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배달부의 세상일기 1 - 비오는날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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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배달부의 세상일기 1 - 비오는날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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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아저씨의 커피한잔이 너무 좋은 신문배달부의 일기

모두가 깊은 잠에 취해 있는, 또는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려는 새벽 2시 30분.

어김없이 신문배달을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커피한잔과 담배 한 대를 들고 매일 집을 나선지도 많은 날들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많은 비가 왔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오늘처럼 엄청난 비가 오늘 날에는 모든 준비사항이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대충 비닐 작업을 한 신문은 그냥 물걸레가 되고 제대로 비닐 작업을 한 신문도 몇 퍼센트의 압착밀봉의 실패의 수가 여지없이 작용하여 그 조그만한 틈으로 빗물은 여지없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배달보다 신문챙겨가는 과정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비닐작업하는 기계는 몇시간째 강행군으로 벌써 제 기능을 다 상실하였고 노란색 우의를 입은채 자기 신문 챙기기에 바쁜 우리 지국 식구들은 벌써 비와 땀으로 이상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결국 늦게 출발하는 어쩔수 없음은 빨리 배달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전혀 소용없습니다. 오토바이의 타이어는 엄청난 비와의 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전혀 브레이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파트 계단이라도 빨리 올라가야지 하면 미끄러운 바닥과 이미 젖어버린 나의 신발은 절묘히 결합하여 그냥 "쿵" 하고 넘어지기 일수입니다.

비닐로 인해 부피가 커져버린 신문은 자기가 있어야 할 오토바이 뒷자리에 가만 있지 못하고 미끄러움과 빗물의 방해로 인해 여지없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다시 재정비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근처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벌써 다른 신문을 돌리는 또 한명의 일꾼이 제가 생각한 일을 여지없이 그 자리에서 먼저 하고 있습니다.

같은 직종의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동지애를 바탕으로 서로 비닐을 빌리고 담배 한대를 피면서 조금이나만 비가 그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날은 차라리 제 몸을 빗속에 그냥 맡겨버립니다. 그리고 전 아름다운 수필가가 됩니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면 참으로 다양한 세상에 신기할 따름입니다.

새벽 2시가 넘어 집앞을 나서면 제일 먼저 작별을 하는 많은 연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골목에서, 집 앞에서, 술집앞에서 그들은 끌어안은채 말이 없습니다. 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문을 한창 돌리면 제 시간에 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고깃집 아저씨, 가요방 아르바이트 생, 맥주집 여 종업원, 큰 빌딩들의 수위 아저씨 등.

새벽에 약 5초 동안에 짧은 인사를 서로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습니다!"

"오늘은 신문이 좀 늦었네!"

"나도 신문 한부만 주라!" 등 짧은 시간에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냅니다.

오늘 어떤 아저씨는 "아저씨! 아침에 신문배달할때 저처럼, "수고하십니다!" 라고 하는 사람 저밖에 없죠?" 라면서 흐뭇해 하십니다. 그런 아저씨를 보란듯이 옆집 고깃집 아저씨는 "학생! 잠깐만 있어!" 그러시면서 시원한 감주 한잔을 갖다 주십니다.

이렇게 작은것에 기분 좋아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피곤한 몸도 마음도 조그마한 관심에 다시 활력을 찾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악연도 있습니다.

술을 많이 드신 한 여성분은 왜 굳이 제 오토바이를 붙들고 오바이트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닦을것이 많아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분은 비틀비틀 거리시면서 저한테 다가오시더니 결국 오토바이를 꼭 끌어안고 쓰러지십니다. 한번 잡은 신문은 왜 그렇게 놓지 않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문을 집어넣어야 하는 입구에서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주무시고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말이 귀에 들릴 정신이었다면 집에 가실 분이기에 제가 정중히 다른 자리로 이동시켜 드리고 신문을 집어 넣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스포츠 신문'을 좋아합니다.

잠시 돌아서는 순간에 어느덧 스포츠 신문 한 부를 들고 반대쪽으로 도망치십니다. 왜 그렇게 작은 일에 양심을 파시는지도 모르겠지만 허구헌날 '누구누구 누드 찍었다!", "누구누구 연인사이다!" 그런 보도만으로 선량한 시민의 마음을 테스트하는 신문사도 분명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리따운, 물론 술에 만취하신 한 여성옆을 지나가다가 살짝 물이 튀겼습니다.

그렇게 비틀거리던 여성분은 바지에 빗물이 묻자 (사실 튀기기 전에도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언제 정신을 그렇게 차리고 남자친구에게 온갖 하소연을 합니다. 남자친구 역시 여자친구가 보란듯이 저한테 큰소리로 뭐라고 그럽니다. 잘잘못을 가려 싸우고도 싶지만 그럴 힘조차 없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신문배달하는 저를 무슨 동네 어린이로 생각하십니다. 그냥 반말로 "야! 오늘신문 한 부! 잔돈은 이것밖에 없어!" 그러십니다. 역시 대꾸할 힘조차 없습니다.

늦었다고 아예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한번만 더 이러면 신문 안 볼 줄 알아요!" 하시는 분, 4층 난간 3번째에 꼽아야 하는데 2번째에 꼽았다고 화내시는 분,조금 젖었다고 화내시는 분.

신문이 집에 날라 들어오다가 화분이 박살났다고 하시는분, 빨래대가 넘어졌다고 하시는 분.(하지만 대게 이런 경우는 던진 신문에 놀란 고양이가 도망치다가 저지르는 사고가 대부분입니다)

하루 4시간, 400부의 신문을 싣고 이리저리 돌다보면 하루라도 깔끔한 날이 없습니다. 특히 오늘까지 억수로 비오는 날은 더욱 심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문을 돌리는 각종 회사가 들어있는 한 10층 빌딩이 있습니다. 오늘은 9시가 다 되어서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아침회의가, 조회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노란색 우의를 입은 한 청년이 신문뭉치를 들고 사무실로 비를 질질 흘리면서 들어갑니다.

"아니! 이렇게 물을 흘리면서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라고 무안부터 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이구! 오늘 비가 와서 많이 늦으셨네요~! 고생 많으시죠?" 라면서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따뜻한 말 한미로 피로를 풀어주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신문 한장마저 다 돌리고 빌딩 정문으로 내려오면 어느덧 서로 안면이 많이 알게 된 수위아저씨의 따뜻한 커피 한잔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한잔에 저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음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아저씨는 계속 비에 홀딱젖은 제 걱정입니다. 그 걱정만으로도 그 피곤하던 몸과 마음은 깨운한 아침을 연 젊은이의 아름다움으로 변했습니다.

비 오는 날, 저는 아름다운 수필가가 됩니다. 그저 제 주변만 둘러보아도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여러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어차피 사람들 사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사람들 세상을 보는 신문배달부의 새벽일기.

그 첫번째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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