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 황윤성^^^ | ||
잎을 떨구고 있네
쓰린 비늘 하나씩 떼어 내어
자나는 행인들 발아래
켜켜이 깔아 주고 있네
제 몸을 떼어 내는 게
어디 아픔 없이
될 일이랴만
다소곳한 몸짓으로
헐벗고 있는 네 모습은
이 가을, 시리도록
눈부시구나
홍수희 시인의 <플라타너스가 있는 가을 풍경>의 일부이다. 플라터너스의 수피 한겹한겹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는 시다.
^^^▲ 플라타너스 수피 ⓒ 황윤성^^^ | ||
플라타너스는 빨리 자라고, 거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와 대기오염에도 매우 강해, 도시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던 나무다. 지금은 많이 없어지고 있지만, 우리 관리소 주변도로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를 보면 그 풍채가 대단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모습이 장엄하다. 처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름이 1m 남짓한 가로수에 한번씩 놀라곤 한다.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버즘나무다. 그 이름이 버즘나무인 이유는 수피에 있었다. 버즘나무의 수피가 사람의 피부에 생기면 보기 좋지 않은 ‘버짐’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행인들 발아래 켜켜이 깔아주어 가을을 더 운치 있게 만들고 있는 버즘나무의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이름이기도 하다.
이 버즘나무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는, 여신들 중 단연 최고의 미를 가진 여신, 헬레나의 나무였다. 손바닥을 닮은 버즘나무의 잎은 대여신의 상징하였다고 하니 ‘버짐’과 닮아 버즘나무라고 칭해진 것이 더욱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러나 그 이름 그대로 운치가 있고 소박한 정감이 느껴진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나무의 모양이 꼿꼿하지도, 잘생기지도 못하여, 점점 가로수로 심어지는 비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름이 1m에 달할 만큼 크게 자라는 동안, 우리에게 많이 베풀고 많이 감싸며 서 있었을, 이 나무를 생각하면, 단순한 가로수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제 몸을 떼어 내는 게
어디 아픔 없이
될 일이랴만
다소곳한 몸짓으로
헐벗고 있는 네 모습은
이 가을, 시리도록
눈부시구나
이 시구가 바람결에 한 번 더 맴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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