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정의(定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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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 정의(定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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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만연한 편리 위주의 '부정의 정의(negative definition)'

많은 미래학자들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상은 종언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합리성이 새로운 주의(ism)로 등장하리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나 사회 전반에는 편리성과 기존 이데올로기의 대립, 이데올로기간의 대립, 지역주의와 반지역주의의 대립과 같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의 해결방식이 '부정의 정의'라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해결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정의 정의라고 하는 것은 '오이가 무어냐?'라는 질문에 '오이는 당근이 아닌 것이다'라는 식의 논리적인 한계를 가진다. 많은 경우 사회의 갈등과 분쟁과 토론장의 풍경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자.

보수 내지는 수구 언론으로 일컫어지는 메이저급 신문을 제외한 것이 '참언론'이고 언론 개혁의 지향점의 요소를 가진 언론이라는 인식이 있다. '수박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고 해삼도 아닌 것'이 '딸기'의 정의가 될 수 없듯 '조선일보도 아니고 중앙일보도 아니고 동아일보도 아닌 것'이 '참언론'이 될 수 없고, '이회창도 아니고 노무현도 아닌 것'이 '참 지도자'가 될 수도 없다.

'조중동 아닌 것'이 참 언론이라면 참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조중동의 모든 긍정적 요소까지 버려야 하고, '이회창 아닌 것, 노무현 아닌 것'이 참 지도자라면 이회창과 노무현의 장점까지도 모두 버려야 한다. 이렇듯 '부정의 정의(negative definition)'는 대개는 비논리적이고,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고 때로는 난폭하고 파괴적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의 상징은 교육 분야의 '4지(5지)선다형 문제 풀이'라는 견해도 있다. 오답이 아닌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것이다. 피교육자의 창의적이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방식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네가지(혹은 다섯가지) 보기 중에서 정답을 요구받을 때 정답에 접근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가장 틀린 보기부터 차례로 제거해 가는 방식이다.

정답을 만들기보다는 틀린 것을 찍어내는 훈련만 받은 탓인지 모두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비전제시에는 약하고 틀린 것,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찾아내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보유하게 길들여진 모양이다. 또한 틀린 것을 모두 골라내면 나머지는 곧 정답이라고 착각하게 된 모양이다.

부정의 부정은 반드시 긍정이 될 수 없고, 오답이 아닌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사안이 뻔한 경우, 대답의 다양성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경우(물론 이런 판단은 누군가에게 위임되거나 할 성질은 아니지만) 적시성, 시의적절성, 견제를 위한 비판을 위해서는 부정의 부정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정의 변증법 혹은 역, 이, 대우 같은 기본 명제나 발상의 전환도 부정의 부정이라는 논리적 기원을 갖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 정치자금 수수 등과 같이 상호간의 흠집잡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외면적인 흠집, 반대를 통한 논리를 강요하고 강조한 연후에 남는 것은 '보다 자극적인 것', '보다 찐한 것' 밖에 없을 것이고 곧 정책 대결이 아닌 인기 위주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리라 생각한다.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획일적인 사안을 강조하는 문화의 폐해를 인식하고 차근 차근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수사학 혹은 괴변 역시 하나의 화술이자 선동술이 되겠지만 그것에 이끌려 발생한 일련의 사안들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는 것은 '선동가와 국민' 모두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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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鋒 2003-07-27 08:26:42
부정의 정의 negative definition는 "definition of negative" 인지 "negative of definirion" 인지........... 제목은 "부정否定의 정의 定義"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부정이란 무엇인가?"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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