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독재 정당화·정치적 이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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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북, 독재 정당화·정치적 이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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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북 인권보다 한국 정치상황이 더 작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의 ‘교황 방북’ 추진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VOA가 28일 전했다.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지만, 워싱턴에선 현실성이 떨어지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교황의 방북이 김정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지 의심스럽다”며 “김정은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이고 평가했다.

또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슬프게도,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 증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김정은의 교황에 대한 시각이나 교황의 방북이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 분위기 개선에 기여할 수는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28일부터 시작되는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문제 등 북한 관련 현안이 심도 있게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겠느냐”면서 “천주교 신부는 북한의 가짜 천주교 신자나 신부에게 성찬식을 행할 수도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황은 자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강력한 체제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지도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과거에 인권 침해 국가들을 방문하고 그런 국가들과 관여했지만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이었고,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황은 현재까지 교회와 사제가 없는 국가를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70~80년대 방문했던 고국 폴란드와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15년 쿠바를 방문한 바 있다.

킹 전 특사는 “교황의 방북이 북한 정부의 종교에 대한 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평양에 천주교 성당이 있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을 위한 것이고 종교에 개방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이 방문해도 북한인들이 실제로 미사에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교황의 방북을 남북대화와 미-북 협상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교황이 현재 남북한을 갈라놓고 있는 것과 관련한 어떤 합의도 중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리스 전 실장은 “희망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기저에 깔린 긴장과 불협화음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한국 전쟁 종전 언 등을 하는 것은 암 환자에게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 정권은 교황의 방문으로 제재가 완화되고 무조건적 지원이 제공되며, 김일성이 1970년대에 주장한 고려연방제 구축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할지도 모른다”며 “교황의 관점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 10억 명의 (가톨릭) 신자를 가진 바티칸은 엄청나게 놀라운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교황의 보좌관들은 문 대통령이 절박한 상황이고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모든 교파의 기독교 신앙을 억압하는 북한 정권을 아무 조건 없이 방문해 문 대통령과 그의 당에 선물을 안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이처럼 교황 방북 추진에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보다 한국 국내 정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동아시아연구소장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안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교황의 방북과 평화의 연관성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한국과의 관계가 수반된 세계와의 관여 쪽으로 이끌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고, 진전을 보여줄 무엇인가를 간절히 찾으려 한다”며 “하지만, 현시점에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긍정적인 일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워싱턴에서는 교황 방북이 남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의 인권 개선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북한의 종교와 인권 탄압 실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요구를 끌어낼 드문 기회로 보는 시각이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지하) 교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과 동행하는 세계 언론들이 북한의 생활 환경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최소한 일부 북한인들이 외부 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종교적 의미를 넘는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방북 여부와 관계없이 천주교 수장으로서 교황이 갖는 영향력이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인권 상황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교황은 다른 종교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인권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위치에 있다”며 특히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마찬가지로 끔찍한 인권 침해 국가들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킹 전 특사도 방북과 별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교황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킹 전 특사는 “교황이 북한 내 종교적 활동을 허용하는 문제를 분명히 제기할 것 같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유엔이나 각국의 입장 외에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이 북한인들에게 항상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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