로 능역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네스코도 이런 점을 감안해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면서 일부 훼손된 능역을 원형 보존할 것과 개발압력이 커지는 것에 대비해 완충구역의 적절한 보존지침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유네스코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왕릉 주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거나 경관을 해치는 각종 시설물이 난립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번에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는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구릉이 소재한 경기 구리에서 지역 사회와 일부 역사문화학계 인사들이 동구릉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고 문화재청이 이를 발전시켜 18개 지역에 분산된 조선왕릉 40기를 일괄 신청한 것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 뿐아니라 철저한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지 불과 5년 만에 자격이 박탈됐다. 드레스덴 시 당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교량 건설이 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혼란이 심한 제3세계도 아니고 선진국인 독일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계유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갖고 있다.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후손으로서 할 일이다.
우리는 지난해 숭례문을 화재로 잃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지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 낙산사가 산불로 소실됐으며 2000년 서울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 초기 백제시대 유적 조사현장을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갈아 엎은 사건도 있었다.
이번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가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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