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산 휴양림 자생 식물원 ⓒ 황윤성^^^ | ||
우리가 유명산휴양림을 찾았을 때가 마침 단풍축제를 하루 앞둔 기간이여서 관리소는 북적북적한 모습으로 활기가 넘쳤다. 유명산은 이름 그대로 유명해 휴양림 중에서도 수익이 높은 곳 중 하나란다.
간단하게 커피한잔을 하고 식생조사업무를 하러 산입구로 향하는데, 수학여행 온 아이들인지 들떠있는 초등학생들의 방글방글 웃음꽃이 긴 행렬을 이룬다. 길을 따라 예쁘게 달려있는 청사초롱이 걸음걸음 산을 오르는 발걸음을 더 가볍게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온 산을 뒤덮은 단풍을 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왜 진작 이런 곳에 와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랑 연애할 때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에 가는 등, 사람이 만든 딱딱한 구조물 안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토록 경치 좋은 휴양림이 많은데 말이다.
얼마쯤 올라왔을까. 입구에서의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 약간 쌀쌀한 기운도 돈다. 산을 잘 못타는 나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발밑에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낙엽 소리가 전부다.
땀을 훔치며 고개를 드는데, 바람결에 머리 위로 참나무 잎사귀들이 천천히 흩날리며 하늘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순간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이 오버랩 돼온다. 소리를 채집하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가 보리밭에서 두 팔을 벌려 소리를 담던 그 장면이다.
세상 모든 소리의 볼륨은 꺼져있고 오로지 바람에 흩날려 그림처럼 퍼지는 단풍의 떨림만이 홀로 가슴 속으로 내려앉는다. 아 정말 단풍 축제로구나! 이 순간, 너는 오직 나만을 위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구나!
출장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표현할 수 없는 감격과 감사함으로 가득했다. 유명산휴양림의 단풍축제기간은 지났지만, 당신을 위한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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