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합동토론 개최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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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합동토론 개최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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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합동토론 무산되나' 기사를 보고

^^^▲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MBC 100분토론'의 메인화면 모습^^^
MBC TV가 추진하고 있는 오는 31일의 대선후보 합동토론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이 대선후보 공식등록 이후 합동토론회에 응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국민통합21의 정몽준 의원측이 이 후보의 불참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이 후보의 토론회 불참 의사가 '국민을 안하무인으로 보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 당의 입장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이 이번 합동토론회 무산 사태의 본질적인 측면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등이 MBC TV 합동토론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즉 합동토론회 거부는 토론회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MBC 의 보도 태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선후보의 토론회 거부라는 측면에서만 살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언론 일반의 공정성 문제, 특히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MBC TV가 불러온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MBC TV는 '미디어 비평' 등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당과 특정 후보에 대해 현저히 편향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토론 프로그램에서조차 그 공정성을 두고 상당히 비판적인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MBC 100분토론'의 경우, '짜고 치는 100분 쑈'라고 하는, 토론프로그램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비난까지 받은 바 있다.

"나는 정치적으로 중립이 아니다." "칼럼니스트가 반드시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 "정치적 중립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칼럼니스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이냐 여부가 아니라 어떤 칼럼니스트가 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태도를 형성하고 표명하게 되었느냐는 문제다."

'MBC 100분토론'의 전 사회자인 유시민씨가 하고 있는 말이다. 유시민씨의 이 주장 자체에 다른 의견은 없다. 원론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칼럼니스트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차이를 전제로 한 동의이다.

유시민을 비롯하여 소위 '이회창 대통령은 안된다'는 이상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자주 조중동의 보도 태도와 논조를 비판하곤 한다. 조선일보의 '정치성향'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유씨가 말한 위의 발언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이들이 조선일보를 비판할 근거 또한 찾기 힘들다. 유씨의 말처럼 정치적 중립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면, 조선일보 또한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란 없기 때문이다.

유시민씨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이냐 여부가 아니라 어떤 칼럼니스트가 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태도를 형성하고 표명하게 되었느냐는 문제'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들이 과연 유시민의 이런 문제의식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 나는 전혀 근접해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조중동 비판의 행태로만 따진다면 그들은 이런 문제 의식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유시민씨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러나 이걸 따져 보자는 데 있지 않다. 유시민씨가 진행하던 'MBC 100분토론'을 사람들이 왜 '100분 쑈'라고 혹평하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유시민씨가 위에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이 말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맥락에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할 때, 그것은 명백히 유시민이 말한 맥락에서가 아니다.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는 등의 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일정 부분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중립'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과 입장을 떠나 적어도 그 '정치적 중립'의 위치에 서지 않을 수 없는 특정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맥락에서다. 다시말해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게 아니라, 적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에 쓰는 표현인 것이다. 이를테면 유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던 'MBC 100분토론'의 사회자의 위치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만일 유시민씨의 논리 대로라면 선관위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며 선거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적어도 그가 선관위 일을 하고 있는 동안만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선거의 '공정성'이 심히 훼손될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이란 말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그 본래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가 언론의 중립성을 말하는 것(솔직히 말해 나는 언론의 중립성이라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언론의 공정성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말이다) 또한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씨의 저 발언은 매우 정직하지 못한 발언이다. 한마디로 '유시민의 궤변'인 셈이다.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자유다. 그걸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응당 공정성을 먼저 생각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공정성을 담보로 그에게 부여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인 주장을 강제한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다. 그건 옳지 못하다. 'MBC 100분토론' 사회자로서의 유시민씨에게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이런 맥락에서다.

'MBC 100분토론' 사회자로서 유시민씨는 과연 공정했는가? 각각의 정파적 입장에 따른 평가를 떠나 유시민 자신의 발언만을 두고 보더라도 그 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유시민씨의 발언은 자신을 지지하는 몇몇 사람의 이야기를 밑천삼아 그걸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하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을 호도하는 일이고 나아가서는 모욕하는 일일 수 있다.

