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맛도 몰랐던 동네 꼬마녀석들이
개구리 뒷다리 스무개 씩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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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맛도 몰랐던 동네 꼬마녀석들이
개구리 뒷다리 스무개 씩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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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허기 달래주던 먹을거리1] 개구리 사냥과 깨구락지 뒷다리 구워먹기

아무리 바빠도 학교 다녀와서 몽글고 부드럽고 영양이 듬뿍 든 쑥과 바래기만 골라 한 망태 꼴을 가득 베어와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할 수 없다. 그 다음에 동무들과 손가락 걸고 그곳에 모여 버찌를 따먹든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서 야금야금 깨물어 먹을 수 있다.

먹기 좋고 영양 많은 몽근 꼴만 골라 베는 소년

셋째형이 하듯 냇가에 지천이었던 갈잎과 센 버들잎을 대충대충 베어오면 되었지만 칭찬에 칭찬을 거듭 받은 어린 꼬마에겐 늘 관심 밖이다. 그 꼬마는 농사일이 바쁠 때나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도저히 그 양을 채울 수 없게 될 때라야 1년에 몇 번 마지못해 베어오니 형과 나는 늘 집에서 비교되곤 했다. 좋은 풀만 골라서 베어와 작두로 여물 썰어서 물 길러다가 맛나게 소죽을 쒀 주고 다 먹고 난 다음에야 내 일을 보았던 모범생 노릇을 톡톡히 해냈으니 말이다.

그게 내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집에 머물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것이 집 안에 갖혀서 일소 다음 가는 성실한 일꾼으로서 수고하게된 꼴이니 이제 와서 그걸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랴!

일을 다 마쳐 놓고도 차라리 집에서 노닥거리자는 게 내 삶의 방식이었고 형은 대충대충 해야 될 일만 주섬주섬 해 놓고 집을 빠져나가 골목대장 노릇을 하였으니 열 다섯 무렵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넓이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잠시 틈만 있으면 집을 비우는 형은 꾸지람 듣기 일쑤였고 반대로 착한 나는 지천(지청구) 들을 일 없어 좋았다.

개구리 잡으러 집을 나서는데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 개구리 잡는 일은 한 시간의 여유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 네이버포토^^^
그런 나라고 해서 마냥 집에만 눌러 붙어있지는 않았다. 합법적으로 할 일 다하고 허락을 받고 나갔다. 버찌는 아무 때고 꼴 베다 쉬던 참에 벚나무에 올라 따먹으면 되었지만 개구리 잡는 일은 한 시간의 여유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각자 동무들도 집에 꼴을 베어다 놓고 동네 어귀로 모이기로 했다. 모꼬지할 장소는 정확히 당산나무 그늘 아래다.

개구리 잡으러 가자고 꼬드긴 사람이 여러 준비물을 마련해 오는 게 원칙이었다. 마침 그 날은 내가 선봉에 섰다. 그러니 집에 있는 살림살이를 축내는 일을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성냥이다. 노란 통에 든 휘발유를 쭉쭉 짜서 넣고 라이터돌을 돌리던 지퍼 라이터가 있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그건 아버지 담뱃불 붙일 때만 쓰던 것이었으니 그걸 탐냈다가는 다리 몽댕이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는 수 있으니 제아무리 간덩이가 부은 아이도 그걸 갖고 와서는 안 된다.

어두컴컴한 정지 *부삭(아궁이) 솥 언저리에 놓인 어머니 소관이었던 비사표 사각 성냥 집 네쪽 중 한쪽을 툭 찢어 접히지 않게 싸고 성냥 골을 10개 싼다. 그 다음은 장독대로 가서 소금 독 뚜껑을 열고 두 줌 듬뿍 퍼서 봉지에 싼다. 이 정도면 얼추 준비는 끝이 났다.

동네 어귀로 가보니 같은 학년 승호와 병문이, 병섭이, 병주, 해섭이가 먼저 와 있었다. 나보다 더 바쁜 육남이만 같이 하지 못했다.

“왜 이리 늦었냐?”
“잉, 내가 요것조것 준비할 것이 많더라.”
“다 챙겨왔간디야?”
“잉.”
“어디로 갈라고?”
“쩌~기 ‘개밥모탱이’로 가면 되지 않겄냐?”
“글자.”
“늦겄다. 얼렁 가자.”
“아, 글고 철사 각관냐?”
“아따매 그걸 잊고 왔다야.”
“그건 됐고 풀에다 끼면 된께.”

하지(夏至) 무렵이었으니 해가 긴 초여름이었지만 5시 쯤 된 시각이었는지 아이들의 발걸음은 빨랐다.

