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임하댐 기사’에 대하여
조선일보 ‘임하댐 기사’에 대하여
  • 이상돈 교수
  • 승인 2009.03.26 2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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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댐’

 
   
  ^^^▲ 암하댐^^^  
 

1. 들어가면서

나는 대학에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법 많은 기자들을 알고 또 그들과 교류해 왔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기가 출입하는 부서의 장관의 목을 날려 버릴 각오로 파고드는 기자가 가장 훌륭한 기자다. 모름지기 그런 정신이 있어야 기자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조선일보 사회부장을 지냈던 최보식 기자가 그런 축에 든다. 초임 기자 시절인 1992년에 환경처에 출입했는데, ‘기자수첩’ 칼럼으로 당시 환경처장관 아무개를 단칼에 날려 버렸다. 반면, 가장 무능한 기자는 장관 따라다니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장관이 하는 말을 받아 적어 기사로 쓰는 기자다.

조선일보의 ‘임하댐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미디어 오늘’이 사진을 문제삼아서 기사로 썼다. 박은호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이의도 웬만해야 제기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조선일보에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아예 보지도 않는다. 조선일보 기자가 그것을 모르면 민심을 모르는 것이다.

수자원이나 물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닥을 드러낸 임하댐’ 기사가 엉터리인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그 산하전문기관의 연구원들, 그리고 대학에서 수자원 관련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그 기사가 엉터리라는 것을 다 알지만 구태여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수자원 관련학문은 공공분야 학문이기 때문에 연구비가 100% 정부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 그리고 정부와 친한 신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린다.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수자원 전문가들이 사석에서는 코웃음 쳤지만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2. 기사 제목과 사진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기사의 제목과 사진을 보고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사진과 제목이 중요하다. 기사 제목은 분명히 ‘바닥을 드러낸 임하댐’이고 그런 제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내 보낸 것이다. 내가 글에서 ‘평소에는 물이 차지 않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은 좀 잘못된 것이다. 수위가 오르고 내리고 하는 댐에서 ‘평소’라는 표현은 경솔하고 부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댐 주변부의 사진을 찍어서 ‘바닥을 드러낸 임하댐’ 이라고 제목을 붙여 놓은 것을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그것이 ‘의도된 허위’가 아니면 세상에 ‘허위’란 있을 수가 없다.

‘미디어 오늘’에 난 비판 기사는 사진에 관한 것뿐이다. 일반 기자가 물 관리 같은 전문분야에 대해 분석적 비판을 하기는 쉽지 않다. ‘미디어 오늘’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미디어 오늘’이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더라면 조선일보에서 8년 동안이나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일했던 내가 ‘착잡한’ 심정을 갖고 그런 글을 구태여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3. 물 문제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나?

조선일보의 편집자들은 물 문제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과장된 연출’은 무방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지난 여름 MBC의 ‘PD 수첩’이 광우병 프로를 내보냈는데,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집중 포격을 가했다. 나 역시 ‘PD 수첩’이 과장된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MBC 자신도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상당한 과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문제의 ‘PD 수첩’에는 다우너 소들이 도축장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조선일보는 그것을 문제삼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다우너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 그런 소 중에 광우병 소가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임하댐을 간 조선일보의 경우와는 달리, MBC는 도축장에 들어가는 소의 사진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시민단체가 제공한 그런 사진을 사용했을 것이다.

다우너 소 자료사진을 ‘과장’이고 ‘선동’ 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댐 주변부 사진을 찍어 놓고 ‘바닥을 드러낸 댐’이라 제목을 붙이는 여론 오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사진과 영상을 적당히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PD 수첩’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바닥을 드러낸 댐’ 사진과 ‘다우너 소’ 영상 중 어느 것이 더 왜곡인지에 대해선 나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4. 기사의 실질 문제

조선일보 기사는 전부 이만의 장관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기 때문에 박은호 기자가 앞장서서 변호하고 나설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이만의 장관은 물 관리나 환경정책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장관이란 정치적 자리이기 때문에 ‘깊은 지식’이 없다는 것이 흠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역량이 있는 장관이 더 큰 일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장관이 허황된 이야기를 하고 기자가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는 데 있다.

