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녘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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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녘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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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5>고은 “화살”

 
   
  ^^^▲ 민중의 강인한 삶을 대변하는 엉겅퀴꽃
ⓒ 이종찬^^^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몇 십 년 동안 억누르고 참았던 울음이 메아리 친다. 반 백 년 동안 짓눌리고 묶여 있었던 피가 분수처럼 용솟음 친다. 수 천 년을 물 속에서 뱀이 되어 살았던 이무기가 마침내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 승천하는 용의 입에 물린 여의주가 이 세상 곳곳에 찬란한 쌍무지개를 띄운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글들이 저절로 씌어집니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온, 서럽도록 억울했던 지난 날에 대한 기억들과 한 많은 우리 역사가 흑백필름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문득 흑백필름이 끝난 자리, 갑자기 무언가가 용수철처럼 툭, 하고 이 세상 한복판으로 튀어오릅니다.

그래. 오죽 억울하고 원통했으면 그동안 가진 것, 누린 것, 쌓은 것 모두 다 버리고, 끝내는 목숨마저 버리면서까지 과녘을 향해 쌩, 하고 날아가고자 했을까요. 또 그렇게 날아가서 "과녘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에도 "단 한 번/ 화살로 피를 흘리"며 "돌아오지 말자!"고 했을까요.

이 시는 군부독재정권을 향한 시인의 피 토하는 분노가 용광로 속의 쇳물처럼 들끓고 있습니다. 우리 민중들의 가슴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진 한 맺힌 울분이 막힌 물꼬가 터지듯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여러 분은 저 빛나는 유월항쟁의 승리를 기억하십니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아니 전 국민이 군부독재정권이란 과녘을 향해 화살처럼 쌩, 하고 날아갔던 그날의 함성을. 4.19에 이어 독재정권과 국민과의 싸움에서 또 하나의 빛나는 승리를 이끌어 냈던 그날의 감격을.

그 빛나는 승리로 장식했던 유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 빛나는 유월항쟁의 승리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또한 이런 생각만 하면 왜 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지고 무거워지기만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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