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다시 맞붙은 위, 촉,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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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 다시 맞붙은 위, 촉,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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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작업 끝에 황석영판 <삼국지> 나와

 
   
  ^^^▲ 황석영판 <삼국지> 표지
ⓒ 창작과비평사^^^
 
 

"일본에서는 오히려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그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하는 작품도 있으며, 우리 번역본 중에도 은근히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는 패권과 현실에서의 힘을 추구하는 가치관에서 비롯한 것이다. 나는 저러한 이른바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 백성들의 보편적인 염원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축이다."

이른바 유비(관우, 장비), 조조, 손권이 중원을 놓고 벌였던 삼국의 혈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가. 최근 서점가에서는 삼국지에 대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이문열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던 삼국지 시장에, 촉한을 정통으로 삼은 황석영의 <삼국지>가 뛰어들었기 때문.

게다가 솔 출판사에서 김구용 판 <삼국지연의>의 개정판을 들고 나와 황석영과 이문열의 <삼국지>보다 더 정통적인 완역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말 그대로 위, 촉, 오, 가 서점가에서 다시 한번 맞붙은 셈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는 이달 출간과 더불어 30여 만부가 팔려나간 황석영판 삼국지가 가장 먼저 중원에 깃발을 꽂은 상태.

황석영 판 <삼국지>(전10권, 별권1권, 창작과비평사)는 1999년 샹하이 강소고적(江蘇古籍)출판사에서 출간한 <수상삼국연의>((綉像三國演義)를 원본으로 삼았다. 이 판본은 샹하이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의 간체자 판본(초판 1953년)을 번체자로 바꾼 것으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원본이라고 학계에 정평이 나있는 책이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황석영 판 <삼국지>는 2백10수에 달하는 한시들을 빠짐없이 수록, 고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국 인물화의 대가 왕훙시 화백이 그린 컬러삽화 150여장이 마치 책갈피처럼 곳곳에 수록되어 있다. 게다가 기존에 나와있는 번역본들의 오류까지 새롭게 바로잡았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방북사건으로 수감중이던 1997년 무렵, 문학평론가 최원식과 시인 이시영의 권유로 인해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작가는 이 작업으로 인해 "글쓰기를 못하게 하던 옥살이의 고독과 답답함을 넘어 한문과 우리말 공부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다행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작가 황석영은 2권 분량의 번역을 옥중에서 마무리한 뒤 출옥, 모두 7년여의 세월 끝에 10권을 모두 마무리한다. 그리고 작가는 옮긴 이의 말에 이렇게 쓴다. "나는 고전 그대로의 정신과 역사의식을 전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했다. 젊은이들에게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이기 때문이다."라고.

 

 
   
  ^^^▲ 황석영판 삼국지 본문
ⓒ 창작과비평사^^^
 
 

황석영 판 <삼국지>는 모두 10권과 부록 <즐거운 삼국지 탐험>(비매품) 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 '도원에서 맺은 의리', 제2권 '패권을 다투는 영웅들' 제3권 '고난을 넘어서', 제4권 '풍운을 만난 용', 제5권 '천하 삼분의 시작', 제6권 '서촉으로 가는 길', 제7권 '무상한 원한', 제8권 '남은 뜻을 위하여', 제9권 '하늘이 정한 운수', 제10권 '천하대세는 하나로'가 그것들이다.

황석영 판 <삼국지>의 특징은 촉한 정통론에 입각해서 썼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가 나관중의 <삼국지> 자체를 실패한 영웅의 일대기라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유비, 관우, 장비의 출신성분이 모두 가난한 민초였고, 의를 지키며 촉한을 세우는 과정 또한 그러했던 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가는 <삼국지>의 원작자 나관중이 원의 지배체재에 항거하는 농민봉기에 가담했다는 것에 깊이 주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는다. "나관중의 이력을 살펴보라. 그리하면 나관중이 삼국지에서 당대 민중들과 더불어 추구하려고 했던 최고가치가 무엇이었는지 금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렇다. 나관중의 이러한 역사의식은 황석영의 역사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작가 황석영이 <서유기>나 <손자병법> 등을 밀쳐두고 <삼국지>를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동안 황석영은 탄탄한 역사의식을 주춧돌로 삼아 현실의 속내를 유감없이 파고드는 작품들을 수없이 발표했으니까.

 

 
   
  ^^^▲ 황석영판 삼국지 10권
ⓒ 창작과비평사^^^
 
 

황석영판 <삼국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약자, 번체자의 대조 교열은 우석대 전홍철 교수가, 한시 번역의 감수는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맡았다. 또한 삼국지에 나오는 전투와 사건 전개에 따른 이해를 돕기 위해 35장의 지도까지 그려넣었다.

각권 앞에는 삼국지의 주요 무대가 되는 중국대륙의 지도와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그림과 함께 곁들였으며, 본문 중에 나오는 어려운 낱말 옆에는 주석을 넣었다. 부록 <즐거운 삼국지 탐험>에는 30여 명의 주요 등장인물과 간략한 일대기, 삼국지 관련 유적과 각종 병장기, 고사성어 등을 실었다.

한편, 황석영판 삼국지가 나오기 전의 삼국지 시장에서는 1988년 민음사에서 초판을 펴낸 이문열판 <삼국지>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팔린 부수만 해도 1500만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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