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1일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동반자"로 호칭하며 "박 전대표와 함께 당을 하나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화합의 자세를 취했다.

한나라당을 위해서 당연한 일이다. 이 후보가 경선이후 박근혜 전 대표측에 대해 배려가 부족했던 점을 반성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 창출하고 정권창출이후에도 국정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동반자'로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표, 강재섭 대표 등 3자가 참여하는 정례 회동도 추진할 방침이다.

대권과 당권의 분리, 공천권 보장 미흡

늦은감이 있지만 경선이후 당이 화합치 못하고 파열음을 계속해 온 것을 보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당화합의 열쇄는 박 전 대표에게 넘어 갔다. 여기서 염려하는 것은 최근 박 측에서 흘러나온 대권과 당권의 분리, 공천권 보장 등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박측이 말하는 '이 후보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가'란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당헌당규가 민주적으로 잘 되어 있으므로 공천에 문제가 없다'며 당권을 넘긴다는데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 없이 모든 일에서 박 전 대표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제 박 전 대표가 화답할 차례다. 박 전대표의 태도여하에 따라 향후 당내 화합과 결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사이에서 선택의 중심역활을 하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한나라당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박근혜 측, '자연스럽게 입장 밝힐 것'

만약 박 전대표가 이 후보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내놓지 않고 답을 유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한나라당은 친이-친박 인사들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곧바로 이 후보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나흘째 칩거 중인 박 전 대표는 "주 중 대외적인 일정을 갖고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안과 관련해 얘기하는 상황이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후보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현재 당권-대권 분리나 공천권 보장 등 구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당 화합에 대한 이 후보의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앞으로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진정성을 믿어줄 때까지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직을 사퇴한 지난 8일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끝은 채 삼성동 자택에 머물러 왔으며, 이 후보의 회동 제의에 대해서도 "이 후보를 돕는다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측에서 만나자는 제안에 모두 진정성이 없다며 화답을 거부했지만, 오늘 이 후보의 회견내용으로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은 당권 대권 분리와 함께 정권 교체 이후에도 박 전 대표를 동반자로 강조한 것은 내놓을 것을 다 내놨다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 측근은 "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이 원론적이지만 그나마 겸손하고 진지한 태도는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냐, 이회창 후보냐. 이제 박 전 대표의 화답내용에 따라 정국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박 전대표가 갈 길은 정해져 있다. 한나라당의 화합과 당의 정권창출에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이 후보와 대치국면을 지속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12일 예정된 '대구-경북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도 당연히 참석, 정치대도를 걸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