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인 한국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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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인 한국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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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자격지심을 버립시다

여러분은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어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나요? 아무리 사랑해도 지나치지 않는 생명과 같은 모국어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지나치게 홀대당하는 실정입니다.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 보다 영어교육이 우선시 되고, 공교육에서 그마나 연례행사로 하던 백일장도 유명무실해지고,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한국어 글쓰기도 이루어지지도 않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이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신문과 같은 매스 미디어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어를 남용함으로서 모국어 홀대의 최선봉에 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일간지나 뉴스에서 미국의 예비경선제를 뜻하는 'primary'를 ‘국민경선제’라는 적합한 한국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어발음대로 ‘프라이머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전혀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프라이머리’라고 단순히 표기해서 읽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왜냐하면,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강세를 주는 언어이기 때문에 ‘프라이머리’는 ‘-라이’에 강세를 주고 읽어야지 그냥 한국어 읽듯이 모든 음절에 동일한 강세를 주고 읽으면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한국 사람이 강세 없이 ‘프라이머리’라고 하면 미국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입니다.

주요 일간지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은 것입니다. 제가 몇 해 전에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신문 사설을 교재로 택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어 실력이 아주 뛰어난 중국 학생들이 한국어 사전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신문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난색을 표현한 일이 있었습니다.

중국어는 영어의 강세나 억양과는 다르지만 성격상 비슷한 사성(四聲)이라는 것이 있고, 영어의 ‘f'에 해당하는 소리를 중국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어 발음이 한국 학생들 보다 전반적으로 뛰어납니다. 따라서 그들이 볼 때 한국 사람들이 자기들 보다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는 정작 제대로 못 하면서 말 같지도 않은 영어를 쓴다는 중국학생들의 조롱 썩힌 표정을 절대 잊을 수 없을 듯합니다.

소위 말해서 지도층들이 이런 행태를 하니 일반인들이 훌륭한 모국어를 나누고 영어식 표기를 하려고 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도를 넘어서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고 ‘아(침겸) 점(심)’이라고 하면 촌스럽다고 해서 ‘brunch'라고 표기하는 창의성까지 발휘합니다.

더욱 점입가경은 한국어를 하는 도중에 자주 영어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국적불명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묘한 문제’라고 하면 될 것을 ‘delicate한 문제’라는 표현을 씁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영어를 한국어로 단순하게 바꾸어 발음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영어에서 ‘-ate'로 끝나는 형용사나 명사는 대부분이 ’-에이트’로 발음되지 않고 ‘-이트’로 발음됩니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델리케이트한 문제’라는 발음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발음법입니다. 신학문이나 최첨단의 분야이기 때문에 또는 적절한 표현이 없어서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일은 이해가 가지만 엄연히 좋은 한국어 표현이 있음에도 정체불명의 언어를 쓰는 저의(底意)가 무엇입니까? 미국이나 영국의 식민지도 아니었는데 무식한 영어 표현을 사용한 간판으로 거리를 도배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라가 못 산다고 정신적인 유산인 모국어마저 부정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능력 없는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패륜과도 같습니다.

감정적인 차원에서 모국어를 사랑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규칙이 존재한다면 규칙의 복잡성과 어휘의 많고 적음으로 두 언어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를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 언어는 많은 규칙들로 이루어진 문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어휘 수의 차이는 있지만 문명국가들답게 많은 수의 어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등한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언어가 사회언어학적인(sociolinguistics) 측면에서 우열이 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흑인영어 (Black English, BE)는 오래 전부터 be-동사가 소위 표준어라고 하는 미국 중서부방언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He be sick'과 ‘He sick.'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주어가 3인칭 단수임에도 불구하고 인칭에 따라 ’is'라는 동사를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자가 ‘항상 아프다.’의 뜻이고, 후자는 ‘지금 아프다.’라는 뜻입니다. 엄연히 be-동사의 탈락이 규칙으로 일어나는 언어현상이라면 그들만의 문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언어학적으로 볼 때 표준어에 비해서 열등한 언어로 취급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be-동사의 탈락은 관변(官邊) 사회언어학자들에게 흑인들은 지능이 낮아서 문법을 배우기 어려우니 문법을 단순화 시키려고 한다고 흑인들을 폄하하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문명이 덜 발달된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어휘 수는 문명어인 영어의 어휘 수 보다 적습니다. 그들의 언어가 언어학적으로 영어 보다 열등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인 격차가 두 언어의 평가에 바람직하지 않게 개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동등한 국가 간에는 언어학적, 사회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동등하게 평가받아야 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모국어 화자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축구에서 ‘드로잉’과 같이 고착된 외래어를 이제 와서 ’옆줄던지기‘라고 바꾸자는 국수주의적인 발상이 아닙니다. 언어학적으로나 사회언어학적으로 볼 때 한국어는 영어에 전혀 손색이 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워하며 애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아무리 두 언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려해도 안으로 굽는 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설사 남의 것 보다 뒤 떨어져도 자기 것이 더 좋다고 우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객관적으로 뛰어난 한국어를 자랑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일을 저는 개인적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만약 노벨상을 받았다면 한국어가 영어로 번역되어도 의미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한국어와 영어가 언어학적으로 동급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기 때문입니다.

한글 97프로그램으로는 한글 2005의 프로그램으로 만든 문서를 읽지 못하는 것처럼 열등의 언어인 영어가 우등의 언어인 한국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한국작가들은 노벨상을 수상 못해도 섭섭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어를 말로만 사랑하자고 해서 위에서 언급한 영어남용의 사례가 당장 가시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도적인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현행 영어시험을 통한 인력 선발제도에 한국어능력시험의 비중을 대폭 강화한다면 국민정서의 점차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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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2007-02-11 23:11:05
좋은말씀 가슴에 새기고 갑니다 건필

Herstory 2007-02-12 14:35:23
영어(英語)가 잘못되면 감옥이라는 뜻의 영어(囹圄)가 되지요.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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