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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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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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알렉산더가 동東으로 간 까닭은

아프칸의 수도 카블과 인도의 수도 델리, 거기다 캘커타를 연결하는 도로가 있다.
16세기 인도의 무갈왕조가 완성시킨 간선도로로, 그랜드 트렁크 로드Grand Trunk Road, 약칭 GT로드라 불린다. 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 인더스의 평야를 가로질러 인도로 향하는 이 길은 기원전부터 수많은 민족이 이동한 침략의 길이기도 하였다.

페샤왈을 나서 그랜드 트렁크 로드를 지나게 된 필자는, 아투크에서 인더스 강을 건넜다.
마을 입구에는 일년 전 쯤에 완성한 큰 다리가 걸려있고, 거기서부터는 평야를 굽이굽이 흐르는 인더스 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인더스 강 수면은 중앙이 선명하게 두 색깔로 나뉘어져 있다.
동쪽의 절반 가량이 질 푸른 청색이고, 서쪽 절반은 다갈색이다.

다리의 바로 위쪽에서 두개의 하천이 합류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카라코룸 물을 합친 인더스 강과, 힌두쿠시의 눈 녹은 물을 날라 온 카블 강이다. 합류점을 지나서도, 서로가 상대방에게 용해되어 버리는 것을 거부하는 듯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윽고 이들 둘의 흐름도 조금씩 풀리고 어우러져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것은 벌써 예전에 이 간다라 지방에 전개된 동서문화의 융합과 닮았다. 아투크에서 30 분가량 달리자,옛부터 학문이 융성했다고 알려진 타키시라가 나섰다. 이 옛날의 '학문도시'에는 마차, 삼륜차, 트럭, 소,양이 넘쳐흘렀다. 길 모퉁이에는 명물名物의 돌로 만든 '향신료 호리병'을 파는 상점이 즐비했고, 오렌지나 사탕덩어리를 쌓아올린 진열대도 많았다.

여기서도 마차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황급히 늘러대는 자동차 경적소음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 혼잡을 벗어나 교외로 발길을 옮기자, 간다라의 역사를 들려주는 수 많은 유적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오래 전부터의 승원僧院으로, 많은 간다라 부처 상像이나 그리스 풍의 여신상이 남아 있는 죠리안 유적, 그리스의 도시 조영造營을 모방한 광대한 실컵유적, 헤아릴 수 없이 하 많은 시대에 걸쳐있는 빌마운드 주거자취, 이른바 달마 라지카의 사원 터인 것이다.

이들 유적 군群은, 북의 스와트, 서쪽 페샤왈과 더불어, 간다라 지방에 꽃을 피운 불교문화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그야말로, 머언 옛날 널리 전개된 동서 문화교류의 결정結晶인 것이다. 그 교류의 커다란 파도는 기원 전 4세기에 일렁였다. 세계사를 뒤흔든 사건, 곧 알렉산더가 동방원정군을 이끌고 인도 땅(현재의 파키스탄)에 밀려들어 왔다.

그의 군졸은 단순한 전투집단이 아니었다. 그리스 문명 그 자체였다. 그의 동방원정은 서구문화의 동진東進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

허다한 도시국가가 번영을 누렸던 그리스 북부에 마케도니아라 불리는 왕국이 있었다.
기원 전 356년, 그 왕도王都페라궁전에 한 사내아이가 탄생하였다.
뒷날 불세출의 영웅이 된 알렉산더 대왕 그 사람이었다. 아버지 필립 왕이 암살되어 왕위를 이어받은 알렉산더는, 회심의 결전을 향해 동으로의 진군을 개시한다. 그것은 오랜 세월 위협받아 온 대 제국 페르시아와의 일대 결전이었고, 동방 미지세계에의 거침없는 도전이기도 하였다.

기병과 보병을 합쳐 정병 3 만 5 천이라고 불리운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 - 그리스 연합군은 용약 다다넬스 해협에 이르렀다. 이 해협을 건너면 동은 광대한 아시아의 땅이자 페르시아의 영토인 것이다. 당시 페르시아 왕은 마케도니아 군의 진공에 대항, 전 국토에 대 호령大號令을 발하여 방어전을 폈다.

