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향기 육영수"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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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향기 육영수"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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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그녀를 퍼스트레이디로 기억 한다

 
   
  ▲ 자비의 향기 표지  
 

세간의 평가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사람들도 육여사를 비판하는 말은 없었다.

최근 육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불가에서 3천년에 한 번 피는 꽃 우담바라를 쓴 유명한 소설가 남지심씨(63)가 육여사의 일대기를 제 조명해 소설로 옮기 “자비의 향기 육영수”를 뉴스타운을 통해 소개해 본다.

남지심의 장편 ‘자비의 향기 육영수’가 그것이다. 육여사에게서 강조되지 않았던 불교적 삶에 비중을 둔 새로운 소설이라 한다.

육여사는 불자였다. 1960년대 초부터 서울 우이동의 도선사에 자주 찾아가 불공을 드렸고, 청담 대종사에게 받은 대덕화(大德華)란 불명도 있다. 5.16혁명 이전에는 절에 다녔다는 기록이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육여사의 불심은 당시 아프리카 빈국과 같은 수준의 국가적 고난, 거기에 마주선 구국의 염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국가경영에 고심하는 남편을 내조하는 인자하고 우아한 모습의 이면에는 남모르는 심적 고통도 있었을 것이다. 그늘진 민생을 위로하고 그 호소에 늘 귀를 기울이지만 그 자신도 위로받고 싶고 호소하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산사(山寺)의 적요(寂寥)와 평안을 찾지 않았을까.

소설 ‘자비의 향기 육영수’는 인간 육영수의 삶을 불교적 시각으로 조명한 것이라 했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 부인의 다정불심과, 국가와 남편에 관한 간절한 기원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육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신분에 안주하지 않고, 민생의 그늘진 부분을 쉴 새 없이 찾아다녔다. 육여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사람들도 육여사를 비판하는 말은 없었다.

이런 육여사는 다음의 대통령 부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들이 TV에 비치면 사람들이 꼭 육여사와 비교를 하고 이런저런 흉을 보니, TV에 비치는 것도,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것도 겁이 나지 않겠는가. 그저 ‘방콕’이 최선이라는 안이한 체념상태를 상상키가 어렵지 않다.

이런 대통령 부인들과 달리 육여사는 혁명을 한 남편의 아내라는 자의식이 강했다.

그 시대의 증언 기록을 보면 대통령 내외가 언쟁하는 부분까지 여과 없이 드러나 있는데, 어디선가는 육여사가 “그러려고 혁명하셨어요?”라고 쏘아붙이는 대목도 나온다. 아마도 이런 말이 국사에 노심초사하던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육여사는 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결부된 국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자기 헌신의 노력을 집중했다. 온화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기관리와 절제가 무서웠다. 국가발전의 성취도에 따라 혁명의 성패가 좌우되고, 거기에 가족의 안위가 달려 있음을 항상 의식하는 이를테면 ‘혁명의 동반자’였다.

결코 평온하지 않은 치열한 삶이었다.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하는 자비의 미소만이 그 삶의 전부가 아니다. 그 미소 뒤에 도사린 것이 있다. 문세광 저격사건에서 보이는 ‘남편을 대신한 죽음’의 의미 또는 국가 위기에 호국(護國)의 순교로 맞서는 비장함이다.

온화한 미소와 비장한 모습으로 갈음되는 인간 육영수의 ‘부드러운 직선’이 우리 근현대사를 눈부시게 관통하고 있다.

정치학 전공의 한 여교수는 신사임당 초상화가 새삼스레 눈에 익은 느낌이 들어 어디서 보았던가 생각해 보니 육영수 여사의 모습이더라고 했다.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차려 입은 모습의 단아하고 청초한 느낌이 육여사 영정을 보는 것과 똑같고, 이목구비도 서로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사대부 집안의 아녀자들이 유교문화의 좁은 울타리를 넘기가 어려웠던 그 시대에 신사임당은 지아비를 섬기는 부덕(婦德)뿐 아니라 독창적 삶의 추구와 아울러 대학자 율곡을 훈육한 모성으로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육여사는 평생 동안 남편에게 ‘여보’ 호칭을 쓰지 못하고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라는 말로 불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 해 여기자들이 부부싸움에 관해 묻자 육여사는 “큰일을 하시는 분이니까 꾹 참고 있어요. 불만을 한데 모아 두었다가 물러나시면, 한번 호되게 공격하려고 벼르고 있어요. 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육여사의 온화하고 자상한 내조가 대통령의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육여사는 양보할 수 없는 어떤 원칙, 지켜야 할 법도와 가치관에 관해서는 흔들림이 없었고 남편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꼭 알려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역정을 들어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박지만의 말에서도 육여사가 고분고분, 유순하지만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신사임당은 남성 의존형이 아닌 엄격한 봉건주의의 틀을 깨고 나온 자립자존의 여성상으로서, 육여사 역시 여성에게 보수적이었던 고정관념을 깬 ‘가장 적극적인 퍼스트레이디’로서 두 사람은 온화함과 올곧음을 겸비한 ‘부드러운 직선’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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