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징어게임', 부당거래 판 치는 '공정한 사회'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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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징어게임', 부당거래 판 치는 '공정한 사회'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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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부의 양극화 속 적자생존 극한 서바이벌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옛날 도시락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7080 세대의 레트로 감성 놀이를 소재로 하여 일본 영화 <배틀 로열> 류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극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특히, 사람들의 목숨 값 456억 원의 상금을 걸고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된 사람들이 생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 고립된 장소에서 인생 반전을 위해 목숨을 건 이야기를 그려냈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기훈(이정재 분)이 의문의 남자(공유 분)를 만나 가면을 쓴 자들이 설계한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되고 거기서 동네 후배인 사웅(박해수 분) 등을 만나 거액의 상금에 도전하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영세한 중소 상공인과 영세 자영 영업자들의 몰락을 목도하고 있는 현시점, 이 작품은 <응답하라 1988>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 사진= 이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 사진= 이하 넷플릭스 제공

또한, 얼마 남지 않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심화된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속 부당거래가 판을 치는 '공정한 사회'를 역설적으로 풍자함으로써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 등 SF 서바이벌 게임을 떠올리는 이 작품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전 세계 인기 순위 1위(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 속에서 게임 관리자의 묵인 하에 일부 병정들과 의사 출신의 참가자가 탈락자의 시신에서 안구와 장기를 적출하여 뒷돈을 챙기는 모습이 이를 방증하고, 공식 게임 외에도 설계자들은 게임 참가자 서로 간 살육을 조장하여 약육강식의 상황에서 눈을 붙일 수 없도록 만든 것도 이에 해당된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소 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간 자영업자들은 66조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았고, 45만 3000여 개의 매장이 폐업한 상황 인데도 손실보상문제 등 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은 소홀했다"라고 비판했다.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사연으로 극 중 수 억 원 단위의 빚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제의 친구를 낭떠러지 끝으로 내몰아야 하는 '적자생존'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려냈는데, 이들이 진 부채가 경실련이 말한 중소 자영업자들의 부채를 상징화한 듯 보였다.     

실종된 형의 행방을 찾아 게임이 벌어지는 곳에 잠입 해 가면을 쓴 병정으로 위장해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는 형사 한준호(위하준 분)의 에피소드는 <오징어 게임>의 서브플롯에 풍부함을 더해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력 대선 후보의 '공정한 사회'라는 슬로건은 유권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최근 노른자위 땅 공공택지개발 사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화전대유' 게이트가 터지면서 극 중 데스 게임을 설계한 프론트맨의 '평등한 사회'라는 역설적인 멘트를 떠올리게 한다. 

공정한 사회와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부와 권력의 이면에 부당 거래가 존재하고 특권층이 설계한 게임 속에서 속이고 서로의 뒤통수를 치면서 경주마처럼 소모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오징어 게임>에는 직장에서 정년이 앞당겨져 거리로 내몰린 중장년층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새터민, 시한부 노인, 전과자 여성,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 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모은다. 거리로 내몰려 대리 운전기사를 전전긍긍하며 이혼까지 한 무능하고 찌질한 가장으로 전락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해고 노동자를 떠올린다.

작품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와 파업, 이어지는 소송과 복직투쟁, 해고자 및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을 뉴스로 접하다"라며 "중산층이던 평범한 노동자조차도 해고와 자영업의 실패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장르 영화 축제인 부천국제영화제 마니아나 <데스 노트><배틀로얄> 류의 영화를 많이 본 관객들이라며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에 클리셰(전형성)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아쉽기도 하지만, '오징어게임'이라는 오랜 시절 잊혔던 놀이의 원리를 서로를 밀어내려 하는 게임 참가자들의 상황에 대입시켰다. 

특히, 모든 게임이 끝나고 기훈이 게임 설계자를 만난 결말부 극의 반전에서 게임을 설계한 배경에 대해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사는 재미가 없다'라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남을 믿지 않는 특권층의 모습과 기훈의 선택을 대조시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에서 이정재는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잘 소화했고, 지적인 캐릭터 상우 역을 맡은 박해수와의 케미도 좋았다. 특히, 사회에 불신이 가득한 새터민 강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과 거친 입담과 광기 어린 한미녀 역을 맡은 김주령은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영화 속에서 게임에 초대하는 영업사원 역으로 이정재와 딱지치기를 하는 캐릭터나 게임의 우승자 출신으로 다시 설계자가 된 프론트맨 등으로 깜짝 출연하는 톱스타의 카메오 출연도 불거리이다.

부당거래가 판 치는 '공정한 사회'에 관한 우화를 역설적으로 그려낸 <오징어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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