해협을 건넌 알렉산더 군軍은 먼저 그라니코스 강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을 여지없이 격파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터키로 동진, 키리키아의 문이라고 일컫는 요새지를 지나 진격의 고삐를 바짝 죄어갔다. 그리하여 기원전 333년, 결국 마케도니아와 페르시아의 주력 군이 충돌하였다.

이른바 '이소스의 회전'이었다. 16세기의 화가 알드두루파의 '알렉산더 대왕의 전투'그림은, 이 전장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림의 구도 중심은 백마에 높이 올라, 긴 창을 거머 쥔 알렉산더 대왕과, 세 마리의 말이 이끄는 휘황찬란한 전차에 탄 '다리우스' 왕이다.

양군이 어지럽게 맞물려 사투를 벌이는 일대 파노라마의 와중, 바야흐로 페르시아 군이 패주의 기미를 보이는 일순간을 절묘하게 잡은 것일까, 다리우스 왕은 적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두 주인공의 주위에는 수만 명에 이르는 병마가 놀라우리 만치 세밀한 감각으로 그려져 있다. 교차하는 장창, 잔뜩 끌어당긴 활시위, 펄럭이는 깃발, 한 구석엔 잘 차려 입은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한 박력이 철철 넘쳐흐른다. 이소스의 이 싸움은 마케도니아 군의 승리로 끝나고, 참패한 페르시아 군은 2년 후 다시 대군을 결집하여 도전한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이 전투에서도 대승, 페르시아 군을 궤멸시킨다. 영화를 누렸던 아케메네스조朝 페르시아는 여기서 끝내 멸망, 역사의 후미진 그늘로 사라지고 만다.

바빌론, 수사, 페르세폴리스등 차례로 페르시아의 도시를 점령한 알렉산더 군은 막대한 재보를 손에 넣었다. 장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대왕의 명성은 끝간데를 모르고 천지간에 진동했다. 기세 등등한 알렉산더 대왕은, 군대를 내쳐 동쪽으로 휘몰았다. 동쪽에는 풍요로운 대지가 있고, 그의 야망을 불태워 줄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동쪽을 향한 군대는 각지를 돌아 싸워 이긴 뒤, 기원전 327년 카이발 고개와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현재의 파키스탄에 밀물처럼 들이 닥쳤다.

그리하여 스왓트 공략을 개시하지만, 토착민 산악부족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다. 지금도 산상에 있는 성벽 일부를 이룬 산성 바지라는 장렬한 공방전이 있었던 성으로 알려져 지나는 나그네에게 그 때의 숨막혔던 전쟁을 돌아보게 한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 온 알랙산더 군은, 이번엔 인더스 강과 조우한다. 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건너지 않으면 안될 강이었다. 도하작전을 감행, 인더스 강을 무사히 건넌 대군은 전투도 없이 타키시라에 들어갔다.
타키시라의 왕이 알렉산더를 환영하였기 때문에, 싸움에 지친 병사들은 여기서 잠시 휴양을 취했다. 체재滯在는 1개월에 이르렀다 한다.

심신이 피로에 빠진 병졸들에겐 다시없는 휴식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더 자신은 이 휴식기간 중에서도 여러 지방 토지의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였던 모양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유년시절 아리스토텔레스를 사사하였으며, 지적 호기심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었다.

대왕의 측근 오네시크리투스가 남김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진진한 일절一節이 있다.
왕(알렉산더)은 어느 날, 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명하는 것이었다.
'타키시라에는 훌륭한 철인哲人이 많고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추앙을 받는다고 들었다. 어떤 인물인가 만나서 얘기를 듣고 오너라'
나는 거리에서 20스타디아(약 4킬로)를 걸었다. 땡볕 무더위에 한낮은 맨발로 걸을 수가 없다.

거기엔 15 인의 행자가 있었다. 그들은 혹은 서 있고, 앉은 채로, 또 맨 몸으로 누워있거나, 갖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행자의 이름은 카라노스라 하였다.
'나는 당신들의 지혜를 배워, 보고하라는 왕의 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바라건데, 한 말씀 설교를 들려 주십시요'

카라노스는 내가 정장을 입고, 넓은 차양의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만일 배우고 싶다면 옷을 벗고 우리들처럼 맨 몸이 되어 돌 위에 누우시오'
나는 당황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늙은 행자가 카라노스를 꾸짖었다.
'생각이라고 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닐세! 카라노스!'
늙은 행자 이름은 '만다니스'라 했다.

