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신고정신에 멍드는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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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신고정신에 멍드는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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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장마비를 몰고오는지 늦은 밤까지 식을줄 모르는 무더위에 아이와 먹을 아이스크림이나 살까하고 가게에 들르는 길이었다.

골목길 저아래 무엇인가 웅성웅성하더니 곧이어 엥~엥~하며 소방차 몇대가 연달아 들어선다. 소방도로라고는 하지만 골목길이 좁다보니 커브를 트는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 듯 멀리서 봐도 소방차는 연신 소리만 낼 뿐 선뜻 골목길을 완전히 돌아서지 못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불구경은 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바로 지척의 일이고 보니 그냥 돌아설 수 없어 몇 발짝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어디선가 연기가 나는 듯도 하여 들여다보니 골목안 여관이 있는 곳 같아 보여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보았다.

"저기서 불이 난건가요?"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불이 났는지 불길도 잘 보이지 않고…"하며 말을 흐렸다.

여기저기 알만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아이스크림이 녹는 줄도 모르고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한참 뒤에 확인된 결과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방역을 했는데, 누가 연기나는 것을 보고 불이 났는 줄 알고 얼른 신고한 것이라나. 허탈한 건 소방관들이나 불이 난 줄 알고 모여들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발빠른 대처를 한다고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물론 불이 났다면 그야말로 촌각을 다툴 일이다. 사람의 목숨은 물론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그 어찌 발빠른 신고정신을 뭐라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조금만 냉정했더라면 하는 씁쓸함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이 무더운 날씨에 불이 난 줄만 알고 장비며 복장을 챙겨 출동했을 소방관들 때문이다.

불이 났다는 것은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물론 허위신고는 아니라지만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무신경이 또 얼마나 많은 낭비를 자아낸 것일까.

방역을 했다는 그 여관도 그렇다. 그런 예정이 있었다면 벽에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방역중임을 알릴 수도 있었을터인데 조그만 배려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된 시민정신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국 한밤중의 불난리는 한여름밤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내가 한일이 아닌데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급하게 출동했을 그 소방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내내 가슴에 남았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적지않은 일들에 무책임한 일들을 자주 범하지는 않고 사는지 한 번 짚어 볼일이다.

좀더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우리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갈 때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에 적어도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이 될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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