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술 취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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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사람을 마시는 우리네 음주관행도 바뀔 때가 되었다

지난 1984년 가을 체코와 기동훈련에 참가했던 러시아 기갑부대 사병 4명이 보드카 2상자를 받고 탱크를 팔아먹는 사건이 생겼는데 고르비는 이일을 계기로 ‘알코올 중독 추방과 절주에 관한 법’을 만들었고 급기야 이듬해 모스코바를 방문한 당시 서독 사민당 당수 빌리 브란트의 환영만찬에는 한 방울의 알코올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신라인들은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글귀에 따라 ‘삼잔일거’ ‘러브샷’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수주 번영로는 몇몇 친구들과 성균관 뒷산에서 술을 마시다 벌거숭이가 되어 소를 타고 하산한 일로 유명하다. 86년 우리나라 국방위 회식 사건은 현역의원들이 국방부측 참석자들에게 얻어 터졌으나 체면 때문에 유야무야 된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술 좌석 실수는 비교적 느그럽게 용인되는 편이다. 술 마시면 개(犬)라는 속담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나쁜 가지에서 좋은 열매가 열리기를 바라지 말라.

절주한지 3년째다. 하지만 여전히 저녁시간이면 “한잔 하자”는 곤란한 전화가 걸려온다. “술을 끊은지 이미 오래다”라고 해도 벗들은 막무가내다. 3년째 “내일 낮에 차나 한잔 하자”고 하지만 취기가 올라 섭섭해하는 벗들을 설득하는 일은 아직도 힘이 든다. 퇴근길 횡하니 돌아서는 발길 뒤에도 광고문구 같은 달콤한 유혹이 온다.

“오늘 소주 한 잔 어때”

벗들은 지독한 애주가였던 내가 술과 담배를 끊은일은 거의 불가사이에 가깝다고 평한다. 때로는 “저기 예수한테 너무 빠진 거 아이가”라고도 한다. 3년 전 설날을 앞둔 그날에 있었던 일이 계기가 됐다.

술에 만취한 채 집으로 향하던 나는 말로만 들었던 아리랑치기를 당했다.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을 때 방망이가 눈가를 스쳐 지나갔고 별이 반짝했다. 술꾼들이라면 한번쯤 당했을 아스팔트가 일어나고 전봇대가 박치기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난 지금도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야 그때 진짜 죽을 뻔 했다.” 그때 난 도저히 대항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며 처음으로 36계를 썼다. 택시를 타고 파출소에 도착 “그 놈들을 잡으러 가야한다”며 결국 순찰차를 타고 현장까지 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날 순찰차 안에서 참 서러운 눈물 많이 흘렸다. 덩치는 산만 한 놈이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할 정도로 대취한 삶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직업이 직업이라 다음날 경찰서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자기 어제 난리났다메”
“사형 볼써로 소문났나. 부끄럽거로 그라고 좀 잡아도” (여기서 자기와 사형은 꺼꾸로 읽기바람)

이날 이 사건 이후로 술을 과감히 접을 수 있었다. 믿음이 절주에 큰 힘이 됐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민담에도 불구 주당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밤, 자리에 앉으면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음주관행도 바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담배는 끊으려고 애를 쓴 적은 없다. 한 1년쯤 몸에도 안 좋은 걸 이걸 왜 피우나 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 날 피워 문 담배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고, 그래서 끊었다. 술 담배를 끊고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묻는다. 비워지면 채워지기 마련, 무엇보다도 달라지는 건강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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