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더 어렵다는 말을 하고, 김치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의 손길마저도 끊겼다는 말을 하는, 복지원의 한 노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사람의 덕은 일상의 삶속에서 이루어지고, 아주 작고 미미한 것에서 이루어지지만, 도움을 받는 쪽에서는 그것이 큰 은혜가 된다.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이면, 도움의 손길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연말이면 어김없이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등장하고,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그 속에 몇 잎의 동전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주어야 할 풍요로운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다. 나 역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서 궁색한 변명만 잘한다.
"넉넉하지 못해서 물질로는 돕지 못하겠어, 시간이 없어서 몸으로 하는 봉사는 더 어려워, 노인정의 노인들은 살만한 분들이니까 그냥 넘어가도 돼, 돈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야," 이런 말들로 자위하면서 적선하지 않고 쪽박만 깨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도 어느새 나이가 제법 먹었다. 어느 때 누구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는 나이다. 언제인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할 상황이 되어서,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그때에 봉사도, 이웃사랑도, 자기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겠지만, 이미 그때는 남을 도울 수가 없는 처지가 된다.
자신의 삶에 대한 보호가 보장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 남으로부터 미안하지 않은 도움을 받지 않으려면, 더 늙기 전에 내게 작은 힘이라도 있을 때, 베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해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말만 앞장서고 실천하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
선거열풍으로 불우한 곳이 외면 당하고 있다. 선거법 운운하면서 위정자들도 외면하고, 살기가 어려워서 모두들 외면하고, 이래저래 도움을 받아야할 곳에는 지금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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