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와 승패, 잘 골라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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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패와 승패, 잘 골라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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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의 교열이야기(3)

승패(勝敗)는 승리와 패배를, 성패(成敗)는 성공과 실패를 뜻하지요. 우리 사회는 성패보다는 승패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짓밟고 올라서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얘깁니다.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가만히 보십시오. 십중팔구 승패에 목숨걸 겁니다.

승패라는 단어는 낙인(烙印)처럼 회복 불능의 절망 속으로 몰아넣지만, 성패의 경우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줍니다. 승패가 난무하는 대표적인 곳을 손꼽으라면 단연 정치권일 테지요. 중대한 사안을 앞에 두고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늘 승부(勝負)에 집착하지 않습니까? 안타깝습니다.

이제 우리 언론은 과연 어디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ㄴ주간지의 칼럼을 읽어봅니다.

"어느 전쟁에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이번 전쟁은 특히 무의미했다. 공격을 하는 미군도 명분이 없고, 방어를 하는 후세인 정권도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성패는 정확하게 화력의 차이라는 물리법칙에 따라 결정되게 마련이고, 또 실제로 그랬다."


여기서 사용된 '성패'는 '승패'의 잘못입니다. 전쟁은 성공과 실패의 문제라기보다는 이김과 짐의 비정한 '운명 가름'이니까요. 그래서 전쟁은 지구촌의 공적(公敵) 아닙니까? 이런 맥락에서 각종 스포츠가 인간 존재에 내재된 전쟁 본능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을 테지요.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가치가 있다. 수험생에게 주어진 동일한 시간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ㅎ일보 외부칼럼의 일부입니다. 섬뜩합니다. 수험생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의 고질인 입시를 '성패'가 아닌 '승패'의 장으로 또다시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루빨리 우리 청소년들에게 평화로운 교실을 돌려줄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승패보다는 성패에 가치를 부여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사회가 오길 기원해 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오뚝이 정신이 멋져 보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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