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왕따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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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왕따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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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의 해석에서 벗어나야

 
   
  ^^^▲ 노대통령의 방일 성과 기자간담회 모습
ⓒ YTN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생애 최초의 미국방문이라 했다. 역시 미국은 크기에 있어서나 모든 것이 우리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초일류 초강대국이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국에게 어느 누가 대항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강한 나라다. 자칫 잘못하면 그 위력에 압도당할 만한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6월15일이 되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맞게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애지중지 가꿔온 "햇볕정책"이 꽃을 피우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햇볕정책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야당에 의해서 무차별적으로 유린당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지지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작년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 당시 노 후보는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 미국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오지는 않겠다. 한국이 남북 문제 해결에 있어 당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 방문을 했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 중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말과 함께 "추가적 조치(Further Step)"라는 말도 성명서에 들어갔다. 추가적 조치란 평화적 해결을 필사적으로 추진해보고 끝까지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불가피하게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후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미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트럭을 타고 친구인양 사진을 찍어 전세계 사람들이 보게 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문제 해법에서 "더 강경한 조치(tougher steps)"라는 용어를 구사하며 대북 압박의 징조를 보였다.

6월6일 현충일에 노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했다. 일본 천황을 만나고 고이즈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성명서에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회담뒤 두 정상들의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대 북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성명서에서는 압박이라는 말이 빠진 대신 회견에서 그렇게 말했다. 양국간의 입장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감안해 그런 방식으로 외교를 처리했는지는 모른다.

"대통령이 미국 가서 50년 전에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정치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다"라는 말에 대해 국내에선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 그건 한국인의 자존심을 너무 모르고 한 발언이 아니냐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방미외교는 굴욕적이다 라는 비난도 면치 못했다. 그때 노 대통령은 미국에서 말이 약간 오버한 것 같다고 실토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대화와 압박. 이는 양립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국제관계에 있어선 양립되기 쉽지 않다. 자국의 자존심, 국민정서, 자국 실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국가간에는 대화와 압박으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북한 당국의 자존심이 지금까지 압박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외국 언론이 평했듯이 그는 탈 권위적 언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토론을 좋아하고 형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그를 꽤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다 좋다. 그러나 외교는 그렇지 않다. 신중함 그 자체가 외교의 핵이기도 하다. 말. 글. 행동. 속마음이 각각 따로 노는 것을 막기 위해 흔히 문서를 사용한다. 문서로 작성해서 모든 사람이 읽어보고 문서에 서명한 당사자들이 그 문서대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일정한 형태의 구속력을 가진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한·미 공동성명에서 "추가적 조처"라는 말을 문서화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식의 해석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앞서 말한 맥락에서 우리식의 해석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보여주는 예를 한가지만 들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2사단의 인계철선(Wire trip)으로부터의 철수는 핵문제 해결 이후로 늦춰졌다고 당당하게 뽐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렇게 믿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한국에 와서 그리고 한·미 양국 국방당국자 회담을 통해서 미국은 벌써 미2사단 철수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대로 힘의 논리의 대변자, 유럽언론에서 말했던 골목대장 부시(Bully Bush), 일방주의, 역설적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부시는 세계 최강의 힘을 바탕으로 속마음으로는 대화보다는 무력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3월20일 대 이라크 전쟁을 개시한 것도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엄청난 규모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고 그는 자기 목표를 달성했다.

미국과 일본의 정상외교를 펼친 후 최근 한국은 북한 문제 해결 무대의 어디에 서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대화와 압박 정책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당초 그들이 생각해두었던 방식대로 대 북한 제재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3자 회담(북한-미국-중국)이후 북핵 문제를 다룰 후속회담의 프레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WMD)의 수출입 통제를 위한 국제적 공조에서도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내에서도 미국, 일본 등과 공조하여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파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고 우리 민족의 문제이므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순수 민족파로 의견이 갈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2일부터 스페인에서 미, 일을 포함 서유럽 10개국이 참여하는 미사일,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 회의에도 한국은 초청 받지 못했다는 현실이 그저 암담하다. 물론 이 국제회의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절대적 회의는 아니다. 하지만 관련된 모든 분야에 적극적으로 한국이 참여하고 그 때마다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북핵 문제 해결에 한국이 자꾸 소외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과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국내적으로 인기몰이에만 신경을 쓸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장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단계적, 지속적, 적극적 대응전략을 수립, 집행할 일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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