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기엄마' 산업연수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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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아기엄마' 산업연수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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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 중국인 리수잉(31), 동춘위(33) 판총쑤(34)의 이야기

^^^▲ 리수잉(31), 동춘위(33) 판총쑤(34) 세 사람모두 결혼을 해 5살, 8살 아이를 둔 엄마의 몸
ⓒ 배철현^^^
한국에 온 지 1년여. 리수잉(31), 동춘위(33) 판총쑤(34) 세 사람은 중국 산둥성 청도지방이 고향으로, 태왕물산 중국 현지법인에 근무하다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현재 경산에 있는 태왕물산에 근무한다.

모두 결혼을 해 5살, 8살 아이를 둔 엄마의 몸.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머나먼 이국땅으로 혼자 왔다. 중국 현지에 근무할 때는 월 10만원 정도 벌었으나 지금 한국에 와서는 30여만원 안팍의 월급이 되니 2여년을 모아 중국에 가면 꽤 큰 보탬이 될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월 30여 만원의 월급이라면 한국내에서는 아무도 일할려고 하지 않는 급여지만 이들에게는 중국에서 일할 때보다 엄청나게 큰 액수다.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3교대라 비는 시간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기분나빠 외출은 잘 하지 않는단다. 또 한국의 호화찬란한 물건들을 구경하지 않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두 눈 질끈 감고 중국 갈날만 기다리는 세 명의 중국 엄마들. 그러나 몸은 이역만리에 있지만 밤마다 자식 사진보며 우는 모정은 어디나 다름없다.

▲아이 놔두고 오기가 쉽지 않을텐데...

△판총쑤:중국에선 다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일한다. 하지만 아이와 있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그래도 젊을 때 돈 벌어야지.
△동춘위:중국에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오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1400여명 중국현지 태왕물산 근로자 중 근무성적이 아주 좋은 소수만 한국에 올 수 있다. 그러니 우린 운이 좋은셈이다.
△리수잉:시어머님이 아이 많이 봐주신다. 그러니 보고 싶어도 참아야지.

▲언제가 가장 힘든가?

△판총쑤: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라고 해 힘든다. 정신이 없다.
△동춘위:아플 때 가장 힘든다. 한번은 허리가 아파 꼼짝 못해 정말 집으로 가고 싶었다. 벧엘교회 김재택 목사님이 약도 구해주고 하양 사랑의원에서 무료로 진료해 줬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리수잉:음식이 입에 안맞아 고생했다. 우리 고향엔 밀농사가 많아 밀과 고기 위주다. 그런데 김치와 밥은 입맛에 안 맞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쑤셔 넣다시피 억지로 먹어야 일하지.

▲가족들 보고 싶지 않나?

△판총쑤:가끔 경산시장에 나가보는데 아이 손잡고 나오는 엄마들 모습보면 중국에 있는 우리 가족 생각나지.
△동춘위:(아이 얘기가 나오자 벌써 울고 있다. 8살짜리 아들의 사진이 있는 열쇠고리 내보이며)밤마다 이걸보며 운다. 중국에서 나올땐 키가 내 허리춤 정도였는데 벌써 130㎝란다. 보고싶다.
△리수잉:(눈가의 눈물 흔적 닦으며) 전화를 해도 아직 말이 서툴러 몇마디 못한다. 엄마 돈벌어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가족들과 연락은 자주 하나?

△판총쑤:회사에서 한달에 두번 우표값 대준다. 편지도 하고 전화도 한다. 하지만 돈 아낄려고 자주 안하지. 엄마가 돈 많이 버는 걸 아는지 아이도 커서 엄마처럼 외국가서 일할거라고 해 웃었다.
△동춘위:나는 아이가 보고 싶어 매일 밤 전화한다. 그때마다 아이가 엄마 언제 오느냐고 물어 가슴 아프다.
△리수잉:여기는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있던데 중국에선 6월 첫째주가 어린이날이다. 선물 사오라하지만 아껴서 나중에 사갈려고.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어떤 것이 걱정되나?

△판총쑤:청도지방이 사스가 심하다고 해 걱정이다. 우리 마을은 지금 통제구역이란다. 내가 아픈게 낫지 너무 걱정이다. 김치가 사스에 좋다지만 중국에선 비싸 못 사 먹는다.
△동춘위:난 아이 교육비 해결할려고 온 사람인데 아이가 나 없이도 공부 잘 할지 걱정이다. 중국은 지금 교육비가 장난이 아니다. (판총쑤씨와 리수잉씨는 동춘위씨의 교육열에 혀를 내두른다. 요즘 우리말로 극성엄마인 셈)
△리수잉:나는 아이가 점점 더 보고 싶은데, 아이는 어려서 그런지(리수잉씨의 딸은 5세) 엄마와 떨어지니까 잊어가는 눈치다. 처음엔 전화할 때 말을 좀 하더니 갈수록 필요한 말만하고 끊는다. 섭섭하다.

▲돈벌어서 중국가면 뭘 할 것인가?

△판총수:지금 사는 곳은 농촌인데, 아이 교육 위해 시내에 집을 살 계획이다. 2년 모으면 5000달러,
중국돈으로 45000위엔 정도 된다. 작은 아파트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동춘위:저금해서 아이 교육비로 쓸거다.
△리수잉:남동생과 화장품 가게를 하나 열려고 생각 중이다. 남편이 미장일을 하는데 수입이 정기적이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게 열면 생활이 안정되지 않겠는가.

▲지금 편지를 쓴다면 아이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판총쑤:10개월만 더 있으면 만날 수 있다. 그때까지 건강해라.
△동춘위:엄마 없다고 공부 소홀히 하지마라.
△리수잉:엄마가 가서 뽀뽀 많이 해줄께!

씩씩하고 밝은 판총쑤씨, 아이 걱정에 눈물 마를 날이 없는 동춘위씨, 말은 없지만 속이 깊은 리수잉씨. 좀더 잘 살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타국까지 온 것이 그 옛날 하와이로, 중동으로 돈벌기 위해 갔던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이랑 무엇이 다를까.

외모상은 한국인과 차이가 없어 입을 다물고 거리에 나서면 아무도 이들이 중국에서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좇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이들의 아픔을 ‘가족사랑’을 외치는 우리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가정의 달 5월! 그러나 이역만리에서 온 이들 중국인 근로자들의 가슴 속에도 아프고도 따뜻한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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