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르쳤던 머리가 좋은 한 학생의 이야기다. 그는 맞벌이 부모를 둔 탓에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나가기 시작하여 8년째 다녔다고 한다. 머리가 좋았으나 성적은 반에서 항상 중간 정도였다. 그러나 공부가 지겨워 학교에만 오면 수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아이는 학원으로만 내몰렸고 단순 암기식 학원 수업으로 인해 공부에 흥미를 잃어 헤어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머리도 좋고 학원을 수년씩이나 다녔는데도 왜 성적이 좋지 않지?"라고. 대답이 가관이었다. "선생님 저는 학원만 나가면 돼요. 엄마 아빠가 학원만 나가면 아무 간섭도 안 하니까요" 학원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혼자서는 공부를 할 수 없어요, 불안해요. 학원선생님이 옆에 있어야 나는 마음이 놓이는 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나라의 많은 학부모들이 왜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지에 약간은 이해가 되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부모가 할 일을 다하는 것으로 여긴 탓에 학원 중독증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학원의 주입식 학습으로 인해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 것이었다. 또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끊임없는 탐구욕구가 사장(死藏)되어 있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 결론을 맺고 있다. 학원의 선행학습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게 하고"(39.9%), "혼자 공부하는 능력을 떨어지게 한다"(42.8%), "학교교사를 불신하게 한다"(61.6%). 학원에 의존하면 할수록 학교는 그만큼 신뢰를 잃게 되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를 사장(死藏)시키는 결과를 낳아 학생이나 학교 어느 곳에도 그리 득 될 게 없음을 말해 주고 있다.
9살에 미국의 최연소 대학생이 된 '쇼'의 어머니는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라는 책에서 우리의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은 아이들의 영재성을 죽인다고.
그녀는 열성적인 교포어머니의 예를 들었다. 그 교포는 딸아이의 피아노 교습소에 따라 다니며 피아노 연주 자세와 태도를 지적해주기 위해 비디오로 녹화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딸이 경연대회를 나가자 얼굴과 몸이 경직되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아이의 창의성을 죽인 결과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쇼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학원으로 내몰아야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여기거나 지나친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그의 영재성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쇼의 영재성은 미국의 한 사립학교 교장이 처음 발견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교장이 학생을 선발하고 면접을 하며 교육 상담을 하기도 한다. 쇼는 교장에게서 영재성을 인정받아 영재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된 것이었다. 사교육이 쇼의 영재성을 찾아주었던 것이 아니라 잘 짜여진 공교육시스템이 그의 지금을 있게 한 것이다.
쇼의 부모는 영재성을 키우는 방법으로, 아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 그리고 인격존중을, 그리고 뛰놀며 배움에 호기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가정환경을 강조했다. 새겨 둘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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