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사는 중년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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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를 사는 중년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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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러분, 힘냅시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라도 배가 고팠고 가진 것이 없었던 지난 1950년대에 태어난 40대 중년입니다. 하지만 당시엔 지금은 사라진 것이 실재(實在)했습니다. 그건 바로 '가부장'(家父長)이라는 인식의 고착화였습니다.

어머니가 가장 먼저 푸시는 밥은 항상 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돈 벌러 나간 아버지가 밤이 늦도록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 나가서 오매불망 했습니다. 그래도 부뚜막에서 아버지의 된장찌개는 여전히 뜨겁게 끓고 있었지요. 또한 당시엔 '절대권위자'였던 아버지 앞에서 자식들은 크게 웃지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그러한 아버지들의 초상은 주가가 폭락하는 것보다도 더 하게 급전직하로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수렴청정의 한풍(寒風)에 거세되는 추풍낙엽이 된 것이었지요.

어려움을 모르고 대체로 풍요롭게 자란 아이들은 인터넷에 몰입되면서 아버지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여권신장을 소리 높여 부르짖으면서 "호주제 폐지"까지 주렁주렁 입에 달았습니다.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이혼하는 작금의 세태는 어느새 신드롬화 되어 내 어머니 역시도 "나나 하니까 당신이랑 참고 사는 거다"라며 아버지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겼습니다.

냉전으로 벌써 몇 일째 함구한 채 마치 '똥 친 막대기' 취급을 하고 있는 아내 때문에 오늘 아침에도 저는 손수 밥을 지어서 한 술 뜨고 출근했습니다.

모멸감으로 인해 밥상을 걷어차려다가 아이들을 봐서 또 꾹 참았습니다. 출근을 하는데도 내다보지 않는 여편네의 속 좁은 소행이 괘씸해서 애꿎은 문짝만 발길질 하고 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구조조정'과 '사오정 오륙도'라는 해괴망측한 잣대와 비수를 들이대며 가뜩이나 위축된 아버지의 어깨를 더욱 쪼그라들게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연체된 카드빚과 과다한 자녀의 공사 교육비, 그리고 생활비의 부담 등으로 인해 어쩌면 늘상 자살이라는 화두에 매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 선배님 한 분이 연전 이혼한 아내와의 복혼(複婚)을 추진하다가 그 일이 불발로 그치자 낙심천만한 나머지 그만 자해(自害)의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에 매일 병원을 들락거리며 극심한 배신감과 상처만 남은 선배님의 가슴을 어루만져 드린 덕분에 어제 선배님은 마침내 퇴원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의 잔존하는 우울증으로 인해 걱정은 여전합니다.

선배님은 "자식만 없었더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통곡을 하셨습니다. 그 같은 주변의 가슴 시리는 현상을 보노라면 우리네 중년들은 모두가 한마디로 권위는 사라지고 의무는 여전히 남은 세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또 아픕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살이라는 것은 극도의 가난과 외로움 등이 빚어내어 결국은 벼랑 끝까지 몰린 사람들이 선택하는 참상입니다. 저 역시도 한때 그러한 못난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러나 퇴근시간이 되어도 집에 가고픈 생각이 눈곱만치도 안 드는 요즘의 세상은 참으로 저 자신에 대한 자괴감의 견고한 성(城)을 이룹니다.

하지만 어쨌든 하지만 어둠의 끝에는 반드시 밝은 새벽이 온다 함을 인식하여, 또한 '비록 개똥밭일지라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마음가짐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저와 같은 중년 여러분들이 더욱 열심히 살았으면 하는 바람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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