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네티즌들은 사물의 이름이나 개념을 바로 알고 쓰는 버릇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은 '나라'와 '정부'의 개념 구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라' 또는 '국가'라고 우리가 말하는 경우에 이 개념은 아주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아주 정신적인 그 어떤 실체를 일컫는 것이지요. 물론, 국가 주권. 영토. 국민을 그 개념 요소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라기 보다는 그러한 요소를 구성 요소로 하는 추상적 실체를 '나라' 또는 '국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국적국가 (nationality state) 시대입니다. 주권을 가진 국가의 시민이 특정 국가의 국민이 되는 시대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비록 이 땅에서 태어나고 우리와 같은 피부색을 가지기는 했으나 미국으로 이민 가서 그 나라의 시민권을 취득한 이른바 미국 교포는 미국이 "우리나라" (our country)이며, 한국을 향하여 "우리나라"라는 말을 해서도 그리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에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독일인 <이참> (구 한국명 이한우)씨가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서 이 나라를 지칭하여 "우리나라"라고 하고 자기 본국인 독일을 가리켜 말하기를 '독일'이라고 하는 걸 제가 직접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게 오늘날 국적국가 시대의 시민이 가질 바른 태도요 생각인 것입니다.

'정부'를 '나라' 또는 '국가'로 착각하거나 잘못 부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더구나 이 나라 정당의 지도자 되는 분이 그런 말을 할 때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정부' (the government)란 주권국가가 그 헌법에 따라 조직한 구체적인 통치체 (governing entity)를 일컫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주 구체적인 개념입니다. 거기에는 국가 원수인 공화국 대통령이나 수상이 있고, 때로는 군주국가의 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국가원수 아래 구체적인 행정을 하는 부서장들이 있고 이들이 모여서 '내각' (cabinet)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그 당시 <한나라당> 총재였던 이회창씨가 그 당시의 집권당의 행태가 못마땅한 나머지 "이런 놈의 나라가 어디 있나!" 운운한 적이 있는데, 이 때는 '나라'가 아니라 '정부'를 사실 지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 따위 정부가 어디 있나!"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나라' 또는 '국가'는 사실 "불가시" (invisible), "불가훼손" (inviolate), "불가촉" (unpalpable)의 신성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눈으로 볼 수가 있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가 있으며 훼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느 동료 네티즌이 그의 특정 주제의 포스트에서, "...북의 핵무기 개발 혹은 보유 노력은 민족의 자존과 자주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정수준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핵주권은 물론 미사일주권까지도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한국의 어리석고 한심한 경우를 볼 때는 더욱..." 운운하고 있는데, 이때 그는 '한국'이라고 하지 말고 '한국 정부'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그 이름을 "대한민국"이라고 하든 줄여서 '한국'이라고 하든지 간에 그 이름은 구체적 정부가 아니라 추상적인 주권적 실체인 것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외교 행위를 하는 주체는 바로 "한국 정부"이지 "한국"은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