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요즘에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집집마다 인터넷이 안 깔려있는 집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해지하여 지금은 휴대폰이 없는 그야말로 '원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맘은 편하다. 모처럼 만난 지인과 통음을 하다가도 걸려오는 핸드폰에 금세 반응하는 일도, 그래서 술맛을 잡치는 일도 이젠 없다.
2000년대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총아라는 휴대폰과 인터넷의 보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통화와 무차별적 정보의 제공이라는 가히 전방위적 무소불위(!)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우리로부터 사색과 성찰을 빼앗아 간지 오래이다. 또한 필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필자의 생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필자는 모 언론사의 주, 월간지 판매부장인데 요즘엔 솔직히 말해서 밥 먹고살기에도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 요즘은 전직(轉職)을 심각히 고려 중이다. 그건 바로 작금 사상 유례가 없는 불황의 심화 탓도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실은 본질적인 단초가 됐다.
인터넷의 보급확산은 그간 오프라인에서 정독하며 사색했고 선현과의 만남까지도 창출했던 많은 독서인구를 유리하게 했다. 그건 바로 주마간산격의 '대충대충 독서자'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몇일 전 신문의 외신면을 보니 <세계 포르노 잡지의 양대 산맥 중 하나였던 펜트하우스 문 닫을 듯>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바로 90년대 들어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물이 범람하면서 판매부수와 광고의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펜트하우스 잡지를 처음 돈 주고 사 봤던 것은 지난 20대 즈음이었다.
허름한 중고서적 판매상에게서 돈을 주고 샀지만 도둑질한 놈 마냥 왜 그리도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던지!
필자 역시도 응큼한 40대 남자여서인지는 몰라도 이따금씩 인터넷의 포르노물을 접하고는 있다. (아이들이 안 볼 때만!) 그래서인지 돈을 주고 구독하는 오프라인의 잡지류는 이제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음은 필자 역시도 인지하게 되는 이심전심이자 인지상정이다.
각설하고 어제 모처럼 만나 점심을 함께 한 어떤 지인은 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걸려오는 휴대폰 통회에 그만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모르게 그렇게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전에 해지한 휴대폰의 압제(壓制)에서 풀려난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혼자서 미친 놈 마냥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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