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공동취재단의 '이상한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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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공동취재단의 '이상한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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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취재단에는 '쓰지 말아야 할 기사'가 있었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23일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와 중앙일보사에 대해 '통일부 기자실 출입을 1년 정지하고 향후 10회에 걸쳐 방북취재단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8월 23일치 오마이뉴스의 "방북취재할 자격없다"라는 기사에 의하면, 출입기자들이 방북단의 '돌출행동'을 보도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강정구 교수건 이외의 '추가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바 있는데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가 그 합의를 깨고 '추가 돌출행동'을 기사화했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가 "쓰지 말아야 할 기사를 썼기 때문"에 중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 '쓰지 말아야 할 기사'에 해당하는 '돌출행동'이라는 용어가 내게는 참 생소하다. 친여 성향의 모든 언론 매체에 갑자기 등장해 하나의 '룰'로 행사되는 그 '돌출행동'이라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친여성향의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방명록' 건 등이 '돌출행동'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그런 '돌출행동'은 이번 방북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왕의 언론 보도 행태가 사안의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 해석하여 전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고, 그 결과 그 본말이 완전히 전도되어 전해지는 경우까지가 때로는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그 '룰'이라는 것과 거기에 들어 있는 '돌출행동'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걸린다. 위의 오마이뉴스 기사에 의하면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전체회의에서 방북단의 돌출행동에 대해 쓰지 말자고 한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는 측면도 있었고, 기사작성 원칙에서 볼때에도 기사가 성립되기 어려운 자투리 팩트에 불과하기 때문"이고 "그러한 보도가 나갔을 경우 법적 소송이 제기된다면 방북취재단이 공동책임을 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보도하지 말자고 한 것"이라 한다.

나는 여기서 이 '룰'이 매우 자의적이며 '돌출행동'이라는 용어 또한 매우 편리한 방식으로 조어된 것임을 느낀다. 어느 친여 언론은 이번 방북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들어 예전의 '임수경 방북'시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음을 상기시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시 '임수경 방북'이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언론에서 떠들었지만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일 역시도 그런 호들갑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주장하는 바를 보면, 이번 방북의 본질적인 의미는 북쪽 대표단의 서울행사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남북간 민간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데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거야말로 실은 부수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그런 정도는 얼마든지 전략적으로 이용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쪽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방북을 통해 남북간의 이질화에 대한 확인과 남한 내의 이견에 대한 확인이 더 본질적이고 주요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통일에 있어서는 남북 상호간의 이해만이 아니라 남한 내에서의 상호 이해와 동의 또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전제정치 체제나 다름없는 북한에서는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욱 민주정체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경우에는 그런 합의가 다른 무엇보다 앞서 전제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른바 '돌출행동'이라 불리우는 방북 인사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이것이 왜 중요한 건지는 방북인사들이 입국하는 자리에서도 이미 적나라하게 확인된 바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렇듯 중요한 사안을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전하며 멋대로 '돌출행동'으로 규정하여 보도조차 금지하려 한다는 말인가?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말하는 '돌출행동'은 본질적인 게 아니다는 '룰'은 앞서 언급한 '임수경'의 예를 보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출입기자단의 논리에 따르면 임수경의 행동 또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던 일종의 '돌출행동'이다. 그러나 그 돌출행동의 결과를 그들은 지금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그들은 임수경을 자주 '통일의 꽃'이라 부른다. '통일의 꽃'으로 불릴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 어떻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었겠는가?

통일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 또한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이념 체제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념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피를 흘리고 싸운 것이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 일방의 이념에 경도된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통일이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방북인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이유이며, 기자단이 애써 '기사가 성립되기 어려운 자투리 팩트' 등으로 폄하하려 드는 '돌출행동'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일부의 '돌출행동'이라 하여 보도마저 차단하려 든단 말인가? 국민 모두를 판단 능력이 없는 바보로 여기지 않는 이상 어떻게 그런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어 보도를 통제하려 한다는 말인가? '돌출행동 추가보도는 남북관계에 악영향 미친다'는 통일부 출입기자단의 자의적인 '룰'은 대체 누구에 의해 정해진 것이며 얼만큼의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인가?

특히 '그러한 보도가 나갔을 경우 법적 소송이 제기된다면 방북취재단이 공동책임을 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보도하지 말자고 한 것'이라는 기자단의 발언은 기자의 소명의식을 떠나 기자단의 존재 의미까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언론을 보며 이것이 혹시 작금에 행해진 '언론 길들이기'의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를 해보게 된다.

보도에 있어 '룰'은 최소화할수록 좋다. 하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그리하여 판단을 가로막는 일임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어떤 경우에도 '쓰지 말아야 할 기사'가 밀실에서 합의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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