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정책 철회’는 한미동맹 해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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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정책 철회’는 한미동맹 해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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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의 대미·대남 전략이 적대시 정책“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며 ‘진정성’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워싱턴에서는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북한의 ‘적대시 정책’ 주장은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다고 VOA가 19일 전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모든 협상과 합의의 걸림돌로 제기해 온 미국의 ‘적대시 정책’ 주장은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에 오랫동안 피로감을 더해 온 수사다.

북한과 비핵화 담판을 벌였던 미국의 외교 당국자들은 북한 고위 관리들이 협상 때마다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뜻을 물어보면 답변을 늘 회피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이 거듭 우려를 표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해소해줄 테니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알려달라고 해도 어떤 명확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는 게 미 협상가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미-북 협상 시) 적대시 정책을 수없이 언급하면서도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적대시 정책 때문에 대화해 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려 하지만, 끝내야 할 적대시 정책이 무엇인지 정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최근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만한 행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 북한의 전형적인 대미전략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무부가 하루 만에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지만, 미국의 ‘진정성’을 증명할 방법은 전무하다는 게 워싱턴의 인식이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도 힐 전 차관보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적대시 정책이라는 용어를 항상 쓰면서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때,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적대시 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진전이 이뤄지면 그 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적대시 정책은 상황에 따라 “전술적”으로 쓰는 표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에 부합할 미국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불투명하거나 비현실적 시나리오만 남는다는 회의감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북한과의 반관반민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적대시 정책의 정의와 관련해 “북한은 의도적으로 이를 매우 모호하고 일정한 형체가 없게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자신들이 원하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거듭 비난하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우려를 덜어줄 수도 있으니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주제를 바꾸거나 정확한 의미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10월 스티븐 비건 당시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톡홀름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 그들이 제기하는 안전 보장과 평화 선언, 적대시 정책의 의미에 관해 물어봤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예를 들었다.

반면, 소위 ‘뉴욕채널’을 통해 미-북 간 실무협상을 전담했던 전 국무부 관리들은 비공식 회동 시 북한 외교 관리들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조목조목 열거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여러 요구 사항이 있지만 이내 ‘한미 동맹의 종식’으로 귀결되곤 했다고 밝혔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지난달) 발언은 연합훈련과 미군 배치가 적대시 정책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유용한 예”라면서, “하지만 다른 북한 관리들은 한미 동맹을 끊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만이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수년 동안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우리를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과 각종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유럽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적대시 정책을 거듭 언급하는 북한 고위 외교관으로부터 그런 (한미 동맹 종식) 정의에 대해 분명히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몇 년 전 뉴욕을 방문한 북한 외무상에게도 적대시 정책의 뜻을 묻자 그는 ‘적대시 정책은 한미 동맹, 한반도와 역내 배치 미군으로 대표된다’며 ‘이 같은 적대시 정책을 종식한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오랫동안 언급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종합해 보면 목록이 상당히 광범위하다”며 “미군의 한국, 일본, 서태평양 주둔,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일 상호방위조약, 역내 미 핵 자산, 미국과 유엔의 제재, 인권 상황 비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반북 시위와 한국 언론에 실리는 북한 비판 기사까지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는 등 필요할 때 어떤 의미로든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해 “단기적 목표는 제재 완화이며, 장기적 목표는 한미동맹을 끝내고 한반도에서 우세한 위치를 차지해 한국으로부터 대규모 양보와 원조, 현금, 식량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벡톨 교수는 “결국 미국이 하는 모든 행동이 북한에는 적대시 정책”이라며 “문제는 북한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나 양보를 절대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적어도 실무급에서는 적대시 정책을 비교적 명확히 정의해왔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말해주는 매우 걱정스러운 주장이지만, 그런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북한이 2021년이나 2022년에 열리는 협상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적대시 정책으로 거론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한성렬)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났던 2016년 말까지 북한은 적대시 정책과 관련해 주한미군이나 확장억지력의 제거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 당시 비핵화 협상은 미-북 관계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전달했고 북한도 두 사안이 별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제공해 온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주객전도’라며,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이 바로 적대시 정책이라는 사실을 공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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