언론의 중립성 혹은 공정성은 언론의 역사와 함께 해온, 언론을 언론이게 하는 언론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씨의 경우에서처럼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변으로 호도되어서는 안되는 문제다.

나는 현재 MBC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가 유시민씨의 이런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과거 어떤 언론에 못지않게 '정권의 나팔수' 노릇에 열심이던 MBC가 현 정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과거의 그 나팔수 노릇과 하나 다를 바가 없다.

'MBC 미디어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타 언론에 대한 비방 수준 또한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탁월한 카멜레온식 변신술을 선보이며 자신과 다른 입지에 있는 언론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더 당당한 뻔뻔스러움을 뽐내고 있다.

'칼럼니스트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발언하다가 종국에는 정치권으로 뛰어든 사람에게 '공정성'을 담보로 하는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 지위를 맡기는 곳이 바로 MBC다. 모든 지적과 비판에는 귀를 막은 채 오로지 자신들만이 정론임을 내세우며 오늘도 열심히 타 언론 비방 프로를 만들기에 열심인 곳이 MBC다. 그런 곳에서 이뤄지는 토론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짜고치는 고스돕판'인 줄 알면서도 고스돕판에 뛰어들 사람은 없다. '짜고 치는'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치는' 대로 '맞을' 사람은 더욱 없다. '짜고 치는'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왜 '치는'대로 맞아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MBC의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 무산을 두고 누굴 탓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MBC TV는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할 자격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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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바라 2002-10-24 10:20:34
한나라 MBC 개별토론 참석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 한나라당이 '병풍" 보도 등을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MBC와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첫 작품은 오는 31일 MBC 초청 대선후보 정책토론회에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참석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MBC 주최 방송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입장 변화는 대선을 앞두고 특정 방송사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결코 당과 후보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밝혔다.



한나라당은 최근 열린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MBC와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이회창 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휘부(梁輝夫) 언론특보는 24일 "우리당과 MBC간 관계정상화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MBC측이 31일 개별토론을 하자는 공문을 보내와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MBC에 대해서만 다른 방송사와 달리 별도의 잣대로 프로그램 출연 여부를 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식 선거운동 돌입 이전에는 주최 기관과 무관하게 합동토론회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은 고수키로 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민주당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이한동(李漢東) 3자의 단일화를 추진중"이라며 "단일화시 3명중 2명이 낙마할텐데 출마하지 않을 사람과 합동토론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국민기만인 만큼 합동토론회를 하려면 1차 시험인 DJ당 후보 관문부터 통과하라"고 주장했다.

choinal@yna.co.kr
(끝)
2002/10/24 10:07


충무공 2002-10-25 01:09:00
이민주씨 혹시 유시민씨에 대한 열등감이라도 있는거 아닌가요?
당신의 글을 읽다보면 당신도 유시민씨 버금가는 달필이시지만 당신의 주장을
읽다보면 웃음밖에 안나오는군요? 당신이 쓴 글중에 중립얘기가 나오지만 당신의
주장을 읽다보면 당신도 중립은 절대 아니지요. 아무튼 참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건필하십시요. 그래야 이민주씨 글읽고 웃을수 있는 일이 많아질거같아서...

바이바이 2002-10-25 11:19:42
그냥 갈까 하다 한마디 하고 간다. 터져나오는 인터넷정보에 시간상 쓸데없는 곳에 덧글붙이는 걸 삼가하고 있었는데......
옛날생각해서 찾아와 봤더니 격세지감이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이 정도밖에 인식능력이 없는 글쓴이는 전혀 이해 못할 것같아 충고조차 그만 둔다. 내일신문 아듀.

수고하세요 2002-10-25 16:33:21
똥에만 파리가 꼬이는것이 아니죠 정성스럽게 장만한 성찬에도 파리들이 꼬이죠
파리가 꼬인다고 신경쓰지 마시고 좋은글 많이 쓰세요

민주시민 2002-10-25 17:49:32
유시민의뻔뻔함과 mbc의번뻔함
정말 짜증납니다.

공영방송은 모든 국민이 공유권을 가진것임에도 안하무인격으로 자기목소리만 내는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것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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