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바닷새 전례 없는 대량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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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바닷새 전례 없는 대량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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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도 : 조류독감 변이형으로
- 이미 위기에 있는 바닷새 추격 
- 여름 번식지에서의 조류 독감 감염 발생 
- 먹이사슬에 미치는 영향, 큰도둑갈매기는 반감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셰틀랜드 제도 지도 / 사진 : 셰틀랜드 제도 홈페이지 캡처
셰틀랜드 제도 지도 / 사진 : 셰틀랜드 제도 홈페이지 캡처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셰틀랜드 제도(Shetland islands)의 좁은 지협에서 초라한 모습의 새 한 마리가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래에 웅크리고 있다. 잿빛과 흰색의 얼룩무늬 날개가 바람에 부추겨도, 그 어린 갈매기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지 않으려 한다. 얼마 전 시작된 새로운 트러블의 징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난 8월 하순 보도한 내용이다.

큰 갈매기는 갈매기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며, 자라면 날개를 펼친 폭이 1.6m 이상이나 된다. 그러나 이 개체가 북대서양 하늘을 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같은 해변에 누워 있는 수십 마리의 흰 가다랭이(white bonito/skipjack tuna)도 주변 섬들에 흩어지는 무수한 시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 같고, 머리는 뒤로 젖혀지고, 날개는 펼쳐있으며, 블루베리 빛깔의 한쪽 눈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2022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경고를 한 것은 이런 새의 시체나 빈사(瀕死)상태의 새들이었다. 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아형-亜型)의 기원은 1996년 중국 거위 농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조류독감에 희생됐고, 과거에는 인간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1년 바이러스가 있는 주식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서 더 강한 감염력을 갖게 됐다. 올해의 변이 바이러스는 특히 바닷새에 강렬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에서 셰틀랜드를 담당하는 케빈 켈리(Kevin Kelly)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켈리는 거의 매주 방호구에 몸을 감싸고, 새들이 모여 목욕하는 내륙 수역에 흩어져 있는 50마리 가량의 시신을 수거 소각한다 시신이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모으는 시신은 제도 전체에서 죽은 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셰틀랜드에서는 올해 유럽에서도 특히 이른 시기에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발생했다. 바이러스를 반입한 것은 아마도 북극권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는 물새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달 사이 많은 새들이 모이는 번식 콜로니를 중심으로 야생조류의 대량죽음에 대한 보고가 계속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거위 펠리컨이나 네덜란드의 귀뚜라미, 미국 위스콘신 주 미시간호의 붉은 부리 큰 제비갈매기(Hydroprogne caspia) 등이다. 켈리는 이것은 위기 상황이라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국조류학협회(BTO, British Trust for Ornithology)의 제임스 피어스 히긴스(James Pearce-Higgins)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개체 수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 예는 본 적이 없다. 전혀 전례가 없는 사태라고 말했다.

사진 : BBC TV 캡처
사진 : BBC TV 캡처

 


* 이미 위기에 있는 바닷새 추격 


현재 조류독감으로 인해 감소하고 있는 바닷새들은 이미 수많은 위협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 모든 바닷새의 절반 이상이 개체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거기에는 기후변화, 새의 먹이가 되는 생물의 남획, 어업 혼획(incidental catch, 混獲), 쥐와 고양이와 같은 외래 포유류에 의한 알과 병아리 포식 등 여러 위협이 관련되어 있다.

바닷새는 바다 건강 상태의 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바다와 육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똥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이동시키고, 또 바다 상위 포식자로서 음식망 조절에 기여하고 있는 종도 많다.

케빈 켈리는 바닷새 감소와 그들이 직면한 압력에 대해 우리는 오랫동안 호소해 왔다이번 조류 인플루엔자의 감염은 그동안 경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태라고 강조했다.


* 여름 번식지에서의 조류 독감 감염 발생 


지금까지 조류독감 감염 발생은 일반적으로 월동지에 있는 야생조류 사이에서 일어났으며, 계절의 끝자락에 새들이 분산되면서 잠잠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셰틀랜드의 여름 취락지에 새들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현지 전문가들은 뭔가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H5로 불리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같은 개체에 동시에 감염될 수 있는 서로 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진화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이와 재결합을 반복했지만, 대규모 감염 발생이 될 만한 감염력은 갖고 있지 않았다.

이동성 야생동물종의 보전에 관한 협약(CMS : Convention on the conservation of Migratory Species of Wild Animals)”의 평의원인 루스 크로미(Ruth Cromie)이번 변이 바이러스는 아무래도 전염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염력이 강한 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져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혼잡한 번식 취락지에 모여 있는 동안 바닷새들은 특히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스코틀랜드에는 세계 흰 가다랭이 새(white bonito)의 번식 개체군의 약 절반이 서식하고 있다. 셰틀랜드는 예로부터 흰 가다랭이의 거점이 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심해에서 영양이 풍부한 해류가 상승하는 유럽의 대륙붕 끝 부근이라는 위치 덕분에 먹이가 풍부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7월 중순 셰틀랜드의 주도 러윅(Lerwick)에서 배를 타고 인근 노스섬(isle of NOSS)으로 향하면 180m 높이의 깎아지른 사암 절벽의 좁은 바위 선반에서 수천 마리의 흰 가다랭이가 둥지를 트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머리 위의 하늘은 시끌벅적하게 마치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처럼 새들이 날아다닌다.