그는 따뜻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나는 왕에게 경복敬服한다. 왕은 대 제국의 통치에 여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지혜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넋에서 쾌락과 고통을 물리치는 일이다. 고통과 노고는 같은 것이 아니다. 고통은 인간에게 적대하며, 노고는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인간이 단련되어 노고에 대비하는 것은 자기의 주의主義, 신조信條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그리스인들에게도 있는가?'

'피타고라스라는 자가 있어 그런 설교로 근검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디오게네스도 한 가집니다.'
'그리스인이 두루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란 것은 들어 알고 있으나 한 가지 틀린 점이 있다. 그것은 너희들 그리스인이 인간세계의 합리성을 자연계의 법칙보다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기원전 4세기, 타키시라의 한적한 거리에서 일어 난 '동과 서'의 대화는 서로 다른 사상에 대한 호기심의 일단을 들려주는 듯 해서 흥미롭다.

세계정복의 전투식량 - 호두와 합동결혼

세계를 정복한 위대한 왕, 알렉산더 , 그가 전쟁을 치르며 즐겨 먹은 요리는 단단하고 속이 꽉찬 호두였다. 알렉산더는 땅 정복에 여념이 없어 그만 결혼도 그 당시론 노총각인 서른살에 하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세계 정복을 꿈꾸느라 18살부터 전쟁에 참여했으니 결혼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한창 나이에 여자 생각을 잊고 전쟁에만 주력한 걸 보면 대왕도 프로이트의 승화이론(성욕이 문화예술적 에너지로 전환함)에 적용되는 셈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일과 사랑, 둘중 일을 선택한 전형적인 야심가 스타일이거나. 어쨌든 망국의 주역 의자왕이 왕자를 40명이나 둔 것에 비해 자식이 없던 알렉산더가 정복 왕으로 추앙받은 걸 보면 역시 '이성에 눈을 뜨면 그 순간 인생이 내리막길이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완전 흰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여자엔 소홀햇어도 땅 정복에만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했던 알렉산더. 거기에는 한두여자를 만족시키는 일에 비할 바 없는 엄청난 정력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어려서부터 세상의 민족을 모두 하나의 동포로 보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동서양은 반드시 내 손으로 융합하고 말겠다는 가열찬 꿈을 품고 있었던 것. 생각한 것은 꼭 실행에 옮기고야마는 알렉산더의 천성은 마침내 다소 엉뚱한 정책으로 동서 융합의 테이프를 끊는다.

페르시아 정복 후 알렉산더는 자신의 연합군사 1만명과 한때 적국이었던 페르시아 여자들과 '합동결혼식'을 거행한 것이다. 결혼선물로는 1만개의 금잔을 제작, 환합의 축배로 삼았다. 물론 그 틈에 자신도 페르시아의 공주를 왕비로 삼았다. 이처럼 전쟁과 문화를 사랑한 알렉산더, 그도 특별히 즐기던 음식이 있다. 역사상의 정복자들이 주로 육식을 선호한 데 비해 그는 특이하게도 호두를 즐겨 먹었다.

우리야 일년에 한 번 정월 대보름에나 먹는 호두를 자주 먹은 것으로 보면 분명 호두엔 대왕의 끊임없는 정복욕을 충족시키는 영양소가 들어있을 법도 하다. 그럼 호두엔 어떤 영양소가 함유돼 있을까. 호두는 다량의 지방, 단백질, 칼슘, 포도당,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노화방지와 강장 효과가 아주 뛰어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호두는 뇌 활동을 강화시켜 기억력 증진과 건망증, 치매예방에도 좋다.

기록에 의하면 알렉산더 대왕에게는 간질병이 있었다고 하는데, 혹 우연히 먹은 이 호두가 효험을 가져와 세계정복의 가도에서 그의 두뇌건강을 지켜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바지라 의 산성에올라 타임캡슐을 타고서서 그 옛적 알렉산더의 위용을 그리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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