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은 췌장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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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은 췌장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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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의 인체와 사회(8) 췌장

능란한 외과의사의 수술 칼마저 떨리게 한다, 상복부 뒤쪽에서 옆으로 길게 누워 잠자는 호랑이다, 세포의 불을 지피는 나무꾼이다, 어미 개의 혀를 닮았다 등등. 위장(胃臟)과 척추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소화기관인 췌장(膵臟)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게 85g, 길이 15cm, 폭 5cm의 시한폭탄(時限爆彈)인 췌장.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몸 안에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이 폭탄은 보통의 식사와 음주 생활을 하는 등 크게 집적거리지만 않으면 정해진 시각이 이르기까지 별다른 말썽을 피우지 않는다.

그런데 췌장은 우리 현대사,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을 상기시키는 그리 기분 좋지 않은 기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이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르면 하나같이 폭발물 하나씩을 던지는 데 따른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그 누구보다 기대주로 각광 받았던 김대중 직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대북 거액 현금 지원 문제'가 그것. 여야는 수술 칼을 무엇으로 사용할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특검을 도입했다. 물론 당사자인 대통령은 수술 자체를 거부했었다. '잠자는 호랑이를 깨우느니 오히려 이대로 덮어두겠다'며 집도의(執刀醫)를 강하게 불신한 것.

그러나 상한 췌장을 방치하면 기능 이상이 초래돼 결국엔 온몸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장대처럼 창백하게 여읜다. 심한 시장기와 함께 계속되는 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당분을 연소시키지 못해 그것을 고스란히 당뇨로 내보내게 된다.

췌장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데, 음식물의 소화에 관여하는 외분비(外分泌)와 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내분비(內分泌)가 그것이다. 아픈 호랑이를 치료해야 제 수명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외분비 기능. 췌장은 우선 췌장세포에게 세 가지 소화효소(트립신=단백질 분해, 아밀라제=전분 분해, 리파제=지방질 분해)가 들어있는 췌장액(하루 약 900g)을 만들게 한다. 이 췌장액은 도관(導管)을 통해 십이지장(十二指腸)으로 이동된다.

다음은 내분비 기능. '랑게르한스씨 섬'으로 불리는 매우 작은 세포군(細胞群)이 담당하고 있다. 이 섬은 췌장 내에만 2만개 이상 분포하는데, 크게 알파(α)와 베타(β), 델타(δ) 세포로 구분된다.

알파세포는 글루카곤을,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델타세포는 소마토스타틴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이들의 주 업무는 혈당(血糖) 조절. 특히 베타세포의 인슐린의 경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성인형, 제2형) 전혀 없으면(소아형, 제1형) 당뇨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당뇨병은 합병증을 몰고 다녀 시력을 빼앗고 콩팥 기능을 상실시킨다. 심지어는 신경 기능까지 마비시키기도 한다. 참으로 무서운 병이다. 이래도 환자를 위로한답시고 아픈 췌장을 그대로 덮어두자는 데 동의할 것인가. 하루빨리 수술대에 올려보내는 게 상책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정치인들이여, 국가의 장래를 늘 염두에 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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