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쿠노 우째서 이 거미가 너거끼고 먼저보는기 임자지”.
“바라, 임마 우리집 담장에다 거미줄을 쳤다 아이가. 그리고 이 거미는 내가 맨날 키운다”.
“새끼 우끼고 있네”
“용차이 이기라, 정기 이기라”.
여름날 아침 동네 친구들끼리 거미줄때문에 싸움이 납니다. 어떤날은 멱살잡고 코피 터지게 싸우기도 합니다. 옛날 언덕배기 우리집은 무궁화 담장이 쳐져 있었고 큰 무화과 나무가 있었는데 그곳에 거미줄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더운 여름날 아침, 집 앞 담장밑에서 저와 친구들이 왜 거미 한마리 때문에 싸웠는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짐작하셨다면 상당히 눈치가 빠르신 분 입니다. 아니면 한번쯤 거미를 놓고 친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신 경험이 있거나 말입니다. 사실은 거미때문에 싸움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놈이 밤새 처놓은 거미줄 때문입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매미를 잡는 일은 나와 친구들에게 중요한 일과였고 집에는 대나무로 만든 매미채 하나쯤은 있어야 폼이 났었을때입니다.
매미채는 어렵게 구한 철사나 대나무가지를 둥글게 만든뒤 대나무 끝에 끼우고 줄로 단단히 묶어 만듭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미줄 망 입니다.
주로 소나무나 서나무에 사는 털매미가 우리들의 사냥목표였는데 왕거미나 호랑거미의 거미줄로 만든 매미채로 덮치면 백발백중입니다.단순하게 생각해보세요. 왕거미나 호랑거미가 친 대형 거미줄이 화장실 거미줄에 비하겠습니까.
문제는 제 아무리 거미줄의 품질이 좋아도 거미가 없으면 낭패 아닙니까. 집집마다 거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아침마다 거미줄 전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먹이를 만나 듯 우리들의 거미줄 사냥은 한여름 동안 계속됐습니다. 단 하나, 친구들과 나는 화가 난다고 절대로 거미를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거미가 죽으면 모두 손해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영악한 친구가 거미를 잡아다가 자기 집 앞 담장에 놓아두는 일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매미가 많아서 아무 나무나 손으로 덮치면 한 두 마리 씩 잡힐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잘 잡히지도 않습니다.
올 여름 왕거미로 매미채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털매미가 얼굴에 오줌을 냅다 갈기고 도망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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