그러나 쌍안경으로 번식지를 살펴보면, 둥지 사이에 시체가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랑 밑에는 하늘에서 막 떨어진 시체들이 파도에 부딪혀 하얀 덩어리를 만들고 있다. 바로 근처에서는 큰도둑갈매기(학명 : Catharacta maccormicki)가 물에 뜬 흰 가다랭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

올 봄부터 여름까지는 이보다 더한 상태가 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노스(noss) 섬의 바닷새 취락지에 여행자를 안내하는 투어 가이드(tour guide)해면에 떠 있는 50~60마리의 흰 가다랭이 사이를 누비듯 배를 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 벼랑 위 어딘가에서 배 옆에 죽은 다 큰 새사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  Foula Heritage
사진 : Foula Heritage

 

 

 


* 먹이사슬에 미치는 영향, 큰도둑갈매기는 반감


우려되는 변화는 새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스코틀랜드에는 큰도둑갈매기의 세계 전체 번식 개체 수의 약 60%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공격적인 새들로 둥지에 접근한 상대를 급강하로 덮치거나 다른 새들로부터 먹이를 빼앗기도 한다.

노스 섬에서는 보통 큰도둑갈매기 집단이 흰 가다랭이를 쫓아가 잡은 물고기를 토해내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다고 한다. 흰 가다랭이의 시체가 많이 있으니 먹기는 곤란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새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감염 신경증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뇌 안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되면서 혼란 상태가 되고, 이윽고 다발성 장기부전(多臓器不全, multiple organ dysfunction)에 빠진다.

셰틀랜드에서는 시력을 잃은 채 해변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아 있는 흰 가다랭이가 관찰되고 있다. 흰 가다랭이의 시체를 먹은 큰도둑갈매기도 감염됐다는 것은 이들이 나선형으로(spirally) 몸을 회전시키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분명하다.

평소에는 정말 당당한 새들의 저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라고 케빈 켈리는 말한다. 그는 이렇게 큰 짐승 같은 새가 제 머리도 지탱할 수 없다. 조류독감은 신경에 큰 손상을 준다고 강조했다.

개체수에 관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셰틀랜드 섬 전역의 서식지에 있는 큰도둑갈매기는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최소 반토막 났다. 장소에 따라서는 10마리 중 1마리만 살아남은 곳도 있다. 제임스 피어스 히긴스는 스코틀랜드의 다른 섬들에서도 큰도둑갈매기의 대량 죽음에 대해 같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재 추세라면 이 큰 새는 앞으로 1, 2년이면 멸종될지도 모른다.

현재까지 흰가다랭이에 대한 보고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부 취락지에서는 올해 번식기에 이미 다 큰 어미새의 4분의 1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네덜란드 텍셀섬(Texel Island) 샌드위치 갈매기 등 번식 취락지 전체가 소멸되고 있는 곳도 있다. 영국에서 가장 희귀한 바닷새 긴꼬리제비갈매기(Roseate Tern', 학명, Sterna dougallii) 서식지인 코켓 섬(Coquet Island)에서는 수백 마리가 사망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바닷새의 상당수는 장수로 번식이 더디다. 큰도둑갈매기는 어미새가 되기까지 약 7년이 걸리며, 1년에 2개의 알을 낳는다. 흰 가다랭이는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즉 이들의 개체 수 회복에는 본질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현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어스 히긴스 씨는 말한다.

사진 :  Foula Heritage
사진 : Foula Heritage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은 답을 줄 수 없는 문제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번 조류독감 주식이 인간에게 감염됐다는 보고는 단 한 건뿐이지만 미래에 인수공통감염증(人獣共通感染症, zooanthroponosis)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있다.

야생종에서 우려되는 것은, 건너다니는 바닷새가 이 새로운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를 새로운 무리, 특히 아직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남반구에 가져오는 것이다.

어떤 종이 바이러스를 무증상으로 옮길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제임스 피어스 히긴스는 영국에서 바이러스를 매개할 수 있는 새가 갈매기라고 생각한다.

루스 크로미(Ruth Cromie)는 긴급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야생조류에게 조류독감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기 전에 국가와 지역이 대책계획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대책으로 야생조류 서식 취락지 인근에 양계장을 만들지 말거나 중요한 지역에서는 개 산책을 금지하거나 둥지를 틀던 새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비행금지 구역을 두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 새의 시체를 수거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주류독감 바이러스 감염 중에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사람들의 주목은 주로 가금류 사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추적에 쏠려 있었다. 많은 보호 활동가와 과학자들이 야생 조류의 바이러스 확산 연구에 더 많은 자금을 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빈 켈리는 이번 조류독감 위기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바닷새에 대한 기존의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보호 프로그램에 자금을 투입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셰틀랜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지긋지긋한 심정으로 번식 철이 끝나고 바닷새들이 만들어 놓은 둥지를 떠나 일단 안심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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