기사의 큰 제목은 ‘수질 관리 따로, 수량 따로’라고 했다. 수량과 수질 등 물 관리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몇 차례에 걸쳐 연구와 논쟁이 있었고, 더 이상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수질과 수량을 한 부처에서 다루기도 하고 다른 부처에서 관장하기도 한다.

대체로 이야기해서 물이 부족한 나라나 지역, 또 강수량이 한철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나 지역은 수량 행정과 수질 행정이 분리되어 있다. 반면 물이 풍부한 나라나 지역에서는 수질과 수량을 한 부서가 함께 관장한다. 물이 부족하거나 우리나라처럼 강수량이 한 계절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는 댐, 수로 등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담 부서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연중 비가 고르게 오고, 물이 풍부한 지역은 수질관리만 잘 하면 큰 일이 없기 때문에 대개 한 부서가 물을 관리한다.

환경행정의 일환인 수질 행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1970년대 이후에 생겨났다. 하지만 수량 행정은 그보다 최소한 10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물 관리 행정의 본령(本領)은 수량행정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물이 풍부한 동부 주(州)는 한 부서가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장하고, 물이 부족한 서부 주는 수량을 다루는 부서와 수질을 다루는 부서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주(州)에선 수량을 관리하는 부서와 수량을 개발하는 부서가 다시 분리되어 있기도 하다. 한 기관이 모두 맡는 것 보다 이렇게 분리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책임 소재가 분명해 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환경행정부서는 기본적으로 규제기관(regulatory agency)이다. 규제기관이 사업을 관장하게 되면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일어나게 된다. 자기 부서가 하는 사업을 철저하게 규제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1970년에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수자원과 국립공원을 관장하고 있던 내무부를 자원환경부로 개편하기 보다 환경보호처(EPA)를 새로 발족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역을 확장하려는데 관심이 많은 환경부가 새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1990년대 말에 물 관리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조선일보는 사설로서 “물관리 일원화는 해답이 아니다”는 입장을 취했고, 그 논지는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몇몇 다른 신문의 논설위원은 ‘일원화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번지수가 잘못된 사설을 썼지만 대개 엉성한 작문에 불과했다. (당시 물 관리에 관한 조선일보의 사설은 전부 내가 쓴 것이다.)

5. ‘문어발’은 안 된다?

“국회에서도 수자원공사가 문어발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박 기자의 반박에 대해선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적어도 조선일보 기자는 ‘문어발’ 이란 용어를 써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어발’ 이란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잘 하는 사람을 공연히 흠집 내는 말이다. ‘문어발’ 경영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삼성, LG, 현대가 존재하고 있었을까 ?

환경부가 수자원공사에 대해서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주로 상수도 위탁사업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수도법을 개정해서 수도위탁경영을 열어 놓았는데, 이는 도하 협상과 FTA로 인해 다국적 물 회사가 국내에 들어 올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중소 도시들이 수도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좌파 정권’이 저지른 ‘우파 정책’인 셈이다.

수도법은 수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 등이 위탁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의 환경관리공단은 수도위탁경영 시장에서 완전히 배척 당하고 말았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만의 장관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이런 사정을 접어 두고 수자원공사를 ‘문어발’ 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사실 ‘문어발’ 현상은 어떻게 보면 환경부에 더 심하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행정조직 개편으로 환경부에는 산하기관이 부쩍 늘어났다. 환경부는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규제기관이 산하에 사업 조직을 거느리는 것은 행정 조직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앞의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수자원공사의 ‘문어발’을 비난하려면 경인운하를 비난해야 한다. 그거야말로 수익성도 불분명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만일에 수자원공사가 상장기업이었다면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정부가 거의 100% 출자한 공기업이고, 경인운하는 정권의 뜻에 따라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환경부장관과 환경부 출입기자라면 경인운하의 환경성과 사업성, 그리고 4대강 정비 사업의 환경성과 사업성을 파고들어야 한다. 요즘 조선일보에선 경인운하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볼 수가 없다. 서글픈 일이다.

