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볼〉로맨스와 휴머니즘의 결합에 대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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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볼〉로맨스와 휴머니즘의 결합에 대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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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랑 이야기는 아니면서 결국 사랑 이야기인 영화

^^^▲ 영화 '몬스터볼'의 한 장면^^^

단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 관객들의 예상은 스크린이 열리는 순간 분해되고, 참으로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상영된다.

이야기는 흑백의 갈등으로 시작한다. 물론 중심테마가 백인남자와 흑인여자의 사랑이니 어련하겠냐만은 단지 이질적(?)인 사랑을 드러내기 위한 소품이라고 보기엔 무언가 미심쩍다.

3대째 내려오며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교도관인) 집안, 남자만 있는 이 집안의 아들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흑인을 경멸한다. 흑인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의 아들 '행크' 역시도 흑인을 경멸한다. 그의 아들의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마저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그 흑백의 갈등은 마무리 없이 사형제도의 잔인성으로 무게의 중심을 옮긴다. 얼마나 크고 나쁜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기의자에 타 들어가야만 할 운명의 흑인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레티샤' 라는 같은 피부를 가진 부인이 있고 아들이 있다. 그의 아들은 자신만큼이나 그림에 소질이 있다.

이제 그는 가족과의 최후의 면회를 마치고(11년 동안 면회는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소멸의 지름길로 들어서야만 한다. 사형전날의 파티인 '몬스터볼'은커녕 그에게는 가족에게 전화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드디어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그만 그 강을 건넌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미움받고 있다고 오해한 혹은 현실을 비관한 착한 교도관 아들은 교도관 아버지의 그 '미움'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다.

비극은 우연을 동반하게 되는 것인지 슬픔에 잠긴 행크가 차를 몰던 비오는 어느 날 밤 레티샤가 미워하던 '검으면서 뚱뚱하기까지 한' 아들은 차에 치이고 행크가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늘 하얀 모습이라 생각되는 천사가 자신의 인종도 아닌 검은 아이를 하늘로 옮겨버렸다.

둘은 따로 또 같이 '아프기' 때문에 서서히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동안 가까워지고 어느 때인가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게 된다.

마치 거울 같이 남자와 여자를 사이로 전개되는 스토리, 이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관객에게 반으로 잘려진 이야기의 봉합을 서서히 요구하기 시작한다.

정밀하지 않은 거울은 그 반사능력을 다하고 서서히 면죄부로 변하는데 자로 잰 듯한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싶었는지 레티샤와의 잠자리에서 일어난 행크가 바라본 거울에는 그녀의 남편 모습이 보인다.

이 영화는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나 진실 같지 않은 구조의 이야기와 장면흐름으로 구성된다. 장면과 앵글이 차지하는 비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클로즈업샷이 가지는 감정의 과장성은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시켰고 마치 죽은 남편이 그냥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훔쳐보고 있는 듯한 앵글은 단지 이 영화가 5분간의 풀타임 섹스신으로 인해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을 이야기한다.

이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몸에 있는 문신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문신은 쉽사리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들이 안고 있는 정신적인 상처 역시 완전한 모습으로 치유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상화가 가지는 복선의 증폭성을 여운으로 남기는 결말로 마무리 짓는 그래서 관객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거나 아쉬움을 던지는 구성, 밤하늘에 별은 쏟아지고 아이스크림은 녹는다.

다시 돌아보니 이 영화는 분명히 사랑영화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의 의미를 맹렬히 갈구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래서 매혹적인 것이 아니라 건조하고 차가운 날 조금은 서늘하지만 온기를 가진 수증기처럼 적셔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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