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네트워크의 역사,〈중국 그리고 화교〉
스크롤 이동 상태바
화교 네트워크의 역사,〈중국 그리고 화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이지 않는 제국' 화교 네트워크가 그토록 튼튼한 이유를 밝힌 책

^^^▲ <중국 그리고 화교>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원경주 옮김. 프리미엄북스. 13000원
ⓒ 프리미엄북스^^^
오늘의 중국을 만든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화교이다. 중국의 현대화를 위해 조달된 막대한 해외자본 중 상당부분이 바로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계 인구, 즉 화교에 의한 것이었다. 화교, 화상, 혹은 화교네트워크라고 불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오늘날 해외거주 중국인, 즉 화교들의 인구는 5500만 가량이 된다. 동남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의 GNP는 중국의 GNP를 능가한다. 그 막대한 자본에 오늘의 중국에 투자되면서 중국현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 투자되는 외국자본의 상당수가 이들 화교자본이다.

뿐만 아니라 화교들은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힘을 가진 엄청난 해외 거주 중국인의 집단은 언제부터,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도록 그토록 강력한 집단을 구축하였는가?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중국 그리고 화교’이다.

이 책은 다소 지루하다. 그것은 화교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화교의 역사를 무려 2000년 전부터 찾고 있다. 그토록 긴 세월동안 중국인들이 해외로 흩어지게 된 사연과, 그들이 분포한 광대한 지역의 특징, 그리고 그들이 고국을 떠나서 살아가는 삶의 역사를 하나씩 풀어나가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차근히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 지루함 속에서 저자의 화교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바로 그런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쉽게 읽혀지는 이야기체의 아기자기한 말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독자들은 중국의 또 다른 한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오늘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조금의 따분함을 견디고라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중국의 변방, 특히 양쯔강 이남의 지역 즉 남방은 천대받는 땅이었다. 원래 소수민족의 땅이었지만, 이들 소수민족들은 끊임없이 인구가 팽창하는 한족에 의해서, 그리고 중국에서 수없는 변란이 생길 때마다 남으로 남으로 밀려 내려오는 인구에 밀려 다시 남으로 내려가게 된다. 중원, 양쯔강 이북의 지역에 정변이 있을 때, 내란이 있을 때, 기근이 있을 때마다 거대한 인구의 물결이 남방으로 움직여 내려갔다.

또, 중국은 전통적으로 상업을 천시해 왔다. 정변으로, 전쟁으로 이들의 세금이 필요할 때에는 요긴하게 이용되던 상인과 무역종사자들이 안정기가 되면 필요가 없어져 버림을 받는 과정이 되풀이 되었다. 이렇게 밀려난 사람, 중국에서 버림받은 사람, 그래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중국을 떠나게 된 중국이 버린 중국인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하나 둘 정착하게 되었다.

정부에 의해 배척당하고,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신세인 이들은 처음부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본토를 떠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낮선 곳의 가혹한 도전들이었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그들은 낮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신의와 배타적인 지역주의로 뭉친 독특한 집단을 구성해간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한곳에 오래 정착하기가 불안했고, 혹 땅을 차지해도 불확실한 정치적 지위 때문에 오래동안 유지하기 어려웠던 그들은 농업보다 상업에 주력하게 된다. 장사와 금융,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시시각각 자신을 조여 오는 현지 권력자와 협상 할 수 있는 무기이자 실탄이기도 했다.

때로는 돈으로, 때로는 집단적인 단합에 의한 무력으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고, 때로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도 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 땅의 원주인들의 거센 반발에 의해 대대적인 학살을 당하기도 하고, 한때는 돈으로 회유하고 정략적인 제휴를 하던 그 지역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기도 한다.

수백, 수천년 동안 그런 과정을 겪어오면서,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는 뿌리 깊은 거대한 세력은 서서히 자라나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동남아 지역의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막대한 막후의 힘을 지닌 세력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 곳 솟아오르는 하나의 의문과 답. 과연 무엇이 화교들을 그토록 강인한 집단으로 만들게 된 동인일까. 역사적으로 본국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거주하게 된 민족 집단은 많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난 후, 그들 중 성공한 집단과 실패한 집단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화교들의 특징은, 그들은 본국에서 밀려났었던 사람들이란 점이다. 돌아갈 곳이 없고, 그래서 낮선 땅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고, 항상 의심을 늦추지 않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향사람의 집단끼리 굳게 뭉쳤다. 그리고 배신자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가해졌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그들을 강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남았고. 힘을 가진 세력이 되었다. 그들의 그러한 절박함이 수백, 수천년의 세월이 지난 후 마침내 그들을 먼 이국땅의 주인이 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자신들을 내밀었던 그 땅에 구원의 손길을 뻗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