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고파 시작한 중증장애인 중입검정고시 수석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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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고파 시작한 중증장애인 중입검정고시 수석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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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의 박장근씨 이력서에 무학(無學)대사가 사라져”

^^^▲ 중입검정고시에서 수석합격한 박장근씨
ⓒ 오용균^^^
5월 30일 대전시교육청에서는 지난 5월17일에 있었던 중입검정고시 결과를 발표하고, 최고 득점자인 대전의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학생인 박장근(45세, 휠체어장애인)씨를 수석합격자로 최종 발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장근씨는 검정고시 9개 과목에서 평균 96점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중입검정고시 수석의 영광을 안은 박장근씨는 홀어머니와 단 둘이 부산에서 살고 있으며 아직 미혼이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부산에 사는 박장근씨에게 수석합격 소감을 물었다. ‘제가 수석합격이라는 것을 야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만, 믿어지질 않습니다.’ 라고 하며, 기쁘면서 애써 겸손한 말을 남기었다.

‘어떻게 공부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박씨는 ‘열심히 가르쳐 주신 선생님 덕분이다’라고 하며 ‘특히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와 저를 지속적으로 지도해 주신 교감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선생님에게 영광을 안겨 드리고 싶은 작은 제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다시 고입검정고시와 대입검정고시에 계속 도전하여 늦은 나이이지만 대학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하며, ‘앞으로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에서 공부를 더 계속하기 위하여 부산생활을 정리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대전으로 집을 옮겨 취업과 함께 야학에서 새로운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한 결과
‘저를 연결해 준 KBS에도 감사’

박장근씨의 수석 합격은 우연이 아니다. 금세공기술자로서 자영업으로 수출 사업 실패의 충격 역시 배움이 없었던 일로 공부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에서 ‘하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긴 결과이다. 공부하기 위해 부산에 있는 여러 야학에도 가 보았고, 서울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보았지만 모두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어 진도를 따라 없고 기초가 없는 박장근씨에게는 실망만 더해 줄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장애인학생들을 지도하는 김창순교감 선생님
ⓒ 오용균^^^
그 무렵 KBS ‘사랑의 가족’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중심으로 가르친다는 대전의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의 소식을 TV를 통해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KBS 주선으로 야학에 전화를 걸어 2001년 10월 정식으로 입학을 하고 매주 2,3회 대전에 와서 수업을 받은 뒤 뒤늦게 부산으로 내려갔다.

서울에 있는 학원도 다녔는데 그 보다 가까운 대전에 다니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거리상 학교에 못 나오는 날은 교감선생님(김창순, 51세, 전직초등학교교사)으로부터 과제를 받아 집에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전화로 지도를 받는 등 억척스러운 학구열이 오늘의 수석합격자가 된 것이다.

특히 야학에 등교했다가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올 때에는 교감선생님 댁에서 여러 날을 1박하면서 학습지도를 해 왔다는 사실도 늦게 알려져 공부를 해 보겠다는 제자 사랑의 결과로 장애인들이 일반정규학교 현장에서 공부하는데 어렵다고 하는 부모들의 이야기와 많은 교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한자 한자 익혀지는 재미가 신기하듯 더 열심을 낼 수 있던 중 2002년 12월 21일 3주간의 겨울방학식을 마치고 부산으로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16중 추돌사고로 오른쪽 팔이 골절되어 부산 침례병원에 입원하여 수개월 동안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다.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공부했다.’

병원에 입원 중에도 학교 측의 배려로 매주 학습자료를 보내 줘 중단하지 않고 병상공부는 계속되었다. 수시로 안부를 물어 공부를 중단하지 않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장님(오용균)과 끊임없이 전화로 학습지도를 해 주신 교감선생님의 덕분에 이번에 검정고시를 볼 수 있었다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장애로 하여금 교육의 기회를 놓쳤고, 그동안 늘 무학력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이 한이 되어 온 말 못하는 아픔을 씻게 되었다. ‘제 이력서에 무학(無學)대사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고 하며 늦었지만 초등학교 전 과정을 종지부 찍게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다.

한편 박장근씨를 지도해 온 모두사랑야학의 교감 김창순 선생님은 제자의 수석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 하며 ‘평소 질문도 많았던 박장근 학생에게 교사출신으로서 열심히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교사로서 가장 기쁜 일이라면, 바로 이런 작은 기쁨 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이 혼신을 다해 가르치는 것 아니냐’며 많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창순 선생님은 30년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해 오다가 홀로 되신 시아버지(전직교사)의 뒷바라지 때문에 교직을 명퇴하신 효부이기도 하다. 모두사랑야학에서는 가족들의 양해 하에 개교 때부터 자원봉사 교사로 장애인을 위해 교육을 맡아 왔다고 한다. 개교 초기에는 매일 같이 출근하여 교무행정 등 학사 모든 것까지 참여하여 오늘의 모두사랑야학을 괘도에 오르게 하는데 대단한 역할을 하셨다고 이 야학의 교장은 말하고 있다.

‘수석합격자 박장근씨는 병상에서 기출문제 10번 풀어’

박장근씨는 중증장애인으로 금세공기술자이다. 세공 하나는 틀림없다고 자신만만하고, 금반지 등 혼수품 마련 때에는 조언도 해 주는 등 늘 밝은 얼굴로 어린 동료 학생들로부터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불러지기도 한다. 한 때는 금제품 자영업으로 수출도 했으나 가방끈(?)이 짧은 탓에 친구의 사기에 전 재산을 털어 먹기도 했다.

배워야 하겠다는 결심도 이때쯤이다. 병상에 있으면서 합격해야 한다는 각오로 검정고시 9개 과목의 기출 문제를 열 번쯤을 탐독했다고 한다. 긴장 속에 난생 처음 시험을 치르는 시험지를 받아 보고 공부한 만큼 시험 보는데 어려움이 없어 합격 했으리라는 예감을 했지만 수석은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중입검정고시장의 모습을 떠 올리며 어느 장애인은 가누지 못하는 몸을 이기지 못해 준비된 돗자리를 깔고 업드린 채로 답을 마킹해 주는 자원봉사대필자를 통해 답안지가 차례차례 메워져 가고, 이를 지켜보는 시험감독관도 안타까운 듯 처다 보며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험답안지를 수거해 주는 배려도 있었다. 결국 이 학생도 모두사랑야학의 학생으로 합격을 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의 시위, 학교이전반대 이해가 안가’

^^^▲ 행복한 사람들의 시위현장?대전외고이전반대 프랑카드
ⓒ 오용균^^^
검정고시를 예정 시간보다 빨리 마치고 시험장 밖으로 나와 교육청 현관에서 긴 호홉을 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초여름의 태양이 내려 쬐는 열기는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교육청 정문에서는 대전외고이전반대 시위가 고조된 상태로 초여름을 더 뜨겁게 하였다.

마땅한 학교가 없어 부산에서 이 곳 대전까지 야학을 다니는 장애인의 눈에 비친 학교이전 반대가 이상하듯 필자에게 묻는다. 박장근씨는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 하며 ‘행복(?)한 사람들의 시위가 아닐까?‘하는 뼈 있는 한마디를 남기는 박장근씨의 얼굴엔 또 다른 도전장을 던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대전의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는 2001년 6월에 개교한 이래 2002년도 중입검정고시에서도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엄일섭(41세)씨가 수석 합격하였고, 이번에 두 번째 수석합격자를 배출했으며 개교이래 대학에도 4명이나 진학할 정도로 지역사회의 장애인 문제와 교육을 위해 책임져 가는 야학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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