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멀리 떠나있던 시간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춘천의 가을 안개를 만끽하며 가을 기분에 흠뻑 젖어 지내고 있다.
아침 출근길 나를 반겨주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우리 사무실옆 도로변 가로수 바로 플라터너스나무들이다.
출근길 도로변은 그다지 많은 차량이 아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지나갈 뿐 한적하고 시골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마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역의 플라터너스 가로수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올해 초 출근길의 플라터너스나무는 겨울이라 조금은 스산해 보였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커다란 버팀목으로서 나에게 다가왔고, 봄 · 여름철엔 푸르른 싱그러움과 활력으로, 요즘인 가을철엔 단풍이 들어 한층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누구나 가을이 되면 단풍놀이 계획을 세울 것이다. 우리 임업직들은 따로 단풍놀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항상 산과 접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일부 지인들은 나에게 일도 하고 단풍구경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뉴스에 보니 지난주 내장산의 단풍이 절정이었다고 한다. 가을에 단풍이 지게되는 것은 나뭇잎의 색깔을 나타내는 엽록체에는 녹색의 엽록소, 주황색의 카로틴, 황색의 엽황소, 적색의 안토시아닌 등의 색소체가 있는데 가을철에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녹색에 가려져 있던 색소체가 붉은색, 노랑색, 갈색, 자주색 등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띄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가을철 산불비상근무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남편 혼자 산행을 한적이 있었다. 출발하려는 아빠에게 7살난 딸아이가 나뭇잎을 색깔별로 주워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린아이의 눈에도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보인 것이다.
그 날 저녁 산행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이와 한 약속을 잊지 않고 단풍든 나뭇잎을 주워왔고 그 나뭇잎을 건네 받은 딸아이는 유치원에 가져가서 친구들에 자랑한다고 가방속 책갈피에 넣어두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제 오늘 겨울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어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이제 두달 남짓 남은 2006년을 후회없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한해를 마무리하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플라터너스 출근길을 지나간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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