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볼래, 조져버려" 말의 순화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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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볼래, 조져버려" 말의 순화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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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가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요즘 같이 험악한 말이 나도는 시기도 없었던 같다. '너 맛 좀 볼래, 조져버려,' 이런 말은 막가파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만, 그런 말들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뭘 조지고 맛을 보이는지 모르지만 언어의 순화가 필요해 보인다.

'조지다.'라는 말의 어원적 정의는 사개가 느슨하지 않게 단단히 맞추라는 말과 일이나 말을 호되게 단속하라는 말이 그 뜻이다. 타동사인 이 말을 인용해보면 '말로 호되게 때리다.' '늘씬하게 갈기다.' '다시는 나서지 못하게 조져라,' 같은 말들이 있는데 다소 험악한 말이 된다.

이런 험한 말들이 70년대에도 난무했었다. '쌍통,' '마빡,' '조져버려,' '망가되다.' '짱깨놈,' '할망구,' 같은 말이 유행했었다. 지금 보아도 험악한 말들이지만 그런 말을 하게 한 것은 그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여건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시절보다 더 험한 말들이 오고가는 것 같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말들을 들으면 서글퍼지게 된다. 우리끼리 뭘 맨 날 조지고, 때려야 하는지를 생각해서다. 같은 이웃끼리 서로 사랑하고 감싸주지는 못 할망정, 그렇게 입으로 험한 말을 하며 살은 것이 우리의 원래 모습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셰익스피어가 쓴 <템페스트> 2막 1장에 "당신의 말이 비록 진실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사랑이 없습니다. 또한 이 순간에 적절한 말도 아닙니다. 고약을 가져와야 할 순간에 당신은 오히려 아픈 상처를 들쑤시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구절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 6월 12일에 국어문화운동본부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국어 오용사례로 잘못된 언어예절과 발음, 외국어남용, 맞춤법에 어긋난 자막, 틀린 어휘 등을 조사하였는데, 부적절한 것이 많았다는 발표를 했었다. 훌륭한 문자언어로 한글이 있어서 좋은 말을 얼마든지 골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통계 숫자로 부적절한 말에 대한 것을 말하지 않아도 텔레비전 채널만 틀면 수시로 막가파식 말들을 듣게 된다. 어른들과 이이들이 그것을 함께 보고 그냥 웃어 넘기지만, 아이들이 따라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점들을 그대로 배워서 문제가 된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고 전쟁도 불사하여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따라서 말을 함부로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좋은 문자와 언어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 언어는 화자의 사회적 약속으로서 믿음성을 잃으면 그 약속이 깨어지고 사회가 병들게 된다.

따라서 서로가 상황에 따른 적절한 말을 써야 하고,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좋은 말들이 많지만 국민성 때문인지 남을 칭찬하는 일에는 모두가 인색하다. 한쪽 말만 듣고 편파적으로 믿는 일도 많아 졌고, 뻔히 아는 이야기를 밥먹듯이 거짓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바르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 헛갈리게 된다. 말의 꼬리를 잡기도 하고 확대 해석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꼬리가 생기면 그것 때문에 다시 헐뜯고 싸워서 끝이 없다.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생각도 한 몫을 한다.

어리석은 자가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언어는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만, 잘 못 말하면 오해가 생겨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침묵하는 것보다도 더 나쁜 일도 생기게 된다. 어리석은 자가 그것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생겼지만 막말을 하고 산다.

매스미디어에서도 문자와 언어를 적절히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맛 좀 보여줘" 하고 짧게 말하면, 맛이 있는지 없는지 시음해보라는 말이지만, '줘'라는 말에 힘을 주면 혼내주라는 말이 된다. 이처럼 말의 장단과 강약에 따른 차이가 나듯이 적절한 말을 하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매스컴뿐만이 아니다. 언어순화는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부부간에 좋은 말을 써야 아이들도 따라서 좋은 말을 쓴다. "저런 미친놈"하고 말했는데 나중에 자기 아이 입에서 같은 말이 나오면 야단을 치지만, 사실은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다.

아이들에게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인 "야 이리와 봐,"라는 말을 기분이 나빠져 있는 아이에게 말하면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소리지르면 요즘 아이들은 덤벼든다. 그러면 어른들은 못된 놈이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른이 잘못한 것이다.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어로 상황에 맞는 말을 해야 좋은 대화가 지속된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로의 양식과 신뢰성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말을 하면서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외국 사람들은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죽인다.'는 말을 밥먹듯 하지만, 그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대단히 놀랜다. 일본 사람들에게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면 혼비백산해서 도망간다. 그러나 우리는 눈도 깜짝 안하고 죽일 테면 죽이라는 식이다.

채근담에 "남의 속임수를 알고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 꾸지람을 들어도 얼굴표정이 그대로면 그 수양의 정도가 높은 것이다. 열 마디 중에 아홉 마디가 맞아도 칭찬하지 않지만 한가지만 틀려도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 그 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누구든지 언어를 잘 사용하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지만, 잘못하면 패가 망신한다. 매스컴에서부터 좋은 말을 쓰고,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좋은 말을 써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들이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좋은 말을 골라서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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