신문사가 방송을 하겠다는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문어발’ 경영이다. 사실 신문사가 ‘문어발’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라톤 사업이든 뭐든 잘만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방송겸업도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나의 소박한 생각이다. 그러나 ‘문어발’ 경영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우직하게 신문만 하는 뉴욕타임스는 지금 구제금융 말이 나올 정도로 경영이 위태롭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재정이 튼튼하다. 워싱턴 포스트가 100% 출자한 ‘카플란’이란 학습 서비스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문어발’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한 때 했던 도서출판과 논술 사업도 ‘문어발’이었다. 조선일보의 논술 사업이 성공했더라면 ‘강남 좌파’가 주도하는 논술시장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을 뻔했는데, 애석하게 실패했다. 출판사업도 부진하더니 아예 접고 말았다. 조선일보가 논술사업을 시작할 때 조선일보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것을 ‘문어발’이라 불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앙일보는 ‘문어발’에서 제법 성공한 편이고, 조선일보는 지금까지는 실패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조선일보가 미디어 입법을 찬성해도 결국 중앙일보에 좋을 일을 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편이다.

6. 수자원공사는 소양강 댐으로 출발했다

이만의 장관은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공이 이후 댐 건설에 뛰어 들고 이후엔 다시 광역상수도로 뛰어든 게 그것 아니냐”고 분명히 말했다. 이 장관은 또한 분명하게 “농촌공사나 수공은 자기 역할이 끝났으면 선셋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이 다른 부처 일에 대해 이런 ‘막말’을 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런 소신이 있다면 정부 내에서 자기가 관철시켜야 한다. 이런 험한 말을 하고도 장관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목적 댐을 소양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섬진강댐이다. 소양댐은 그 중요성 때문에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알려져 있다. 소양댐은 수자원공사가 세운 첫 다목적댐으로 의미가 깊다. 소양댐 준공은 후버 댐 준공만큼이나 의미가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정부가 직접 건설한 것이다. (정부는 댐을 직접 건설하고 소유할 수 있다. 미국의 후버 댐, 글렌 캐년 댐, 보너빌 댐, 달레스 댐 등도 연방정부 소유이다.)

지금부터 40년 전에 박정희 정권은 정부가 댐을 건설하기보다는 전문 공기업을 만들어서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특별법을 제정해서 수자원공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섬진강댐을 현물출자하고 소양댐을 건설하도록 했다. 40년 전에 그런 탁견(卓見)이 있었으니, 지금 장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명명백백하게 처음부터 본업이 다목적 댐 건설과 관리였고, 이 장관은 이런 기초적 사실도 몰랐다.

이 장관은 농촌공사와 수자원공사가 선셋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해당 부서는 그 발언에 대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고 있다. 이 장관의 논리에 의하면 콜로라도 강의 후버 댐 등을 관리하는 미국 내무부 개간국(Bureau of Reclamation)이나 콜럼비아 강의 보너빌 댐 등을 관리하는 미 육군 공병단도 해산을 해야 할 판국이니, 지나가는 소가 웃겠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이 장관은 환경부 산하의 환경관리공단과 환경관리공사가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초 환경부가 환경청이었을 시절에 민간의 폐기물 처리 기술수준이 미약해서 공해방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발족한 것이 환경관리공단의 기원이다. 환경자원공사의 전신(前身)은 원래 농촌의 폐비닐을 재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민간기업이 이런 기능을 훨씬 더 잘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 두 기관이야말로 선셋을 검토해야 할 대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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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09-03-28 03:36:44
논리가 정확하군요.
건필하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