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코로나와 ‘잡초’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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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코로나와 ‘잡초’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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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잡초에게서 인간은 ‘희망도, 기쁨도, 행복도’ 찾아볼 수 있다. 잡초는 선생이다.
변화하는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잡초에게서 인간은 ‘희망도, 기쁨도, 행복도’ 찾아볼 수 있다. 잡초는 선생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이름 모를 잡초야/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텐데/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우리나라 유명한 가수 나훈아씨의 잡초라는 곡 가사의 일부이다. 좀 길게 나열했다. 가사 중에서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가 눈에 들어온다. 잡초의 재산은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인가 보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기쁨,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잡초는 무소유, 그러니까 기쁨과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잡초(雜草,Weeds)의 사전적 의미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기도 한다고 적혀 있다. 농작물에 잡초는 이득 되는 일은 없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잡초'자생력, 자수성가'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잡초는 힘이 강할까아니면 약한 힘일까 ?’

잡초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저 멀리 나가지도 않고, 사람 사는 곳 근처 아무데서나 자란다. 사람들과 늘 함께 하는데 사람들은 잡초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잡초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잡초는 히브리어의 임마누엘(Immanuel)’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다. 임마누엘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우리와 함께 있는 잡초다. 그래서 잡초는 보다 더 고귀한 존재로도 느껴진다.

잡초는 미처 알지 못한 수많은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잡초는 수많은 인간의 얼굴을 가졌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말이 아닐 성 싶다.

좀 생각해보면,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다. 이름도 생일도 없는 풀이다. 그런데 누구나 뭉뚱그려 잡초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잡초에 실례를 하는 것은 아닌지......

강아지풀은 그래도 귀여운 인상을 풍긴다. 개비름은 좀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내뿜고, 쇠비름, 애기똥풀, 도깨비풀, 돼지풀, 닭벼슬풀, 박주가리 질경이, 까마중 등등 썩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일 테니, 잡초에게 좀 미안한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우선 잡초하면 쓸모없는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숙하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하는 잡초의 설움을 한번 생각해본다.

잡초에 관한 일본의 이야기가 있다. 19458월 미국이 날린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70년간 생물들이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딱 1년이 지나자 87종의 잡초가 생육을 시작해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으로 엄청난 공습을 당한 일본의 도시들에서도 잡초가 가장 먼저 어김없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람은 죽어 사라졌지만 잡초는 생을 반복한다.

죄를 지어 감옥에 간 범죄인들을 빗대어 때로는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수많은 역경을 겪는 인생을 말한다.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인생은 성공이 보이고, 그렇지 못하는 인생은 실패의 길이 나타난다.

잡초는 고집이 센 놈들이 많다. 운동선수들의 끈질긴 도전정신이 잡초의 오뚜기 같은 생명력과 맥을 통한다. 잡초는 시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존귀하게 대접해야 할 대상이다. 그들을 임마누엘처럼......

이와는 정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다. 잡초는 힘이 센 것이 아니라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일본 시즈오카 대학(静岡大学)의 이나가키 히데히로 (稲垣栄洋) 교수는 잡초는 약한 식물이라고 한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교수는 식물이나 동물에 관한 많은 저서가 있다.

잡초는 사람들이 많이 나다니는 곳에서도 어김없이 자란다. 공원, 길가, 공터 등 잡초 없는 땅이 없을 정도이다. 흔하디흔하니까 인간에게 짓밟히기도 한다. 또 필요 없는 것이라는 죄로 갑자기 뽑혀 버려지기도 한다. 자전거, 자동차, 수레바퀴 등등 무거운 것에 짓밟힌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면서......잡초의 삶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무도 앞날을 모른다.

이나가끼 교수는 잡초가 굳이 어려운 환경을 선택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재대로 싸워서는 이길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을 구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잡초는 약한 식물이기 때문에 경쟁이 없는 곳을 택한다는 이른바 잡초전략을 주장한다.

잡초는 힘 센 풀일까, 약한 풀일까. 쉽게 강하다. 약하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잡초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그래서 인간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긴다. 물에 젖은 잡초의 씨앗은 인간의 신발 밑창에 붙어 이리저리 이사 다니기도 한다. 자동차 타이어에 붙어 운반되기도 한다. 그래서 살아날 장소를 옮기기도 한다.

잡초는 현명한가? 아니면 우둔한가? 이런 생각은 부질없어 보인다. 약한 힘에도 강한 성공을, 강한 힘에도 실패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밟히면서 살기도 하지만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인간보다 낫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 속에서 인간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잡초에게는 마스크가 없다. 우리가 모르는 잡초만의 마스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변화하는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잡초에게서 인간은 희망도, 기쁨도, 행복도찾아볼 수 있다. 잡초는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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