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도의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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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의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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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용 포토에세이집 <아버지의 바다> 펴내

 
   
  ^^^▲ 휴먼앤북스
ⓒ 선재도^^^
 
 

선재도를 아십니까. 선녀가 절경에 반해 천상에서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선재도(仙才島).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아주 작은 섬.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에 금방이라도 훌쩍 떠내려갈 것만 같은 아주 작은 섬. 사람이 살아도 무인도처럼 느껴지는 아주 작은 섬 선재도.

선재도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리에 딸린 섬이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7km 지점에 떠있는 이 섬은 영흥도(靈興島)와 대부도(大阜島) 사이에 고래처럼 웅크리고 있다. 면적은 1.97㎢이며 해안선 길이는 10.9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섬에는 250여 남짓한 가구에 700여 명의 사람들이 갯벌에 박힌 조개처럼 살아가고 있다.

선재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름이 선재도였던 것은 아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선재도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소우도'란 이름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그 뒤 1871년을 기점으로 지금의 이름인 선재도로 바뀌었다.

"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겐 복학의 꿈도 없었고, 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재물과 명예 따위도 욕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효자라는 말은 당치도 않습니다. 눈먼 아버지를 돕겠다고 다시 고향땅을 밟았지만, 섬에서 만큼은 아직도 아버지의 지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 김연용 <아버지의 바다> 표지
ⓒ 휴먼앤북스^^^
 
 

만약, 저 유명한 <노인과 바다>를 지은 헤밍웨이가 다시 살아나 김연용(27)의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바다>(휴먼앤북스)를 읽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노인과 바다>의 속편이라고 할까. 아니면 소설도 아닌 것이 소설보다 더 눈물겨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며 '오마이 갓'이라는 말을 내뱉었을까.

김연용의 <아버지의 바다>는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속편이라 부를 만하다. 그래. 포토에세이집 <아버지의 바다>가 만약 <노인과 바다>의 속편이라면 김연용은 한국의 헤밍웨이이며, 그의 아버지 김선호(63)씨는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 노인에 해당된다.

이 책은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버리고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아버지 김선호씨가 실제 주인공이다. 아버지 김선호씨는 대장장이, 목수, 뻥튀기 장사, 운전사 등 수많은 인생역정을 거치며 저자를 뒷바라지한, 오십 대 중반의 노인이다. 오십 대 중반을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뭣하지만.

8년 전, 졸지에 시력을 잃어버린 노인은 깊은 시름에 잠긴다. 하지만 4대째 살아온 섬 주변에는 넓고 비옥한 갯벌이 펼쳐져 있다. 그 갯벌은 노인이 손을 내밀기만 하면 금세 바지락이나 소라 등을 한 광주리 주울 수 있다. 하루 일당을 버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가 않다.

그때부터 노인은 갯벌을 더듬거리며 바지락과 동죽, 소라 등을 줍기 시작한다. 또한 마을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만의 어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때 노인의 곁에서 눈이 되어주는 개가 3마리 있었다. 그 개들의 이름은 '바다', '향기', '소리'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다'는 노인을 그림자처럼 따른다.

노인에게 자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에게는 도시로 나가 미술을 전공하는 아들 김연용씨가 있다. 하지만 김연용씨는 군에 입대해 있다. 군에서 아버지의 실명소식을 들은 아들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생활비가 적다고 투덜대던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들은 군에서 제대를 하자마자 아버지가 있는 선재도로 달려간다.

"8㎞의 튼튼한 줄이 필요했습니다. 아버지는 쇠갈고리로 줄을 훑으며 집과 어장을 오갈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겐 보잘 것없는 나일론 줄이지만 아버지에겐 소중한 생명줄입니다. 하지만 쇠갈고리와 '생명줄'의 마찰열로 인해 제 아무리 질긴 줄이라도 끊어지고 맙니다. 전에 몇 번은 바다로 나가시던 도중에 줄이 끊어져 천지간을 헤매던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 본문 속의 글과 사진
ⓒ 휴먼앤북스^^^
 
 

3년 전, 노인의 아들 김연용씨는 도시생활을 깨끗히 청산한다. 그리고 나일론줄에 생명을 맡긴 채 힘겹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위해 어부가 된다. 작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섬 선재도. 하지만 선재도는 이제 더 이상 환상의 섬이 아니다. 선재도는 아버지와 아들이 값진 땀방울을 흘리는 삶의 터전이다.

그때부터 아들은 자신과 아버지에게 주어진 모든 삶을 디지털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개 3마리가 아버지의 눈이 되어 주었다면, 이제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눈이 된 것이다.

<아버지의 바다>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바다향기'를 빼고 모두 3부로 나뉘어져 있다. 표제가 된 '아버지의 바다', '바다 이야기', '꿈꾸는 섬'이 그것들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제 사실을 담은 포토에세이집이지만 뛰어난 장편소설보다 더 짙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눈먼 아버지의 슬픈 사연을, 아들은 간절하게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기에 감동이 책 밖에까지 스며나오는 듯하다. 오래 간직했다가 마음이 쓸쓸할 때면 꺼내서 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윤무부, 조류학자,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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