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출전은 모든 선수들에게 최고의 영예나 다름이 없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아무리 뽑혀도 그 기쁨은 줄지 않는 것이다. 올 시즌 역시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 많은 선수들이 그 영광을 가질 수 있었다. 최다 득표자인 양준혁을 비롯해 이승엽, 이종범 등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선수만큼 올 시즌 올스타전 출전에 기쁨을 가질 만한 스타도 많지는 않을 듯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 출전이 곧 한국 야구의 신기록이 되는 선수. 이쯤만 해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누군지 짐작을 할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장종훈(35). 86년 데뷔 이후 올스타전 출전만 10회인 한국 야구의 스타중의 스타이다. 그러나 장종훈에게 2003 올스타전은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 해이다. 기량도 인기도 예전 같지 않아 모두가 다 자신을 잊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은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장종훈이 올 시즌 올스타전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장종훈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독주를 거듭하며 지명타자 부분 베스트 10에 선정이 됐고 경기 전날 싸인회에서는 양준혁, 이승엽 등을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싸인회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늘어선 줄로 일어나기 조차 힘든 정도였다. 자신의 홈구장인 대전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외의 결과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종훈은 올스타전 경기에서는 그다지 썩 좋은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스타전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기량과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대명사였던 홈런은 보기가 힘들어졌고 김태균이라는 훌룡한 후배로 인해 1루에 서본지는 기억조차 희미하다. 한 때는 스포츠 신문만 펴면 나오던 자신의 이름 석자도 이제는 너무도 뜸한 일이 되버렸다.
장종훈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직도 장종훈이라는 이름 석자만을 보고 응원해주는 많은 팬들도 있다. 적어도 초라하게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시즌 몇 개의 홈런을 치느냐로 떠들썩했던 전성기 보다는 팬들이 받쳐주는 지금의 모습이 그에게는 몇 배나 더 행복할 것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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