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정보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한국과 관여해왔지만 북한 사회에 미칠 한국의 문화, 정치적 영향 때문에 전략적으로 한국과의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30일 전했다.
지난 37년동안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정보기관에서 북한 정보를 분석해온 시드니 사일러(Sydney Seiler)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29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한문제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등 북한에 적극 손을 내밀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남북한 관여가 지속적인 긴장 감소로 이어진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가령, 1990년대 초 고위급 남북대화가 이뤄져 1991년 12월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됐고 그 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북 관여가 활발했지만 결국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일러 담당관은 그 이유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관계 개선을 하다 보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문화적,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북한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정권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은 2019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후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이고 미국이 비핵화를 계속 주장하는 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력갱생(self-reliance)의 길을 선택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난 1월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이 내용이 더욱 분명해졌다면서 북한이 현재 미국의 대화제의를 계속 거부하고 최근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런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계속 북한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은 단순히 핵을 보유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목표를 위해 핵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북한이 협상장에 나와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종전선언은 단순한 정치선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하면 ‘왜 전시작전권이 필요하냐?’ ‘왜 주한미군이 있어야 하냐’는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국인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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