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을 몰고온 천사 ⓒ 태광디지털^^^ | ||
"여기 <오마이뉴스>인데요...편집국으로 청소기가 배달됐어요."
"네? 청소기라구요?"
"‘백아 김규환’ 님 앞으로 왔는데요."
"혹시 어떤 물건인지 아시겠습니까?”
“내용물을 개봉할 수 없어서 잘은 모르겠는데요. ‘00디지털’이라 쓰여있네요.”
“그래요? 실은 제가 며칠 전에 디지털카메라를 잃어버려 그걸 기사화 했더니 누가 보내주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네...”
“이럴 수가? 일단 판매사 전화번호 좀 부탁드립니다.”
“714-****구요. 시간 되시는 대로 오셔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예, 내일 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요즘을 디지털 시대라 하지 않던가. 청소기도 디지털화 한 것 쯤으로 알고 ‘00디지털’로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한가지 좀 여쭤 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무엇을 파는 회사입니까?”
“네 디지털카메라 파는 곳입니다.”
바로 감이 왔다.
“아 그래요. 그럼 며칠 전 어떤 분이 디지털 카메라 구입하셨죠?”
“예, 그렇기는 합니다만...”
“누군지 좀 알 수 없을까요?”
“저희도 그건 모릅니다.”
“예?”
“누구인지도 모르시면서 물건을 팔았다는 겁니까?”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럼 구입하신 분이 입금자 아닙니까?”
“어떤 분이 저희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전화를 해왔지요. 그 때 누구시냐고 성함을 여쭤 봤는데 오히려 노발대발하시며 그건 묻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난감했답니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구입자 성함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고 팔아보기는 처음입니다. 무작정 <오마이뉴스>로 보내라 하더군요.”
“입금자는 그럼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네...입금자도 지금 전화거신 ‘백아 김규환’씨로 되어있네요.”
무슨 첩보전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람?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 갔다.
“나이는 어떻게 되던가요?”
“젊으신 분 같은데 자신이 ‘무슨 모임의 회원’이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남자던가요?”
“아뇨! 여자 분이셨습니다.”
10분 넘게 마치 추궁하듯 신상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다. 어안이 벙벙하여 한 가지만 더 여쭤보기로 했다.
“그럼 그 제품의 가격이 얼마인가요?”
“그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일본 S사 정품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아니, 얼마나 주고 구입을 하셨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그 분의 은혜를 갚는 것 아닌가요?”
“가격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마저 비밀하라고 하셨습니다.”
“허허~”
그 분이 누군지 여전히 모른다. 아는 건 내가 운영자인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카페 회원이라는 것과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뿐이다. 급기야 모임에 ‘자수하시라’는 글을 올려놓기에 이르렀다.
며칠 전 새벽 애지중지 다루던 카메라를 만취상태에서 택시에 두고 내려 잃어버린 뒤로 오마이뉴스에 김규환의 <잃어버린 고향풍경>을 몇 개월 째 연재하고 있던 내가 허탈함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심정으로 내 허물을 다 들춰가면서 까지 글을 써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일이 있다. ‘술 좀 작작 마셔라’ 부터 ‘싸게 사는 법’ ‘몸 다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라.’ ‘그 맛깔 나는 글, 고향이야기를 볼 수 없으니 이제 큰 일이다.’는 등 네티즌들의 아쉬움과 조언이 잇달았다.
^^^▲ 내 기억에서 사라진 잃어버린 카메라 ⓒ 태광디지털^^^ | ||
카메라를 잃던 지난 주 목요일. 그날 밤 어떤 분에게서 익명으로 핸드폰 문자메일이 왔다. “김규환님 카메라 구입하지 마세요. 토요일이나 월요일 쯤 도착할 겁니다. 안 받으시면 서운합니다.” 이런 황당한 문자를 보고도 ‘누가 장난 문자를 보냈겠거니, 그래 월요일까지만 한 번 기다려보자.’하며 대낮에는 집 밖을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 신문사 측에 새 카메라가 도착해 있단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고마움을 어찌 갚아야 할지... 세상엔 좋은 사람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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