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재 상황을 ‘전쟁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고 밝히면서도 국경 봉쇄를 이어가는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말했다.
10일 VOA에 따르면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국장은 북한이 현재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는 등 연일 어려움을 국내외적으로 밝히면서도 국경 봉쇄를 풀지 않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차단 외에도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퍼 선임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 후반의 끔찍한 기아도 견뎠다면서, 김정은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시키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 내부에 반대 세력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권 지도부를 결속하고 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난관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변함없는 충성심을 유도하고자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퍼 선임국장은 이 같은 목적으로 김정은이 현재 상황을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과도 비교하며 주민들이 정신적으로 국가적 자존심을 느끼게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정권은 현 상태에서 국경 봉쇄를 풀 경우 거시 경제의 혼란을 막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국경 봉쇄에는 부분적으로 코로나 감염증 대처와는 상관 없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정권이 통화 정책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북한 정권은 국경을 다시 열게 되면 주민들이 대량으로 수입을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예전과 달리 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쌀이나 옥수수를 사들이기 시작해 달러나 위안화와 같은 외화의 유출이 급속하게 일어나는 것을 북한 정권은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브라운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수입보다 수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국경 봉쇄를 통해 북한 정권은 무역 수지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국경 봉쇄로 외화 유출, 무역 적자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됐지만 국경 봉쇄를 풀면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북한이 식량난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식량 수입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외화 부족을 꼽았다.
뱁슨 전 고문은 제재로 인해 석탄이나 직물 등의 수출이 제약을 받으면서 북한 정권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지장이 생겼다면서, 이로 인해 수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또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벌이기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 정권이 그나마 갖고 있는 외화도 선박 간 환적을 통한 석유 수입 등에 사용했을 것이라며, 외화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식량을 수입할 자금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북한이 외부의 인도주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 수입도 하지 않을 타당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의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기아에 직면을 때 계속 상황을 부인하다가 외부 지원을 받기 직전에야 인정했다면서, 지금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적국을 포함한 외부의 지원을 받아들일 명분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북한의 태도가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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