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
민주주의가 무엇이냐하는 분석은 결국 그 출발점으로 귀착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자기의 운명을, 그 제도밑에서 자기역활을 하고 자기가 맡은 공적인 책임을 수행하는 개인의 고유한 능력에 맡깁니다. 민주주의의 생존능력은 공적이거나 사적이거나 어떤 고정된 구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필경 그것은 근본적인 책임의 건전성 여하에 따라 좌우됩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에게 자기가 속한 공동사회의 여러가지 일에 참여할 기회와, 각자가 지닌 최선의 생각과 정신을 그러한 일에 기울일 기회를 주는, 가동적인 사회와 자유스러운 정치적 과정을 마련항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자기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서 그것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게 되는 개인들이 과연 충분할 만큼 있는가? 이 기회를 현명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이용할 사람들이 과연 필요한 만큼 있는가? 이것이 즉 민주주의가 민주사회의 시민들에게 던지는 요굽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이 요구에 응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사회의 목적이 그 사회를 구성하는 남녀 개개인의 지성을 아무것에도 구속되지 않게 하고 또 그들의 성실성을 보호하는데 있다는 믿음 위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불합리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 합리성에 의존합니다.
그것은 공적인 목적을 위해 이바지하는 일에, 그리고 무지와 공포와 편견을 무너뜨리는 일에 생각과 정신을 기울이는 것을 말 합니다. 개인을 위한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는 개념 전체는 그러한 자유가 지성을 육성시키고 그 결과로 인간이 진리를 알게 되며, 과오을 범하지 얺게 될 것이라는 신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제도는 바로 이 신념을 강화해 갑니다.
물론 진리가 승리할 것이라든지, 혹은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 인간들이 모든 장애를 극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도저히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제도는 지성과 선의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 사회 안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개인에게 유동성이 있다는 사실이 의의를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재능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출세의 길이 개방되야 한다는 고전적인 민주주위 개념을 정당화 합니다. 그것은 주장, 토론, 그리고 마음대로 정치적 논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어떠한 것인가를 말해 주는 내적인 의밉니다.
그것은 오늘 날, 교육의 질적향상과 모든 수준에 결친 인간재능의 육성과 연구, 학문, 과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보다 더 넓은 이해등을 긴급한 문제로 삼게 합니다. 민주주의 이념에 자기 운명을 거는 시민은, 민주주의가 자기에게 어려운 일들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 이념은 그런 사람에게 자기자신이 과오를 범하기 쉬운 자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요구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사실을 다만 인정하는데 그치지 말고 오히려 즐길 것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싸울 것과 그런 연후에는 타협할 것을 요구하며, 남을 돕는다는 것과 남의 생활을 지배한다는 것을 구별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이념은 그에게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데, 그러한 보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에 나타나는 보상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보상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일들에 관해서 자기가 의당 의논을 받아야 하고 또 받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될 때 생기는 위엄감이라든지, 자기 생각대로 선택할 있는 기회라든지, 하는 민주주의의 특질 그 자체인 것입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그 사회 자체가 사회의 힘과 지속성을 시민의 풍부한 재주와 정력과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회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그리고 민주사회의 시민은, 다만 투표를 한다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한 여러가지 면으로 자기가 그 사회에서 자신의 역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어떤 행동을 단지 따른다거나 찬양할 수 있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며, 외부적인 필요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적인 충동으로 말미암아 남을 위해서 일 할 수 있으며, 아무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고서 모든 동포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즉, 그러한 시민들이 어느 특권계급이나 혹은 보호밑에 있는 집단안에 나타나는게 아니라 사회전체에 나타나게 하는데 있습니다. 그와같은 이념이 가진 힘은 이미 수 백만명의 인간에 대해, 생활의 질과 생활 감정을 변형시켜 왔습니다.
이 이념은 현대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의 진상을 똑바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민주국가의 시민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스스로 설정한 목적 밑에 계속 살아나가게 할 수 있는 이념입니다.
인류는 지금 가장 중대한 순간의 하나를 통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걸쳐,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일들에 전연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힘이 시혐 받아 보거나 이용되 본 일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신뢰를 받아보거나 온전히 존중되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옛날 상태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찌기 인류는 지금처럼 인류 자체를 완전히 멸망시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살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반면에 일찌기 이렇듯 많은 남녀들이 지금처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적이 없으며, 또 일찌기 이렇듯 충분히 인간의 지성과 재능과 활기를 발휘할 기회를 가진 적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회가 존재하는 까닭은 곧, 민주주의라는 꿈 때문인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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