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도 쉬어가는 갈매기섬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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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도 쉬어가는 갈매기섬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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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여행기 1

 
   
  ^^^▲ 괭이갈매기어미 갈매기가 알을 지키고 있다.^^^  
 

경남의 최남단 절해고도(絶海孤島) 홍도(鴻島). 통영에서 뱃길따라 110리, 시속 10노트의 배로 3시간을 달려서야 도착하는 이 섬은 정확히 통영에서 50.5㎞ 떨어져 있다.

태고적부터 엄청난 바람과 파도의 무게에 깎일 대로 깎여,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쉽게 사람의 범접을 허용하지 않을 듯 싶은 칼날같은 자태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섬 전체가 마치 투박한 장인의 손에 의해 끌로 아무렇게나 깎아내지른 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다가서기도 외경스럽게 만드는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절벽 곳곳에 걸려 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면 아무도 살지않고 생명 그 자체를 수용하지도 않을 것 같은 이 작은 섬에, 그래도 비추는 태양이 있고 뿌리내릴 한 뼘의 토양은 있다.

섬 위의 분지엔 파릇하니 풀이 돋고 침묵의 절벽 그 척박한 틈구석에도 파릇파릇 풀이 돋아, 못내 안식처를 마련한 나그네 갈매기들이 하얗게 지천으로 날아들어 생명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있음에 사람들은 놀람의 탄성으로 차마 목이 메어 가슴이 터질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 갈매기섬 홍도섬의 정상에는 하얀등대가 자리잡아 대한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도저히 배를 댈 곳이 없을 것처럼 깎아지른 벼랑으로 둘러싸인 이 섬에도 용케 사람 하나 간신히 발 디딜만한 선착장이 있다. 해발 170m에 이르는, 등대가 있는 곳 까지는 오직 한 길뿐. 절벽 틈바구니에 시멘트로 만들어 붙인 약 60도 경사의 좁은 계단을 허위허위 올라야만 한다.

반쯤 오르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암벽등반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찔한 느낌. 계단 양 옆의 가파른 절벽과 그 사이사이의 구릉에는 마치 거기가 무슨 산비탈 연립주택이라도 되는 양 불과 서너뼘의 고만 고만한 넓이를 정확하게 지키며 수만 마리의 갈매기들이 빼곡하니 들어차 알을 품고, 푸른 하늘을 뒤덮는 갈매기의 하얀 날개짓은 그야말로 탄성을 발하게 하는 장관이다.

머리와 가슴, 배 부분이 하얗고 날개와 등이 짙은 회색이며 꽁지 끝에 검은띠가 있는 이 갈매기는 우리나라 해안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바로 '괭이갈매기'다. 그리고 이들이 지천으로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보는 홍도는 이들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1982년 11월 16일 천연기념물 제335호로 보호받게 된 것이다.

남해안에 서식하는 이 괭이갈매기들은 보통 5월 초순이면 이곳 홍도의 둥지를 찾아 알을 낳으며 대개 2∼4개의 담갈색에 흑갈색 반점이 있는 알을 낳아 암수가 함께 알을 품는다.

알을 품은지 약 25일 정도면 부화하게 되는데 갈색에 반점이 있는 보호색으로 태어난 이 새끼는 둥지를 떠나려면 어미가 날라다주는 먹이를 먹으며 약 50여일이 지나야 한다. 섬 중턱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역시 양 옆의 거친 바위 중간 중간에 잡초가 돋아 있고, 또 이름모를 꽃들이 한줌 흙에 뿌리내리고 피어난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완강한 생명력엔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갈매기 둥지와 풀 한 포기, 꽃 한송이를 찬찬히 바라보며 오르노라면 진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열대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선인장이 여기저기 척박한 절벽 끝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 진노랑 꽃을 탐스럽게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 야생화^^^  
 

계단의 끝은 불과 서너뼘도 안될 것같은 좁은 분지, 그 위에 반듯하게 세워진 하얀 등대건물이 오히려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등대가 있는 정상에 서면 36방위의 섬 둘레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섬은 좁다.

정확히 동경 128도44분04초, 북위 34도32분01초에 위치하고 있는 홍도의 면적은 9만8천450㎡로서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산54번지의 행정구역으로 관할되며 실제 관리자는 마산지방 해양수산청으로 되어 있다.

벽해(碧海)에 외롭게 뜬 섬이라 흘러오는 전설이나 구전설화라도 있을 법하건만 홍도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전설이나 설화는 늘 사람과 함께 하게 마련인데, 가장 가까운 유인도라야 멀어서 보이지도 않는 국도(國島)가 고작이니 사람사는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 이 외로운 섬에 전설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더구나 묘하게도 잔잔한 바다 위에서 이 섬 주변만큼은 늘 거친 파도가 일고 있어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약 3만마리의 갈매기가 해마다 날아들어 둥지를 튼다는 홍도. 다른 짐승이나 천적인 뱀이 없어 비록 거친 섬이지만 갈매기에겐 더할나위 없는 낙원이다.  

 
   
  ^^^^^^▲ 야생화^^^^^^  
 

여행정보

홍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섬이지만 거제도와 가깝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거제 구조라에서 운항하는 유람선으로 섬을 둘러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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