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은 걱정이다. 아직까지 날씨도 을씨년스러운 초봄날씨인지라 어깨를 움 추리고 살며시 대문을 나선다. 주인집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이층거실이 어둡다. 새댁은 결혼 1년, 시골에서 무작정 올라온 신랑과 변두리 동네에 이층 오르는 계단 밑에 달아낸 단 칸 셋방 얻어 온지 2개월 정도 되었다.
겨우 동네 가 어디쯤일 것이다 하며 집 찾아올 정도로 밖에 지리도 잘 모르는 신랑이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이라 어둑한 골목길을 바라보는 새댁의 마음은 골목처럼 어둡다.
결국 빗방울은 굵어지고 이제는 좍좍 쏟아진다. 부엌에는 60촉 짜리 백열등이 환하게 밝혀 주고 있다. 하얀 타일로 마감한 부엌바닥과 부뚜막이 이들의 주방이요 욕실이다.
연탄난로에는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새댁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아랫목 요 속에 밥 사발을 다독인다. 거센 빗소리는 얇은 스라브 지붕을 때리고. 가슴은 조마조마하다 걱정이다. 비 맞은 신랑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슴이 달가닥 달가닥 소리를 낸다.
이때"어, 웬 비가 이리 오는가? 흠뻑 젖은 머리를 불쑥 내밀며 신랑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반가움에 양말발로 부뚜막에 나온 새댁 수건을 내민다.
훌훌 옷을 벗은 신랑 수도꼭지 틀고 이내 몸을 씻는다. 속옷을 찾아 놓은 새댁은 찌개 냄비 가운데 놓은 밥상을 차리고, 개운한 몸으로 밥상 앞에 앉은 신랑 하는 말.
"야 ! 오늘만 같으면 정말 부자 되겠다."
연신 기분 좋은 얼굴이다.
다른 사람들의 부귀영화 얘기는 모른다. 새댁은 날아 갈 것 같은 행복을 맛본다.70년대 서울 변두리 신림동 낙골마을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다.
윤택한 요즈음 생활에서 되새겨 봄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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