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들을 읽어봅니다. 예전에 쓴 글들에 비해 이젠 많이 편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분들은 금세 아실 것입니다. 내 글은 아직도 평화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내 마음은 아직도 알 수 없는 슬픔에 젖어 있고, 내 귓가에는 나뭇가지를 스치는 찬바람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글은 아직도 어둡고 칙칙하기만 합니다.
당신들이 쓰신 글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인도하는 대로 마음 길을 따라서 걸어가 봅니다. 당신들의 글, 당신들의 마음에는 어찌 그렇게도 큰 평화가 가득한지요. 그 글들을 읽다보면 내 마음에도 가만히 평안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나는 그 길을 그저 슬쩍 바라보며 빗겨 지나갈 뿐입니다.
당신들의 평화로운 동산엔 내가 안식할 자리가 없습니다. 사람에겐 저마다에 맞는 안식처가 있나봅니다. 내 마음에 아직 폭풍이 그치지 않는데, 어떤 항구에 기대면 거센 바람이 그칠까요? 물결이 일렁이면 일렁이는 대로, 파도가 몰아치면 그런대로, 이리저리 밀려다녀야 하겠지요. 언젠가는 모든 번민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림처럼 맑게 갠 날이 찾아오겠지요.
나는 아직도 조금 더 이곳 바람 찬 벌판에서 거닐어야 하나 봅니다. 아침 동이 틀 때, 저녁에 노을이 깃들 때. 조그만 슬픔에도 몸을 떨며 흐느껴 울어야 하나 봅니다. 마흔을 넘게 살아온 이 세상 어귀에서 아직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나 봅니다. 나는 방랑자일 뿐. 그대의 달콤한 평화는 아직 내 입에 맞지가 않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저 어색할 뿐입니다.
나는 아직도 하루하루 사라져가는 날들이 아쉬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울음으로 지샌 밤이 몇이나 될까요. 그대가 작은 것에 감동하며, 타인들에게 그 밝고 고운 마음을 나누어줄 때. 그대가 순수한 열정에 가득 차서, 그토록 순박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 하루에도 나는 또 다른 슬픔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나에게 남은 희망은 아직 생명이 남아 있음이고, 남아있는 의미는 아직 노력할 수 있음입니다. 나는 이 세상 아직 내 발길이 닫지 않은 또 다른 구석을 헤집고 다녀봅니다. 지금쯤 나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습니다. 평화는 이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어딘가를 향한 발길을 그치지 못합니다. 내 마음에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내면으로 침잠하라. 그리고 나에게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내 내면에는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 귀 기울여 보라.’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조금의 용기를 내어 나도 당신들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내딛어 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삶에 익숙하지도, 편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내뿜는 한줌의 미약한 향기는 허약한 미풍에도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내 마음에 이는 어지러운 바람이 가라않으면, 나도 사랑으로 가득한 평화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야 하겠지요. 그러나 정처 없는 방황에 익숙한 내 발걸음은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나를 인도합니다. 나의 부끄러운 용기를 갉아먹습니다. 그러나 어딘가에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이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 내가 진정으로 안식하고 사랑으로 불태울 곳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내 가슴은 비어있고, 내 밤은 불면에 시달립니다. 밤하늘에는 밤새 세어도 다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있겠지만, 내 시력으로는 볼 수 있는 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밤. 다시 한번 용기를 냅니다. 그 별들만큼 만, 내 나쁜 시력으로 셀 수 있는 그 별들만큼만 좌절하고, 또 다시 용기를 내겠다고. 그러면 그때쯤이면 나는 좀 더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직도 단련되지 못한, 이 슬픔 많고 여리기만 한 이 마음을 좀더 포근해 질 수 있을까요? 지금도 바람이 불고, 거리는 춥기만 한데. 나는 홀로 서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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