나뭇가지 하나 씩 꺾어들고 논둑과 개울을 따라 개구리 잡는 동무들

거름기를 한껏 받고 파릇파릇 거무잡잡한 나락이 잘 크고 있었다. 콩 심어진 논둑을 조심히 몇 발짝 따라 가다 냇가로 접어들었다. 그 곳에 가면 키 작은 느티나무가 아이들 키보다 조금 더 크게 낭창낭창 능청능청 가지를 쭈욱 늘어뜨리고 있다. 한 줄기 씩 쭉 찢어서 개구리 잡는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시방부턴 천천히 다녀라~”
“알았어야...우리가 한 두 번 하냐?”

동무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순신 장군의 전법인 학익진(鶴翼陣)을 구성하여 이 잡듯 꼼꼼히 뒤져 나갔다.

몇 걸음 옮겼을까? 가장 키가 크고 야무진 승호가 먼저 너끈한 나무 채로 개구리를 후려쳤다.

“야~ 한 마리 잡아부렀다.”
“엉?”

거리를 두고 진격하던 아이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야~ 쫘악 뻗어부렀네!”
“승호야 어떻게 잡았냐?”
“야 이래봬도 깨구락지 잡는 건 내가 도사 아니냐? 요놈들이 풀 색깔하고 같잖아. 내가 살금살금 다가간께 논두렁 풀숲에서 논으로 도망갈라고 하잖아 그 방향을 보고 30cm 앞에다 툭 때리면 찍소리 못하는거야.”

한마디 추켜세웠다고 주절주절 다 말을 한다.

30cm 앞을 후려치면 끽소리 못하고 기절하는 개구리

그랬다. 개구리는 발견 즉시 사살하는 게 제일의 원칙이고 제 2의 원칙은 있는 자리에 대고 치지 말고 한 자 정도 앞에 갖다 때리면 어김없이 짧은 두 앞다리까지 쭉 뻗고 기절을 하니 미끈한 깨구락지를 주워 철사가 없으면 자랄데로 자라 씨를 머금고 있는 긴 풀을 하나 뽑아 홀 맺혀 개구리 똥구녁(똥구멍)을 관통하여 바람을 한 번 후 불어주고 한 사람 당 열댓 마리 꿰어서 갖고 다니는 즐거운 놀이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깽번(냇가 둑)을 따라 개밥 *모탱이(모퉁이)에 다다를 무렵 내가 잡은 걸 보니 열 여덟 마리였다. 이놈들이 꼼지락꼼지락 나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었다. 마침 아이들도 늘 우리 만남의 장소 냇가 돌이 나뒹굴고 있는 곳으로 몰려 온다.

“야 안되겠어야~”
“뭣땜시?”
“자꾸 움직인다.”
“이리 줘봐. 이 새끼들을 뙈기를 쳐부러야 한당께!”

줄줄이 꿰어진 내 깨구락지들을 받아든 병주가 한 마리씩 빼내 긴 뒷다리 두 개를 잡고 돌에 대갈박을 쳐댔다. 기어 들어가는 “찌익~” 소리가 난다.

“야색끼들아 뭐해? 얼렁 나무 줏어와야제”

그 한마디에 다들 냇가에 걸려 앙상하게 남은 가지를 한 움큼씩 주워왔다. 한 명은 성냥집을 돌에 감싸고 불을 댕겼다. “확-” 황과 인 냄새가 풍기더니 이내 불이 붙었다.

한 명은 불을 피우고 나머지는 돌로 개구리 뒷다리만 자르고 몸통 윗 부분은 물에 떠나가게 던져버린다. 그 다음 교련복 같던 개구리 복(複) 껍질을 벗기니 물갈퀴와 하야면서 붉은 무지개빛 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윽고 불이 사그러들 무렵 한 명씩 자신의 전리품을 들고 온다.

굵은 소리 흩어 뿌리니 타닥 톡톡 노릿노릿 구워지는 뒷다리

활활 타는 부분 밖으로 잉걸을 꺼내 그 위에 탈탈 털어 물기를 뺀 개구리 뒷다리를 살포시 올리고 굵은 소금을 흩어 뿌리니 “타닥 톡!” “턱!” 하며 튄다.

마냥 뽀짝거리던(아주 가깝게 밀착한) 해섭이가,
“앗야!”
“야 색꺄! 긍께 너무 뽀짝거리지 말라했잖아.”
“엄메 뜨거운 거~”

물기가 마르고 살이 노릇노릇해지면서 쪼그라들자 그 틈에 살 타는 냄새가 났다.

“잘 익었는가 묵어 보까?”
“썩을 놈!”
“쩌리 비껴봐~”

그 때부터 전쟁이 벌어졌다. “음냐음냐” 하다보면 천신이 돌아오지 않기에 뼈를 빼낼 틈도 없이 손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우리는 그 날 각자 스무 마리 정도씩을 먹어 치웠다. 시큼하면서도 쫄깃하며 뼈가 오도독 씹히던 영양 만점이었던 개구리-깨구락지 뒷다리를 잊지 못한다. 소주 한 잔만 먹을 줄 알았으면 그 맛을 음미했을 텐데 허천병이 났으니 그럴 여유도 못 부리고 배만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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